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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선덕여왕' 33회는 비담(김남길)을 위한 챕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생각보다 좀 빠르고 쉽게 비담은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아차리게 되고, 그놈의 출생 때문에 몇달간을 부들부들 떨며 삽질하던 덕만공주(이요원)와는 달리 눈부신 속도로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거친 날개짓을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 살포시 피어나는 멜로 라인들이 눈에 보이는데, 현재로 봐서는 양쪽 다 비극으로 치달을 듯 싶어서 안타깝기만 하네요. 첫번째 멜로라인은, 유쾌하기는 하지만 몹시 생뚱맞은 죽방(이문식)의 소화(서영희)를 향한 연정(戀情)입니다. 죽방과 고도(류담)는 이미 소화와 더불어 좁아터진 헛간에 함께 갇힌 상태로 몇달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물론 그때는 제정신도 아니었고 이루 말할 수 없이 꾀죄죄한 몰골이긴 했지요..
"이건 말 그대로 그물이야, 그물... 어부가 고기를 잡듯이 화랑 낭도들이 신라의 그물이 되어서 백제 놈이고 고구려 놈이고 싹 다 잡아들이라는 거지." 놀랍습니다. 입에 담기조차 두려워할만한 엄청난 대업(大業)이요, 당대의 내노라하는 두뇌들이 단체로 골머리를 썩고 있으며, 미실이 장담하기를 그 누구도 맞히지 못할 거라 했던 그 문제의 답을 우리의 죽방 형님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맞혀 버리시는군요. 신라(新羅)라는 국호의 세번째 뜻 말입니다. 덕업일신(德業日新) 망라사방(網羅四方) 덕업일신(德業日新)에서 신(新)을 취하고, 망라사방(網羅四方)에서 라(羅)를 취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라 하니(삼국사기) '새로운 그물'이라, 알고 나서 보니 매우 노골적인 국호로군요. 첫째 무력을 증진하고, 둘째 신흥세력을 키워서..
'선덕여왕' 29회에서 첨성대의 건립 문제를 놓고 벌인 덕만과 미실의 불꽃튀는 설전은 섣불리 그 시시비비를 판가름할 수 없을 만큼 심오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미실의 말대로 백성에게 있어 '진실'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꽤 많은 경우에 진실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하니까. 그래서 어쩌면 백성들은 덕만이 주겠다는 '희망'보다는 미실이 주겠다는 '환상'을 더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환상으로 인해 자신들의 삶이 편안하기만 하다면. 그럼에도 덕만공주가 반드시 왕이 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현 작가의 또 다른 사극 '서동요'를 나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보았었다. 서동요의 주인공인 백제 무왕 '장'과 선덕여왕 '덕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왕의 혈육이면서도 왕실의 사정으로 버려져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