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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삼시세끼' 어촌편의 85% 가량은 '차줌마' 차승원의 현란한 요리솜씨 구경하기로 이루어진다. 차승원은 사람이 이렇게나 완벽해도 괜찮은 걸까? 범상찮은 가족사를 통해 밝혀진 인품부터가 성자처럼 훌륭한데다가, 배우로서는 로맨틱코미디며 액션스릴러며 사극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를 두루 섭렵하며 소름돋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키 크고 잘생긴 외모까지 덤으로 갖추었는데, 알고 보니 전천후 요리 실력까지 겸비했다. 평범한 반찬과 간식거리에서부터 잔칫상 수준의 고급 요리까지 온갖 종류의 음식을 못 하는 게 없다. 그 비좁고 열악한 재래식 부엌에서 펼쳐지는 차셰프의 요리 쇼는 볼수록 놀라워 감탄만 나올 뿐이다. '삼시세끼' 어촌편 3회에서만 차승원은 홍합짬뽕, 고추잡채, 꽃빵 튀김, 콩자반, 김, 깍두기, 계란..
수목드라마 대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내가 선택하고 잔뜩 기대하던 작품은 '별에서 온 그대'였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별그대'는 나에게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강경옥 작가의 만화 '설희'와의 저작권 분쟁도 가볍게 생각할 수 없었지만, 그보다는 부실한 스토리가 훨씬 더 큰 문제였다. 메인 스토리의 갈등 구조와 에피소드가 지나치게 단조로움을 느끼며 계속 지루해하던 나는 새로 시작한 김현중 주연의 '감격시대 : 투신의 탄생'에도 살짝 눈길을 돌려 보았지만 또 실패였다. 10여년 전에는 '야인시대'를 매우 즐겨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감격시대'에는 왠지 집중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절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처음부터 눈길도 안 주던 '미스코리아'를 중간쯤부터 보기..
'아빠 어디 가'의 스무 번째 여행은 충남 공주의 서당 체험으로 기획되었다. 아직은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기본적이고 현대적인 수준의 예의범절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상태인데 훈장님들의 엄격하고 고풍스런 예절 교육을 감당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좀 염려스러웠지만, 의외로 제법 잘 따라가는 모습들을 보니 대견한 마음이 앞섰다. 가장 어린 준수와 지아는 확실히 좀 더 애를 먹는 것 같았으나, 민국이와 준이와 후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게다가 모두 앙증맞게 한복을 입혀놓은 모습들은 또 어찌나 귀엽던지! 옷차림에 따라 마음가짐도 달라진다더니 아이들 모두 평소보다 한결 의젓해 보였다. 이렇게 강도 높은 교육을 계속할 수는 없겠지만, 가끔씩은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도록 깨우쳐 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아빠 어디 가' 전남 화순 편에서는 밤 12시의 느닷없는 귀신 소동으로 고요한 하가마을이 시끄러웠다. 낮에는 여름 이불 빨기, 고추 따기, 고춧가루 빻아 오기, 고추장 만들기 등을 체험하며 배우고, 토란이나 수세미 등 생소한 농작물에 대해서도 배우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는데, 한밤중의 우물 귀신 소동은 솔직히 어른들의 재미를 위해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너무 이용한 게 아닌가 싶어 약간 찜찜했다. 윤후와 민국이가 먼 훗날 어른이 되어 떠올리면 이 또한 아련하고 그리운 추억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만 7~9세 정도의 어린애들을 밤 12~01시까지 재우지도 않고 울음을 터뜨릴 만큼 겁을 주면서 장난을 치는 어른들의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예능이라서 웃음을 뽑아내자면 어쩔 수 없..
여름목장에서 다섯 아이들은 각자 한 마리씩의 송아지를 맡아 이름을 지어주고 우유를 먹이며 돌보는 체험을 했다. 도심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로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기회였다. 각종 진귀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빠 어디 가'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행운을 거머쥔 셈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빠들이 준비한 몰래카메라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동화처럼 아름다운 기억을 심어주었고, 아빠들은 몰래카메라에 반응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며 커다란 교훈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비록 눈치 빠른 성준이에게는 실패하고 말았지만, 준수와 지아와 윤후에게는 효과 만점의 재미있는 몰카였다. (맏형 민국이에겐 시도해 볼 생각조차 못한 듯..^^;;) 송아지의 언어를 사람의 언어로 번역해서 들려준다는 신비의 헤드폰을 받아든..
'아빠 어디 가'의 13번째 여행지는 서해안의 태안 갯벌이었죠. 짐작컨대 이번 여행에서 가장 행복했던 사람은 이종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마냥 어리고 철부지인 것처럼만 보였던 둘째아들 준수가 뜻밖의 속 깊은 효심으로 아빠를 챙겨 주었고, 게다가 홍일점으로서 모든 출연자의 주목과 사랑을 받는 지아에게 아빠들 중 최고 미남으로 선택까지 받았으니까요. '아빠 어디 가'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유자재로 애간장을 태우는 일곱 살 송지아의 밀당 기술은 정말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도록 애교가 넘치는 지아의 표정과 몸짓과 말씨를 보고 들을 때면, 진정한 팜므파탈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임을 저절로 확신하게 되더군요. 그런 지아가 쪼르르 달려와 품에 안기고 ..
초창기에는 또 하나의 '붕어빵' 탄생이라는 생각에 아예 볼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붕어빵'에서도 물론 아이들은 귀여웠지만, 짜여진 틀 안에서 토크가 오가는 동안 불쑥불쑥 아이들의 입으로 폭로되는 어른의 부적절한 행위라든가 그런 부분들이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았거든요. 스튜디오 안에서 퀴즈와 미션수행 위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요. 요즘 한창 아역의 상품화가 문제되고 있으며 (이를테면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소녀에게 짙은 화장을 시키고 섹시컨셉의 옷을 입혀서 광고에 내보낸다든가, 순수한 아이의 동심에 잠재되어 있는 승부욕이나 자만심을 부추겨 연예인병을 앓게 하는 등) 어른들의 만행(?)은 날로 더해만 가는 실상이니까요. 아이들을 또 어떤 식으로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려는 걸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