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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박완규, 하망연에 담긴 영혼... 임재범의 뒤를 이을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가수' 박완규, 하망연에 담긴 영혼... 임재범의 뒤를 이을까?

빛무리~ 2012. 1.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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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몰랐는데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박완규는 임재범을 많이 닮았습니다. 본질적으로 비슷한 면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본인이 존경하는 선배라서 늘 따르고자 하는 마음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이와 경력 면에서 약 10년 가량의 차이가 있다 보니 확실히 임재범보다는 설익은 느낌이 있지만, 앞으로 시간이 흘러 원숙미가 더해지면 지금보다 더욱 닮아있을 것 같습니다.

임재범이 '나가수'에 출연할 때도,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동료 가수들의 무대에 관해 조금씩 평가하듯 말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빈잔'을 불렀던 스스로의 무대를 '한풀이'였다고 표현한 데 이어, 박정현과 윤도현은 본인들의 콘서트를 하듯이 즐겼을 뿐이고, 진짜 노래를 부른 사람은 김연우뿐이라고 말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겠군요. 그런 말을 해도 전혀 건방져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대선배의 입장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완규가 그랬을 때는 세상의 시선이 온통 싸늘했지요. 대기실에서 모니터를 보며 동료 가수들의 무대에 관한 자기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건방지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은, 그 특유의 허세어린 태도와 거친 이미지, 그리고 아직은 (이 동방예의지국에서) 그와 같은 자세를 보여도 괜찮을 만큼의 선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곰곰히 살펴보면 나쁜 말이나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상당히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동료들의 무대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준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도 박완규는 임재범을 닮았습니다. 툭툭 내뱉는 말 속에서 번뜩이는 직관력이 느껴지고, 언어적 표현에서도 범상찮은 재능을 드러냅니다. 가끔씩 골목대장 같은 허세가 엿보이긴 하지만 그건 아직도 어려서(?) 그런 것이지요. '고해'를 불러서 1위를 차지한 후, 박완규는 인터뷰에서 진심어린 어조로 말했습니다. "우선 임재범 형님께 죄송합니다. 형님은 비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제 몸과 마음에서 힘이 안 빠져서 그냥 힘으로 불렀어요. 형님께서 가르쳐 주셨는데, 제가 그걸 소화해낼 능력이 안 되네요.."

박완규는 임재범의 가르침을 찰떡같이 알아들었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 극복 못한 자신의 한계까지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인터뷰를 듣기 전까지는 약간 실망스런 마음도 있었지요. 박완규의 '고해'도 좋았지만 임재범의 조언과는 많이 빗나가 있음을 느꼈고, 음악에 대한 해석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임재범의 해석이 더 맞는 듯 싶었거든요. 감동의 종류와 색깔도 달랐는데, 역시 제 느낌에는 잔뜩 힘이 들어간 박완규의 '고해'보다 힘을 쭉 빼고 부르는 임재범의 '고해'가 더욱 가슴 깊이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박완규가 자신의 음악세계를 고집하느라 일부러 선배의 조언을 따르지 않았나보다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힘을 빼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안 돼서 일단은 자기 방식대로 부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사실 힘을 빼는 것보다야 힘을 주는 게 훨씬 쉽지요. 노래는 물론이거니와 무슨 일을 할 때든 힘을 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절대로 힘을 뺄 수 없습니다.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하는 만큼 점점 더 힘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니까요. 아직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여 선배의 가르침을 따르지 못했다고, 누가 뭐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에서 저는 허세 속에 숨겨진 겸손을 보았습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겸손은 허세를 누르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임재범의 가르침대로 힘을 모두 뺀 상태에서 '고해'를 부를 수 있겠지요.

