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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2' 훌륭한 연기력, 그러나 함량미달의 공포 본문

책과 영화와 연극

'고사2' 훌륭한 연기력, 그러나 함량미달의 공포

빛무리~ 2010. 7. 31.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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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대는 없었으나 그저 호기심에 '고사2'를 보고 왔습니다. 전편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는 불가능했지만, 역시 수작(秀作)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여 저의 예상은 엇나가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으로 어지럽게 흔들리는 화면과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시끄럽게 질러대는 비명소리 및 끼익거리는 음향효과 때문에 눈과 귀가 상당히 피로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허술한 플롯 때문인지 공포는 함량미달이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시간을 늘리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지 않아서 1시간 30분도 안 되는 짧은 러닝타임으로 마무리한 것이 오히려 깔끔하게 느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별 내용 없이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것만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영화를 더 이상 길게 본다는 것은 너무 지치는 일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건질만한 부분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소녀들의 연기가 참 괜찮았어요.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연기자는 18세의 여고생 지연과 갓 스무살의 최아진이었습니다.


지연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보면, 그야말로 티없이 밝고 장난기 어린 소녀의 모습인데, 영화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더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수심에 가득찬 소녀의 어두운 내면을 잘 표현해냈습니다. 새하얀 얼굴로 조용히 연기하는데도 저절로 극도의 슬픔이 묻어나는 지연의 연기력은 충분히 칭찬받을만 했습니다. 덕분에, 비록 허술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몰입이 가능했어요. 극 중 이름은 '이세희'인데, 세희가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일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는 나중에 밝혀집니다.

최아진이 맡은 역할은 전교 1등에 부잣집 딸이며 까칠한 성격의 '염지윤' 입니다. 지윤이는 남학생보다 훨씬 더 섬뜩한 악랄함으로 무장한 학교짱이더군요. 웬만한 남학생들도 모두 그녀 앞에서는 기가 죽거나 또는 양보합니다. 악역의 중심인 그녀는 희생자가 되는 순간에도 끝까지 악랄한 태도를 잃지 않습니다. 최아진의 연기력은 정말 최고였어요.

(지윤이가 죽는다는 것도 일종의 스포이긴 하지만, 그녀를 향해 핏빛 손길이 뻗쳐온다는 것은 초반부터 누구나 알 수 있기 때문에 별로 대수로운 것은 아닙니다. 반전에 해당되는 중요한 내용은 절대 밝히지 않겠어요. 스토리가 허술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공포영화인데 반전을 미리 밝혀 버리는 것은 못할 짓이니까요^^)

지연과 최아진 외에도 박은빈, 윤승아, 남보라 등 소녀들의 연기력은 대부분 괜찮았습니다. 그에 비해 남학생들의 존재감은 약한 편이었지요. 윤시윤의 역할도 생각보다는 비중이 작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의 존재감이 큰 영화입니다. 선생님 중에서도 교생 황정음의 역할이 교사 김수로의 역할보다 훨씬 더 중요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연기 내공이 있는 김수로에게 좀 더 큰 비중을 두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무게중심을 제대로 잡아주고 있었는데, 너무 일찍 퇴장해 버리더군요.


'고사2'는 상상을 초월하는 학교 폭력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원한의 복수를 다루고 있습니다. 학원공포물의 정석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정작 영화는 무섭지 않은데, 현실 속에서도 그런 학교 폭력이 이루어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몹시 끔찍하더군요. 짜임새가 부족한 것은 그렇다 치고, 학교 폭력을 너무 원색적이고 선정적이고 잔인하게 표현한 장면들은 거북스러웠습니다.

전교 1등부터 30등까지의 우등생들만을 모아 놓고 여름방학 특별 보충수업이 시작되자마자, 학교는 무작정 피로 물들고 비명소리와 죽음의 향연이 찾아옵니다. 슬쩍 던지는 암시도 없이 그냥 무턱대고 사람이 죽어나가기 시작하니,무섭다기보다는 "뭐하는 거야?" 이런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게다가 너무 단순한 플롯을 커버하기 위해서 혼란을 주려는 속셈이었는지, 중간에 아주 생뚱맞은 떡밥이 불쑥 나옵니다. 현아(남보라)가 죽은 후 "어미가 억울하게 죽음을 맞으니, 아들이 복수하지 않겠느냐?" 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세희가 발견하는데, 폐비 윤씨의 죽음과 연산군의 복수를 뜻하는 말이라더군요. 처음 볼 때부터 상황과 너무 안 어울려서 짜증스러웠는데, 끝내 중심적인 내용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족에 불과했어요.

초반에는 이렇게 한심했지만, 그래도 차츰 과거의 그 사건이, 원한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는 약간의 개연성이 부여되고 긴장감도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재미있다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후반에는 그럭저럭 볼만했어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아쉬웠던 점은 황정음의 연기력이었습니다. '자이언트'에서의 이미주 역할은 그녀 본인의 성향과 부합되는 점이 많아서인지 그런대로 소화하고 있지만, '고사2'에서의 교생 '은수' 역할은 정말 크게 아쉬웠습니다. 절대 한 조각도 코믹한 느낌을 주면 안 되는 중요 역할이었거든요. 후반으로 갈수록 그 비중은 더 커지는데...

무엇보다 그 목소리와 발음 때문에 공포 분위기의 맥이 뚝뚝 끊기더군요.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더구나 학생도 아니고 선생 역할인데 혀짧은 소리로 말하고 있다면 어떻게 분위기가 살겠습니까? 와중에 발음을 똑똑히 하려고 일부러 애쓰고 있는 모습까지 모두 포착되니, 그 또한 난감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눈치채는 순간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교생 은수가 아니라 연기자 황정음이니까요. 몰입도 0%가 되는 것이지요. 근본적으로 발음 교정이 완벽히 되지 않는다면, 그녀의 연기활동은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예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아쉬운 영화였지만, 그래도 청춘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에서 풋풋함을 즐길 수는 있습니다. 중간에 피범벅이 되어 버린다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무섭게 분장을 했다고 해서 그 청춘들이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니더군요.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던 소녀들은 물론이고, 비록 여학생들보다 존재감은 약했지만 지창욱, 손호준 등의 남학생들도 나름대로 멋진 매력을 뽐냈습니다. 그러니 전통적인 학원 공포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큰 기대 없이,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쯤 보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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