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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비록 그 명성이 적잖이 빛바래긴 했지만 MBC'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여전히 존귀한 이름이었다. 아이돌 시대가 도래한 후 온통 '보는 음악'에 점령당했던 방송가의 추세를 '듣는 음악' 쪽으로 바꿔놓은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나가수' 시즌1이 대성공을 거두자 KBS '불후의 명곡2'이라든가 JTBC '히든싱어'와 같은 '듣는 음악' 위주의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났고 때로는 '나가수'를 앞질러 더욱 큰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그래도 '맨 처음'이라는 빛나는 명예는 오직 '나가수'만의 것이었다. 시즌1의 명성에 비해 많이 부족했던 시즌2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기운차게 초심을 되새기며 '시즌3'가 출발한다기에 내심 기대가 컸다. 그런데 21일 확정된 가수 라인업에 엠씨 더 맥스의 이수가 포함되었음을 ..
우여곡절 끝에 TOP3까지 진출했던 '어둠의 마성' 전은진이 탈락함으로써, 이선희의 제자인 배수정과 구자명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여러가지로 '시즌1'과 차이점을 보이고는 있지만, 결국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확연히 구별되는 '위탄'만의 특징이 강하게 증명되었군요. 누가 뭐래도 '위탄' 시리즈의 특징은 '멘토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5명의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각자 4명씩의 제자를 선발하여, 스승과 제자의 각별한 관계를 맺고 교육시키도록 하는 그 '멘토제'는 '위탄'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기도 합니다. 장점은 멘토와 멘티가 확정되면서부터 생방송 무대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각 멘토스쿨의 훈련 과정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입니다. 5명의 멘토는 모두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
TOP6 생방송 경연의 주제가 '밴드' 음악임을 알았을 때, 참가자들이 과연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약간은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마다, 아마추어 뮤지션들에게 있어 밴드 음악은 매우 소화하기 어려운 장르임을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평소 성량이 좋다고 생각했던 참가자들의 목소리도 강렬한 사운드의 밴드 연주가 시작되면 맥을 못 추고 그대로 묻혀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었죠. 아니나 다를까, 경연을 보니 저의 우려가 상당부분 적중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구자명이 선택한 노래는 버즈의 '가시'였습니다. 민경훈이 특유의 굵직한 목소리로 애절하게 부르짖던 창법이 너무 귀에 익어서였을까요? 평소와 달리 힘을 쭉 빼고 가녀린 가성 창법으로 부르는 구자명의 '가시'는 정말 당황스럽더군..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즌2가 만들어진다는 자체가 일단 시즌1의 엄청난 성공을 증명하는데, 그보다 뛰어넘는 작품을 비슷한 포맷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죠. 그렇다고 포맷이 완전히 바뀐다면 굳이 시즌2라고 명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고요. 따라서 웬만한 프로그램의 시즌2는 전작만큼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오히려 시즌1의 명성마저 깎아먹는 망작이 되거나, 간신히 흉내만 내는 수준에서 그치다가 조기 종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패밀리가 떴다2' 정도가 있겠군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시즌1을 뛰어넘는 시즌2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 시즌2는 아무래도 극소수의 특별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군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박완규는 임재범을 많이 닮았습니다. 본질적으로 비슷한 면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존경하는 선배라서 늘 따르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이와 경력 면에서 약 10년 가량의 차이가 있다 보니 확실히 임재범보다는 설익은 느낌이 있지만, 앞으로 시간이 흘러 원숙미가 더해지면 지금보다 더욱 닮아있을 것 같습니다. 임재범이 '나가수'에 출연할 때도,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동료 가수들의 무대에 관해 조금씩 평가하듯 말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빈잔'을 불렀던 스스로의 무대를 '한풀이'였다고 표현한 데 이어, 박정현과 윤도현은 본인들의 콘서트를 하듯이 즐겼을 뿐이고, 진짜 노래를 부른 사람은 김연우뿐이라고 ..
