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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솔직히 말하면 권순규 작가의 전작이 '무사 백동수'라고 해서, 처음부터 아예 볼 생각이 없었던 드라마입니다. 초반에는 상당히 흥미진진했으나 가면 갈수록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던 '무사 백동수'의 그 황망한 전개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까닭이죠. 전광렬 최민수 등 중견배우들의 묵직한 연기와 국민남동생 유승호의 매력적인 다크포스로도 감당할 수 없었던, 점차 산으로 가는 대본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었습니다. 신뢰를 갖게 할만한 다른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작가의 필모그래피가 (드라마로는) 달랑 그 '무사 백동수' 하나뿐이니, 동시간대에 다른 채널에서 '추적자 THE CHASER'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박경수 작가의 신작 '황금의 제국'이 방송되는 이상 '불의 여신 정이' 쪽으로 시선을 ..
명품 아역들이 활약이 한창이던 드라마 초반, 문근(이민호)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찌질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계백(이현우)과 의자왕자(노영학)가 저마다의 색다른 매력을 뽐내며 영웅의 어린 시절을 폼나게 연기하고 있을 때, 문근은 그저 못난 술집 종업원으로서 걸핏하면 술이나 약을 바꿔치기하며 손님들에게 어설픈 사기를 치다가 발각되어 경을 치기 일쑤였고, 동네 불량배들이라도 나타나면 대적 한 번 하지 못하고 엎드려 벌벌 떠는 겁쟁이였습니다. 독개(윤다훈) 일당이 외팔이 무진(차인표)을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대뜸 그들에게 다가가 "우리 아버지를 왜 찾는데요?" 라고 물었던 녀석도 바로 문근이었습니다. 그에게도 뇌가 있다면, 저 험악하게 생긴 놈들이 자기 아버지를 왜 찾는 걸까 잠시라도 고민해 보아야 마땅하련만..
무진(차인표)이 자기 목숨을 바쳐 의자왕자(노영학)을 살리려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의자가 스스로 몸을 날려 무진의 몸에 칼을 찔러넣는 순간, 의자왕의 캐릭터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주군과 신하의 관계이지만 자신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둘도 없는 충신을 제 손으로 죽이는 임금이라니, 너무나 배은망덕하고 비겁해 보였거든요. 아역들이 퇴장하고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면서, 너무 급격히 늙어버린 계백과 의자의 모습은 역시 제가 보기에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의자(조재현)와 은고(송지효)가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영락없는 아버지와 딸의 분위기가 흘렀고, 한껏 시커멓게 생구(전쟁포로) 분장을 하고 있는 계백(이서진)의 모습에서는 뭐랄까 쿤타킨테의 향기가 났습니다. 하지만 ..
무력한 임금이란 동정받기보다 지탄받아야 할 대상임을 '계백' 7회에서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주인공 계백의 비극은 악역을 맡은 사택가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마땅히 임금으로서 갖추어야 할 힘을 갖추지 못한 무왕(최종환)에게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무진(차인표)이 목숨 걸고 사택비(오연수)에게서 빼앗아다 바친 살생부는, 역시 예상대로 무왕의 무능한 손아귀에서 조금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습니다. 막강 실세로서 병권마저 장악하고 있는 사택비는 군사를 동원하여 무력으로 궁궐을 제압하였고, 그나마 윤충 장군의 전갈을 받고 외곽에서 지원하러 오던 적은 수의 군사들마저 사택적덕(김병기)에 의해 길목에서 차단당했습니다. 힘의 열세를 지혜로 극복하지도 못한 무왕은 속절없이 폐위될 위기에 처..
선화황후(신은정)의 죽음을 목격하고 구사일생 살아남아 궁으로 귀환한 뒤, 의자 왕자(노영학)는 허랑방탕한 바보 흉내를 내며 아버지인 무왕(최종환)에게조차 십수년간이나 속마음을 감추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그가 드디어 5회에서 본색을 드러냈군요. 극적으로 재회한 무진 장군(차인표)을 살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인데, 왜 살아있는 제가 그 참담한 기억을 안고 살아야 한단 말입니까?" 의자는 생모 선화황후의 제를 모시지 않겠다고, 위패는 그저 나무쪼가리일 뿐 사람이 아니라고, 자기가 효와 예를 다해 모실 분은 오직 사택황후(오연수) 뿐이라고 외치는데, 이복동생 교기(서영주)는 차갑게 비웃으며 "그 말이 진심이라면 저 나무쪼가리를 불태워 버리시라"고 말합니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
부모 세대의 피맺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일단락되고, 드디어 주인공들의 아역들이 등장했습니다. 사실 아역을 맡기에는 이제 꽤 나이가 많은 친구들이죠. 계백 역할의 이현우와 의자왕 역할의 노영학은 1993년생으로 올해 19세이니 몇 개월만 지나면 스무살의 성인이고, 특히 여주인공 은고의 어린 시절을 맡은 박은빈은 그들보다 한 살 많은 1992년생으로 현재 대학생입니다. 은고 역할의 성인 연기자 송지효와 박은빈의 나이차는 겨우 11세에 불과한 데다가, 설상가상 스무살에 접어든 박은빈의 외모가 급격히 성숙해짐으로써 송지효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지경이니 아역이라고 하기는 좀 민망하더군요. 그래도 계백 역할의 이서진과 의자왕 역할의 조재현은 40대의 장년이라서 아역들과 뚜렷한 차별화가 이루어지니 훨씬 자연스럽게 느..
드라마 '자이언트'를 1회부터 꾸준히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포스팅은 처음이군요. 명품 아역들의 명품 연기에 흠뻑 취했던 시간이 지나가고 8회 엔딩에서 드디어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각각의 배역마다 싱크로율이 다르게 느껴지는군요. 비교해 보니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이 판단은 전적으로 저의 개인적 기준에 의한 것임을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1. 이강모 아역 여진구와 성인 이범수의 싱크로율은 대략 80% 정도입니다. 솔직히 "이범수가 10년만 젊었더라도..."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상에서는 20대 중반 정도라야 하는데, 이범수의 나이는 현재 42세이니 아무래도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지요. 여주인공 박진희나 라이벌 역할의 주상욱에 비해 너무 늙어 보여서 몰입을 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