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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빵 터졌던 장면, 지갈량(?) 지진희의 맹활약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런닝맨' 빵 터졌던 장면, 지갈량(?) 지진희의 맹활약

빛무리~ 2012. 1. 1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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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의 인원수와 그들의 네임밸류로 보았을 때, 여수 특집은 '런닝맨'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회차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지진희, 김성수, 주상욱, 이천희가 '킬러팀'을 이루어 '런닝맨' 멤버들과 대결을 벌였던 지난 주 방송도 정말 흥미진진했었지요. 각자 영화와 드라마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자신만의 연기 세계와 프라이드를 지니고 있는 무게감 있는 배우들이 한꺼번에 무려 4명이나 출연했다는 사실부터가 예사롭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모두 균형잡힌 늘씬한 체격에 간지(?) 작렬하는 검은 양복들을 차려입고 와서, 나름 킬러랍시고 멋진 포즈까지 잡아 주니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긴 하더군요. 방송이 시작되면서부터 확실히 눈은 제대로 호강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킬러들의 어설픈 본색이 드러나기까지는 결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PD로부터 주어진 미션을 어쩌면 네 명 중 단 한 사람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당황하는 얼굴들이라니... 그 멋진 외모와 검은 양복의 중후함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어리버리한 모습들에서 저절로 "대박이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지요. '완벽함 속의 빈틈'을 찾아내는 쾌감이란 언제나 어디서나 예외없는 즐거움인데, 한 명도 아니고 무려 4명이 그러고들 있으니까 말입니다. 결국 PD가 직접 카메라 앵글 안으로 들어와 상세한 설명을 수차례 반복하고 나서야, 어설픈 4명의 킬러들은 미션을 숙지하고 활동을 개시할 수 있었습니다. (이해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예능에 적응이 안 돼서 그랬겠지요..^^ 4명 중 리얼 버라이어티의 경험이 있는 사람은 이천희 하나뿐인데 그는 하필 '엉성천희'니까요 ㅎㅎ)

스파이를 섭외하기 위해 잠복하고 있던 중 느닷없이 입이 심심하다면서 세탁소 주인 아저씨에게 귤을 얻어먹는다든지, 추격 중에 한가롭게 붕어빵 맛을 음미하는 등, 예능에 익숙치 않은 킬러들의 엉뚱 행각들은 오히려 독특한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런닝맨' 멤버들만이 아니라 킬러들도 아웃될 수 있다는 것은 지난 주의 최대 반전이었지요. 족히 수백대는 될 듯한 컴퓨터들 중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4대의 컴퓨터를 찾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었기에 (게스트 배려 차원에서) 처음부터 킬러팀에게 승리를 안겨주려 했던 듯한 느낌은 들었지만, 킬러들이 워낙 어설프고 느긋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무려 3명이나 아웃되고 나서야 최후에 남은 지진희를 통해 간신히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이들 4명으로도 부족하다 싶었던지, 다음 날은 또 한 명의 대박 게스트가 새벽부터 출근했습니다. 설명이 필요없는 '리얼대세' 아이유였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깊이 잠들어 있는 '런닝맨' 멤버들을 깨우기 위해 펜션 앞마당에 서서 한참이나 열심히 노래부르는 아이유의 모습은 정말 예뻤고, 라이브 실력도 훌륭하더군요. 그 깜짝 이벤트에 붙여진 제목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닝콜' 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빙고 게임'에서 보여준 활약은 별로 대단한 것이 없었지요. 삼촌, 오빠들이 너무 지나치게 공주 대접을 해준 것이 오히려 아이유의 매력 발산 기회를 차단해 버린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사람은 주상욱이었습니다. 매사에 열정적이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는 것이 없는 완벽한 허당 본색을 드러냈거든요. 쟁반 위에 놓인 게딱지를 뒤집는 게임에서 하도 실패만 거듭하니까, 보다 못한 송지효가 말했지요. "웃기려고 하지 말고 진지하게!" 그러자 주상욱은 정색을 하고는 대답했습니다. "나는 한 번도 웃기려고 한 적이 없어!" 그래요, 제가 보기에도 일부러 웃기려고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더 웃겼지요.

나중엔 3살이나 어린 송지효로부터 "네가 잘하는 게 뭐가 있어?" 하고 구박까지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팀의 우승을 이끈 사람은 바로 주상욱이었습니다. 유재석, 송지효, 하하, 주상욱의 빨강팀은 4개의 숫자를 먼저 일렬로 맞추는데 성공하여 빙고 게임의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중 무려 2개의 숫자가 주상욱의 것이었으니까요. 하나는 그의 등 번호인 6번이고 또 하나는 그가 개집에서 찾아낸 13번이었습니다. 참 묘한 일이죠? ㅎㅎ
 

그러나 주상욱의 압도적인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제일 빵 터지는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 요절복통할 웃음은 게스트 중 큰형님인 지진희의 활약에서 비롯되었는데요, 상대팀을 몰래 급습하기 위해 험한 산길을 헤치고 다가가는 과정에서 옷이 나뭇가지에 걸려 찢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더구나 높은 곳에 있던 상대팀의 눈에는 그가 올라오는 모습이 뻔히 다 보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낭패감은 더욱 심했습니다. 그야말로 혼자 쇼하다가 만신창이가 된 셈이었지요.

그렇게 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지진희는 꽤 멋있는 캐릭터였습니다. 킬러 게임에서 런닝맨 최후의 생존자 김종국을 아웃시키며 승리를 차지한 것도 그의 활약이었고, 빙고 게임에서도 냉철한(?) 머리로 두 상대팀을 제압할 계책을 술술 내놓음으로써 팀원들로부터 '지갈량'이라는 별명까지 얻었거든요. 강인한 체력과 눈부신 두뇌를 겸비한, 최고의 완벽 캐릭터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지석진과 같은 성씨인데 이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싶었지요.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역시 허당... '깨방정 숙종' 그대로였습니다.

추운 날씨를 배려해서인지 '런닝맨' 제작진이 야외 게임 중에 입으라며 협찬해 준 옷은 오리털 점퍼였습니다. 찢어진 부분은 등판 쪽이었는데, 바람이 불어오자 그 틈을 타고 하얀 오리털이 훨훨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자신이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지진희는 멀찌감치 상대팀이 보이자 그들을 잡겠다고 냅다 뛰기 시작하는군요. 몸이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옷이 들썩들썩하니까 깃털은 더욱 더 많이 새어나왔고, 설상가상 바람은 맞은편에서 불어오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멀리서 달려오는 지진희의 모습은 마치 새털구름을 몰고 다니는 듯 신비해 보이기도 했고, 그의 주변에 꽃잎이 휘날리는 CG 처리를 한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누구나 빵 터지지 않을 수 없었던, 가장 웃기는 장면이었지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등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너무 진지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바람에, 보는 사람은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플 지경이었어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온 천지에 날리던 하얀 팝콘 눈이 떠오르기도 하는 명장면이었습니다. 이번 주 '런닝맨'은 게스트들의 멋진 활약으로 정말 깨알같은 재미가 있었네요. 앞으로도 이렇게 속시원히 웃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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