16세의 미국 교포 소녀 메이건 리(이혜린)은 '위대한 탄생'의 재수생입니다. 원래는 시즌1의 참가자들 중 재도전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메이건 리와 차여울 두 사람만이 몰라보게 발전한 실력을 칭찬받으며 '위대한 캠프'의 파이널 라운드까지 진출했지요. 그러나 차여울은 결국 멘토스쿨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메이건 리만이 박정현의 구원을 받아 시즌1의 서러운 한(?)을 풀 수 있었습니다. 사실 시즌1의 미국 예선에 참가한 메이건을 처음 보았을 때, 제가 느낀 첫인상은 좋지 않았습니다. 귀엽고 발랄하기는 했지만 너무 철이 없는 듯했고, 춤이나 노래 실력도 특출한 면 없이 그저 평범해 보였거든요. 그 때만 해도 메이건은 인터뷰 중에 단 한 마디의 한국어도 쓰지 않았습니다. ..
요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가끔씩 그 자리에 출연하지도 않은 사람의 존재감이 엄청나게 부각되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황금어장 - 라디오스타'의 '무한도전' 특집에서는 박명수, 하하, 정형돈 세 사람만 출연했는데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유재석의 존재감이 너무 크게 느껴졌었죠. 그런데 이번 주의 '해피투게더'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한 사람 '윤종신'의 존재가 너무 크게 드러나는 바람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유재석과 '무한도전'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이름이니 만큼 그럴 수 있다 쳐도 '해피투게더'와 윤종신은 별 상관도 없는데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은 너무 뜻밖이었으니까요. '목욕탕 음악회 특집' 이라는 주제하에 4명의 실력파 가수들이 찜질복을 입고 모여 앉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 ..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저는 대중가요를 무척 좋아했었습니다. 저는 10살 때까지 안방에서 부모님과 함께 생활했는데, 가요톱10이 방송되는 날이면 부모님과 함께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이번 주에는 누가 우승할지 궁금한 마음에 늦게 잠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만 해도 어린 제가 좋아할만한 노래들과 부모님이 좋아하실만한 노래들이 골고루 섞여서 방송되었기 때문에, 충분히 함께 시청하면서 즐길 수가 있었어요. 더구나 MBC '10대 가수 가요제' 등 연말이면 개최되었던 각종 가요제와 시상식은 폭넓은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 해 동안 가장 인기를 끌었던 10명의 스타 가수들이 선정되면, 그 중에는 중년의 트로트 가수도 있었고 10대 후반의 댄스 가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아..
최근 '불후의 명곡2'가 나날이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면서, 때로는 '나가수'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불명2'는 처음부터 짝퉁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는 컨셉으로 시작했고, 초반에 보여주었던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 실력이 '나는 가수다'와 너무도 확연히 비교될 만큼 떨어지는 수준이었기에, 솔직한 심정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거라고 여겼던 게 사실입니다. 설마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불명2'가 보컬리스트 특집을 거쳐 지금의 새로운 라인업으로 재정비하면서, 방송을 시청하는 재미는 '나가수'를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나가수'는 선곡에 있어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그저 주목해서 보고 들을 거라고는 가수들 개개인의 노래와 퍼포먼스뿐이죠. 그런데 ..
참 이상한 일입니다. 아무리 여러 번을 들어도 한 번의 예외 없이 계속 눈물이 나는군요. 처음 방송을 볼 때는 그저 우연이겠지 했습니다. 꼭 만화에 나오는 개구쟁이 꼬마처럼 생겨 갖고는, 표정 하나 몸짓 하나에서까지 장난기가 뚝뚝 떨어지는 그 어린 소년의 노래를 들으며 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황당해서였죠. 그런데 몇 시간 후에 또 궁금해져서 랜스가 노래하는 '거위의 꿈' 동영상을 다시 돌려 보았습니다. 도대체 왜 그토록 급작스런 감정이 북받쳤는지, 다시 한 번 느끼고도 싶었거든요.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하는 절정 부분에서 또 다시 가슴이 세차게 뛰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무대 밖에서 화면으로 지켜보던 랜스의 엄마도, 그 순간 떨리는 손으로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