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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덕만공주에겐 있고 미실에겐 없는 것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선덕여왕, 덕만공주에겐 있고 미실에겐 없는 것

빛무리~ 2009. 9. 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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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29회에서 첨성대의 건립 문제를 놓고 벌인 덕만과 미실의 불꽃튀는 설전은 섣불리 그 시시비비를 판가름할 수 없을 만큼 심오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미실의 말대로 백성에게 있어 '진실'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꽤 많은 경우에 진실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하니까. 그래서 어쩌면 백성들은 덕만이 주겠다는 '희망'보다는 미실이 주겠다는 '환상'을 더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환상으로 인해 자신들의 삶이 편안하기만 하다면.

그럼에도 덕만공주가 반드시 왕이 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영현 작가의 또 다른 사극 '서동요'를 나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보았었다. 서동요의 주인공인 백제 무왕 '장'과 선덕여왕 '덕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왕의 혈육이면서도 왕실의 사정으로 버려져 자기의 신분을 모르는 채 성인이 될 때까지 이리저리 떠돌며 바닥 생활을 하다가 파란만장한 우여곡절 끝에 자기의 자리를 찾게 되는 인물이다.


서동요에서 장(조현재)은 자기의 신분을 알고 나서도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그를 따르는 자들은 모두 그에게 천명이 내렸다고 말하지만 그 자신은 선뜻 수긍을 하지 못하고, 왜 자기가 왕이 되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스스로 인정하기 어려워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옷을 만드는 장인(匠人)에게 그는 무심히 충고하기를, 백성들의 겨울 옷에는 고급 가죽을 사용하는 것보다 값싸면서도 보온에 실용적인 부드러운 짚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 이 모습을 보고 선화공주(이보영)는 천명이 장에게 내려진 이유를, 반드시 그가 왕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깨닫는다. 왕실 사람들 중 다른 누구도 갖지 못한 무언가를 장은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체험'이다. 장은 백성으로서 살아 보았기에 백성의 삶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백성의 처지에서 생각할 줄을 알고, 백성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백성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이것은 왕실에서 태어나 평생 지배자의 처지에서만 살아온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꿈꿀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체험이 없기에 백성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제 '선덕여왕' 덕만에게 미실은 말한다. "세상을 횡으로 나누면 꼭 두 가지로 나뉩니다. 지배하는 자와 지배를 당하는 자... 공주님과 저는 지배하는 자입니다."
이렇게 미실은 덕만이 자기와 같은 부류임을 강조하지만 덕만은 쉽사리 동조하지 않는다. 지금껏 평생을 백성으로서, 지배당하는 자로서 살아왔기에, 그녀는 지배자이면서 또한 백성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덕만공주는 김유신(엄태웅)의 말처럼 "백성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어머니처럼 그 마음을 알아주고 다독거려 주는" 군주가 될 수 있다.
결국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덕만공주에게 왕이 되라는 천명이 내려진 이유는 성골의 신분 때문이 아니라 백성으로서의 체험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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