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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가혹한 것일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연예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가혹한 것일까?

빛무리~ 2011. 4. 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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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요즘, 그들에 대한 비난 여론 못지 않게 늘상 대두되는 문제가 바로 '한국에서는 연예인에게 너무 지나친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사실이 아닌 루머 때문에 고통받는 연예인의 입장을 생각하면 근거도 없는 말들을 부풀려서 전파하고 비난하는 일부 언론과 네티즌의 행태는 옳지 않습니다. 그러나 루머가 아닌 사실이라면 비판받는 것이 마땅하며, 제가 보기에는 가혹하기보다 오히려 너그러운 수준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평소 말하고 싶었던 주제인데, 오늘은 간략히 제 의견을 풀어 볼까 합니다.


1. 사람이 먼저인가 예술이 먼저인가?

제가 중학교 1학년 무렵, 김동인 단편집에서 '광염소나타'라는 소설을 읽고 몹시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천재적 재능을 지닌 청년 음악가 백성수가,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 방화, 시간(屍姦), 살인 등을 저지르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가지의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는 명곡이 탄생했지요. 그런데 범죄의 내용도 충격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백성수를 돌봐주던 음악비평가 K씨의 견해였습니다. K씨는 훌륭한 작품 산출을 위해서라면 범죄 행위도 허용될 수 있으며, 예술의 차원에서 범죄를 저지른 위대한 천재 예술가를 처벌하여 매장시키는 것은 더 큰 죄악을 범하는 것이라고 그 소설 속에서 주장했습니다.

김동인의 예술지상주의를 드러내는, 예술이 도덕이나 공리(功利) 등의 다른 목적에서 절대적으로 독립해 있음을 역설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저는 당시 나이가 어렸지만 이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학의 꿈을 키우던 소녀시절이라 강렬한 예술혼에 쉽게 매료되곤 하였지만, 그것이 설령 위대한 예술의 모태가 된다 하더라도 타인의 삶을 망가뜨리는 범죄가 합리화될 수는 없다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예술이 중요하다고 해도 사람보다 먼저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저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예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도덕적 잣대를 느슨하게 적용해야 할까요? 조영남은 참으로 노래를 잘 하는 가수이지만, 그의 복잡한 여성 편력은 가족을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수많은 연애를 통해 그의 음악이 약간(?) 더 발전했을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노래를 잘 하니까 비판하지 말아야 할까요? 더구나 음주운전, 폭행, 불륜, 군역회피 등등 세간에 알려진 연예인들의 옳지 못한 행동들은 예술의 발전과는 아무 상관없는 경우가 더욱 많습니다. 잘못은 잘못이니 비판을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2.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다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는 곧바로 온갖 언론에 대서특필됩니다. 그래서 어른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든 사람이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행동거지에 더욱 조심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예인들이 잘못된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대중과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니까요. 더구나 연예인을 우상으로 삼는 어린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합니다. 

유명인사가 된다는 것은 많은 혜택을 얻음과 동시에 막중한 의무감 또한 짊어지게 됨을 뜻합니다. 사실 요즘 세상에 연예인이란 많은 돈과 인기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직업으로서,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라지요? 어른들의 인식도 딴따라라고 비하하며 반대하던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서, 어린 자녀를 연예인의 길로 인도하는 부모도 많습니다. 하지만 얻는 것이 많은 만큼 희생해야 할 것도 많지요. 평범한 사람들처럼 자유로운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그들이 선택한 길에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부분입니다.

심지어는 연예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잣대가 일반인의 수준을 넘어 성직자 수준이라고까지 부풀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진짜 성직자' (세속적이고 비뚤어진 성직자 말고, 속속들이 계명을 지키며 살아가는 진짜 성직자) 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을까요? 기막혀서 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대중이 연예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저 '올바르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 수준의 도덕성에 불과합니다. 결코 그 이상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3. 정치인과의 비교에 대해

연예인의 잘못을 비판하는 기사에는 "연예인에게 쏟을 관심으로 정치인에게나 좀 신경쓰자. 그들보다 훨씬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정치인이 많은데, 왜 그들은 이만큼 비판하지 않나?" 이런 식의 댓글이 많이 달립니다. 어떤 사람은 실생활에서도 줄곧 그와 비슷한 말을 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비교할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의 대중문화는 정치 못지 않게 일반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정치 관련 이야기를 하면 영양가 있는 대화를 하는 것이고, 연예인 이야기를 하면 쓰잘데기없는 수다나 떠는 것으로 여기던 시대는 아니라는 말이지요.

연예계 못지 않게 정치권에도 수많은 가십과 루머가 난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을 비판하며 핏대를 올리는 사람들 중에, 실제로 자기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부패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99.999%는 그저 입으로만 말할 뿐이지요. 어차피 심심풀이 땅콩처럼 씹는 것은 정치권 뉴스나 연예계 뉴스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어느 극빈한 나라에 여행을 갔을 때는 절대로 거지에게 돈을 주면 안된다는 말을 오래 전에 누군가에게서 들었습니다. (문제가 생길까봐 그 나라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우르르 몰려든 거지떼 중 특별히 불쌍해 보이는 한 명에게 동전이라도 쥐어 주면, 다른 거지들은 안색을 확 바꾸면서 화를 낸다더군요. "왜 저 사람에게는 주고서 나에게는 주지 않느냐?"면서, 더 이상 구걸이 아니라 당당히 요구하는 자세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지요.

사실 한 사람에게 동전을 주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동전을 주어야 하는 의무는 없지요. 그거야 100% 개인의 선택일 뿐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정치에 더 관심 많은 사람은 정치인을 비판하고, 대중문화에 더 관심 많은 사람은 연예인을 비판하는 겁니다. 이쪽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왜 저쪽 이야기는 하지 않느냐고 다그칠 필요는 없습니다... 정치보다 연예인에게 더 큰 관심을 가지면 유치하고 한심한 건가요? 사실 그들도 입밖에 내어 말하지 않을 뿐, 속으로는 다 생각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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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중이 연예인에게 요구하는 도덕성의 수준은 결코 가혹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과 시선을 받고 있으니, 그저 보통 사람 만큼만 올바르게 살아 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수많은 소식통에 의하면 연예계 뒤쪽에 엄청난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듯하니, 대중의 소박한 바램도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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