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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 손진영, 부활의 기적으로 보답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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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등장하던 순간부터 손진영의 앞에 놓인 길은 순탄치 않아 보였습니다. 시원스런 목청은 좋았지만 전혀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기만 하던 노래 실력이 일단 걸림돌이었지요. 아슬아슬하게 예선을 통과했지만, 아무래도 그쯤에서 멈추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미끄러졌고, 다음 단계에서 또 미끄러졌습니다. 보통은 한 번 미끄러지면 그것으로 뚝 떨어져 끝이 나는데, 손진영은 미끄러질 때마다 김태원이 손을 잡아 끌어올려 주었기에 탈락과 부활을 거듭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의 스승이 된 김태원은, 진영이가 왜 비장함부터 먼저 배웠는지 그것이 너무 가슴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손진영의 거친 노래 속에서 흘러넘치는 처절함을 보고, 김태원은 오래 전의 자기 자신을 느꼈기에 그의 손을 놓을 수 없었지요. 긴 세월이 흘러, 고통 속에 방황하던 젊은이는 이제 누군가에게 기적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우연처럼 오래 전의 자신과 꼭 닮은 젊은이를 만났고, 그에게 두 번의 기적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손진영이 자신의 제자가 되어 멘토스쿨에 들어올 때, 그의 손을 잡은 채로 김태원은 말했습니다. "이제는 기적을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말은 더 이상 특별한 도움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김태원은 네 명의 제자 중 두 명을 탈락시켜야 했던 멘토스쿨 오디션에서, 자기가 직접 손진영을 떨어뜨렸습니다. 좋은 스승의 지도를 받으며 크게 발전하기는 했으나,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요. 무서운 동생들, 이태권과 백청강의 실력에 밀린 것은 객관적 사실이기 때문에 억울한 탈락은 아니었습니다.
'부활' 콘서트의 피날레를 눈물로 장식하면서, 손진영 자신도 그것이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했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이미 김태원과 죽을 때까지 만날 사제의 인연을 맺었으나, '위대한 탄생'의 본선 무대에서 다시 영광스런 모습으로 스승을 뵐 수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났습니다. 손진영은 놀랍게도 패자부활전 1위를 차지하여, 생방송 무대에 합류할 최후의 자격을 얻어낸 것입니다. 패자부활전의 심사는 담임 멘토를 제외하고 이루어졌기에, 김태원은 전혀 도움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이루어낸 쾌거였습니다.
"노래를 왜 그렇게 슬프게 불러? 너무 슬퍼서 몸서리가 쳐져!" 김태원 멘토스쿨의 파이널 오디션에서 악역을 맡았던 박완규가 거침없이 내뱉은 독설이었습니다. 이어서 스승 김태원이 자상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손진영씨의 노래와 삶에는 후렴만 있습니다. 후렴은 그 누구의 것보다 아름답지만, 이제는 1~2절을 만들어야 합니다. 부드러움이 있어야만 1~2절을 소화할 수가 있습니다."
손진영은 탈락한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그 가르침을 깊이 새겨 연습에 몰두했던 모양입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듣는 사람을 거북하게 할만큼 과도하게 넘치던 감정을 어느 사이엔가 자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명백한 기적이었습니다. 기본기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자기 뜻대로 감정을 적절히 담거나 줄이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절박함을 빼고 편안한 무대를 선보인 손진영에게, 최고의 독설가인 방시혁조차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다른 멘토들도 흐뭇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멘토스쿨에서 함께 탈락했던 양정모는 손진영과 달리, 언제나 노래에 감정을 담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었지요. 스스로도 부족함을 깨닫고 어떻게든 채워 보려고 노력했으나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심사를 맡은 멘토들조차, 그것이 마음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데 양정모와 마찬가지로 역시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손진영은 그것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기적이 가능했을까요?
