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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정선경 출산기, 한국의 생명경시풍조를 깨우치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강심장' 정선경 출산기, 한국의 생명경시풍조를 깨우치다

빛무리~ 2011. 4. 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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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강심장'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저의 심장을 제대로 뛰게 하는 토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선경이 털어놓은 '40세 출산기'였습니다. 제목만 보고는 노산이라서 힘들게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한 체험담일 거라고 단순히 예상했기에 아무 기대가 없었는데, 정작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정선경은 재일교포 남편과 함께 일본 체류 중에 출산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모 나이 35세가 넘으면 노산으로 분류되어, 그 이전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는 기형아 검사 등을 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 의사가 그것에 대해 아무 언급이 없기에 자신이 먼저 물어보았답니다. 그러자 일본인 의사는 의아해하며 "왜 그런 검사를 하려고 합니까?" 물었고, 정선경은 "그냥 나이가 많은데 초산이라..." 하고 대답했답니다. 그랬더니 의사가 말하길 "양쪽 부모가 다 건강하고 아무 병력도 없는데 왜 굳이 그런 검사를... 재벌이세요?" 하더랍니다. 일본에서는 아주 특수한 검사로 분류되어 있어서 비용도 엄청나게 비싸다는군요.


그리고 의사는 "만약 검사를 해서 아이가 건강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 말은 '기형아 검사'에 대해서 제가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핵심을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경험이 없지만 주변을 통해, 그리고 많은 매체를 통해 익히 알고는 있었거든요. 산모의 나이가 많으면 병원에서 지레 겁을 주면서 이런저런 검사를 권한다고도 하고, 그 검사들 중에는 비용도 비쌀 뿐 아니라 자칫하면 태아에게 위험을 끼칠 수 있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더군요. 그래도 고민 끝에 검사를 택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기형아를 낳을까봐 겁나서..." 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기형아 검사'는 굉장히 무서운 제도입니다. 부모로 하여금 태어나지도 않은 자식을 두고,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지요. 하긴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예전에는 양수검사를 통해 태아의 성별을 알아내고, 딸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인공유산을 시키는 사례도 무척 많았다는군요. 무서웠던 그 시절과 비교해 보면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진 셈일까요?

태어나지 않은 뱃속의 아이는 사람이 아닐까요? 그래서 죽여도 살인이 아닌 걸까요?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의사의 질문을 듣고 고민에 빠진 정선경은 남편과 진지하게 상의했습니다. 남편은 한 달간의 고민을 끝낸 후 이렇게 말했답니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난다면 신의 축복이지만, 그 아이는 엄마 아빠의 손길을 덜 필요로 하고 머지않아 자기 삶을 찾아서 우리 곁을 떠나겠지. 그런데 만약 몸이 좀 불편한 아이가 태어난다면, 그 아이는 엄마 아빠의 손길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할 테니 우리가 항상 곁에서 돌봐주고 지켜줘야 하겠지. 사랑하는 아이와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것도 나는 행복할 것 같아."


정선경 남편의 그 말은 제 가슴을 심하게 울렸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기형아 검사에 반대하는 생각을 갖고 있던 사람이지만, 몸 속에서 태동을 느낀 적도 없고 아직은 부정(父情)을 경험하지 못했을 남자가 저런 생각과 말을 했다는 자체가 더없는 감동이었습니다. 결론을 내린 그들은 기형아 검사를 하지 않았고, 두 딸은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그 아이는 좀 더 오랜 시간을 우리와 함께 보낼 수 있을 거야" 라는 말을 들으니, 얼마 전 '무릎팍 도사'에서 아들의 자폐증을 고백했던 김태원이 떠올랐습니다. 그의 아내의 소원은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사는 거라고 했던가요? 그렇게 평생 부모가 손잡고 지켜주어야 하는, 건강하지 않은 아이의 존재는 세상의 시선으로 볼 때 무거운 짐이며 고통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네 식구는 지금 아주 행복합니다" 라고 말하던 김태원의 표정은 진심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공감하기에는 무리일 수도 있지만, 고통 속에서 오히려 진하게 전해져 오는 행복도... 있거든요.


노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꼭 필요하지도 않은 각종 태아 검사를 권하는 한국의 출산문화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무심히 생각하며 지나치고 있지만, 사실은 생명경시풍조의 일환이니까요. 정선경의 토크는 단순하고 짧았지만, 무엇보다 강렬하고 절실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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