날카로운 통찰력과 판단력... 강한 이미지 속에 숨겨진 여린 마음과 겸손함... 툭툭 던지는 말 속에 위험할 정도로 생생한 진심을 여과 없이 담는 습관 등... 두 사람은 참 많이 닮았습니다. 심지어 목소리도 약간 비슷한 듯하네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닮은 부분은, 자신의 영혼을 오롯이 노래에 담을 줄 아는 능력입니다. 하망연(何茫然)을 듣고서야 확신할 수 있었어요. 아직은 좀 설익었지만, 박완규도 임재범처럼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만약 제가 쉽게 가고자 한다면 훨씬 더 유명한 곡을 선택했겠죠. 하지만 그러면 제 마음이 채워지지 않아요..." 좀 더 오랫동안 아빠가 TV에 나오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탈락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선택한 것은 일반인의 욕심이 아니라 노래쟁이의 영혼이었습니다. 노래의 인지도가 낮아서 탈락할지언정, 누가 뭐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그 대책없는 똥고집이 왜 이토록 멋있게 느껴질까요? 오랫동안 깊은 늪에서 허덕이다가 간신히 밖으로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의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통 인물은 아닙니다.

알렉산드로 사피나가 부른 '하망연'은 드라마 '대장금'의 OST로서, 사랑하는 사람을 무작정 곁에 두려고 욕심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뜻을 펼칠 수 있게 도와주려는 마음을 담고 있는 노래입니다. '대장금'의 열혈 매니아였던 박완규는 숙종과 민종사관이 나누는 대사를 듣고 어렴풋이 그 뜻을 짐작했었다는군요. 민종사관 역할을 맡았던 배우 지진희가 매니저 지상렬의 요청을 받고 도와주러 왔는데, 그의 해석 또한 자신과 일치하자 박완규는 비로소 머릿속에 '하망연'이 완성된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교 따위가 아니라 노래 안에 담겨진 의미임을 알았던 거죠.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몰입할 수도 있고 자신의 영혼을 쏟아넣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망연' 무대를 마친 후, 박완규는 말했습니다. "멍해요. 한 10년 가까이 명치에 울체가 되어 있던 걸 토해낸 느낌이에요. 꼭 하고 싶었던 노래를 했기 때문에, 오늘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상관없이 제 마음 속에서는 제가 1등입니다. 아쉬움은 없어요!" 자신감에 넘치는 어조였지만, 오늘만큼은 건방진 허세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약간의 서글픔이 깃든 초연함이랄까, 그런 것이 느껴졌습니다. '대장금'이 방송되던 시기가 그의 삶에는 무척 힘든 시간이었나봐요. 이 노래를 통해서 위로받은 적도 많았고,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 흘린 적도 많았다고 하더군요.

그 진정성이 청중평가단에게도 제대로 통했는지, 박완규는 '고해'에 이어 두번째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합류한지 얼마 안 되었음을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성적입니다. 이번 주의 1위 소감은 매우 독특했습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이 곡으로 버텨왔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그들(드라마 주인공들)의 삶이 설령 허구라 할지라도 저렇게 살고 싶다... 했지요. 허황된 생각이었을 수도 있지만, 제 허황된 꿈을 여러분께서도 어느 정도는 인정해 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에게 또 한 번 자랑스런 아빠가 될 수 있었으니 무척 기뻤을텐데, 그 기쁨보다도 지난 시간의 슬픔이 앞서 떠오를 정도라면 대체 얼마나 심한 고통을 견디며 살아왔던 걸까요. 삶의 풍랑이 유달리 거세고 극심한 고통이 많았던 것마저 누구와 닮았는데... 임재범도 자신을 닮은 후배 박완규를 무척이나 아끼는 모양입니다. 박완규가 '나가수'에 처음 출연하던 날, 일부러 찾아와서는 자기 손가락의 반지를 빼서 끼워주며 "무대에 나와 함께 올라갔다고 생각해라" 하고 격려했었죠. 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있던 모습,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짐작컨대 영혼의 로커 박완규는 멘토 임재범의 뒤를 무난히 이을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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