'위탄'이 '슈스케'와의 차별화를 위해 선택한 '멘토 시스템'은 아주 큰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무엇보다 불안과 긴장에 시달리던 젊은 제자들이 스승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은 흐뭇한 감동을 전해주었지요. 마음이 안정되면 노래 실력도 급속도로 발전하더군요. 지금까지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백청강이었습니다. 비유하자면, 말라 죽어가는 화분에 맑은 물을 듬뿍 부어주니 금세 줄기와 잎이 싱싱해지고 아름다운 꽃이 피는 것처럼, 김태원의 멘토스쿨에 들어가기 이전과 이후의 백청강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런데 비교적 둔감하여 변화가 느리던 손진영도 이제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그렇지요, 정말 달라진 것은 노래가 아니라 손진영 자신이었습니다. 너무나 슬퍼하면서 '위대한 탄생'을 찾아왔던 그는 이곳에서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 준 스승 김태원을 만나, 이제 행복해졌고 더 이상 절박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편안히 노래하자, 어느 때보다도 훌륭한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예전에는 어딘가 기죽은 듯 했는데 이젠 오히려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자신만만해 보이더군요. 패자부활전 1위를 차지한 그에게 박혜진 아나운서가 소감을 물었는데 생뚱맞게 '마지막 콘서트'를 큰소리로 부른 것도 좀 당황스러웠고, 느닷없이 탈락한 동료 8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이제부터는 그대들을 위해 노래하겠다고 힘차게 외친 것도 좀 오버액션이긴 했습니다. 어찌 보면 그 종류가 슬픔에서 기쁨으로 바뀌었을 뿐, 감정의 과잉 방출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위대한 탄생'에서 누구보다 큰 사랑을 받고 은혜를 입은 손진영은, 그에 걸맞는 기적을 이루어 스승에게 보답했습니다.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고 강조하던 김태원의 심사기준에 걸맞게,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패자부활전에서 손진영과 함께 부활의 기쁨을 누린 또 다른 한 명은 신승훈의 멘티인 조형우였습니다. 노래실력도 훌륭할 뿐 아니라 외모적인 스타성까지 갖추어서, 가장 유력한 부활 후보로 점쳐졌던 인물입니다. 개인적으로 그가 부른 '가시나무'에서는 큰 감흥을 받지 못했으나, 그런대로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가시나무'는 하덕규의 원래 버젼이 워낙 좋아서..;;) 너무 '착실한 교회 오빠' 같은 분위기를 수차례 지적당하자, 앞으로는 좀 더 방탕한 생활을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조형우의 재치도 좋았습니다.
한편 박원미는 노래의 처음부터 격하게 흐느끼면서도 용케 끝까지 완창을 하더군요. 그녀가 말한 것처럼 정말 벅찬 기억과 밀려드는 감동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무슨 억울함과 설움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은미의 멘토스쿨에 여전히 의구심이 한가득이라서 말이죠. 미리 합격이 확정된 듯한 권리세와 김혜리 곁에서, 박원미와 이진선이 느꼈을 감정을 생각하면 저렇게 흐느낄만도 하다 싶고..;; 뭐 그렇더군요. 울면서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에 멘토들이 전부 놀라서 토끼눈이 된 것을 보니 좀 우습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박원미의 눈물은 멘토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김태원은 어느 영화보다 감동적이었다고 평했으며, 까칠한 방시혁은 무려 9.5점의 최고점수를 주었습니다. 덕분에 박원미는 조형우와 공동 2위를 차지했으나, 최후의 선택에서 조형우에 밀려나 결국 탈락하고 말았지요. 사실 우느라고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도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김정인 양은 왜 그토록 부르고 싶다던 '거위의 꿈'이나 '마법의 성'을 버리고, 자기 나이에 걸맞지도 않는 '나 가거든'을 선택했을까요? 패자부활전의 선곡은 전적으로 참가자의 뜻에 맡긴 거 아니었나요? "이 삶이 다 가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이렇게 처절한 노래를 겨우 11살짜리가 부른다는 게 너무나 어색한 나머지, 정인이의 청아한 목소리에도 저는 좀처럼 집중이 안 되더군요. 선곡만 좋았다면 충분히 부활도 가능한 실력의 정인이였는데, 계속되는 선곡의 악순환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파란만장한 우여곡절들을 거쳐서, 드디어 다음 주면 대망의 생방송이 시작되는군요. 어쩌면 제가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한 표를 주고 싶어서 전화기 버튼을 누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위탄'은 그 제목만큼 위대합니다. 이렇게 감정이 몰입되고, 설레임으로 기다려지는 무대는 처음이니까 말이에요. TOP12의 열정은 결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으리라고 믿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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