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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나를 구하러 온 거죠? 그렇죠? 본문

책과 영화와 연극

아저씨, 나를 구하러 온 거죠? 그렇죠?

빛무리~ 2010. 8. 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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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소미예요. 나는 11살이고, 나이트클럽에 춤을 추러 다니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누구인지 몰라요. 가끔씩 엄마를 찾아오는 아저씨들 중에 내 아빠가 있느냐고 물어 보았지만, 엄마는 화를 내며 모른다고만 했어요. 아저씨들이 찾아오면 나는 무조건 밖에서 놀다 오라는 엄마한테서 쫓겨나 거리로 나왔지만, 아무데도 갈 곳이 없었습니다.

내 별명은 '쓰레기통'입니다. 뱃속에 내가 있을 때, 엄마는 화가 나서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찼다가 발가락이 부러진 적이 있었대요. 그래서 내 별명이 쓰레기통이 되었다는데, 아이들은 모두 내가 더러워서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아무도 내 곁에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아요.

엄마는 가끔 팔목에 주사바늘을 꽂고 누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어요.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요즘은 그 주사약이 떨어졌는지, 엄마는 한동안 안절부절 못하고 그 약만 찾으러 다녔어요. 나에겐 밥 사먹을 돈도 주지 않고, 만날 밖에 나가서 놀라고 하지요. 내가 동네 가게에서 조금씩 도둑질을 했던 건 사실이지만, 나도 어떻게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이런 나에게도 친구가 있어요. 꼭 한 명 뿐이지만, 그 친구와 함께 있을 때면 정말 행복하답니다. '전당포 귀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옆집 아저씨예요. 전당포 귀신과 쓰레기통,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요? 아저씨도 나처럼, 나 말고는 아무도 친구가 없어요.

하루종일 전당포 안에서 나오지 않는 아저씨를, 동네 사람들은 깡패라고도 하고 살인마라고도 하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어요. 우리 엄마도 이 아저씨는 성폭행범이니까 같이 놀지 말라고 했지만, 엄마의 말도 역시 상관이 없어요. 엄마가 나와 놀아주지도 않고 밥도 챙겨주지 않을 때, 아저씨는 나와 놀아 주고 밥도 먹여 주었는 걸요.

어제는 아저씨에게 너무 많이 서운했어요. 내가 도둑질을 하다가 들켜서 길거리에서 혼나고 있었는데, 경찰 아줌마는 "어른이 와야 해결된다" 면서 엄마를 불러 오라고 했거든요. 그 때 저만치서 아저씨가 나를 지켜보고 있길래, 나는 아저씨를 가리키며 아빠라고 했어요. 그런데 경찰들이 아저씨를 부르며 다가가자, 아저씨는 나를 모른척 하고 재빨리 골목 뒤편으로 사라져 버리더군요. 아저씨도 내가 창피하고 싫은 모양이에요. 하지만 나는 미워하지 않을 거예요. 아저씨마저 미워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게 되니까요.


오늘은 아저씨한테 놀러가지 않고 집에 일찍 들어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어떤 남자들이 엄마를 붙잡아 목을 조르고 있었어요. 엄마는 피투성이가 되어 바로 기절해 버렸죠. 그 남자들은 엄마와 나를 함께 차에 태우고는 누군가한테 전화를 했어요. 엄마가 카메라 가방 속에 숨겨서 맡겨 놓은, 하얀 가루가 들어있는 비닐봉투를 내놓으라는 거였어요. 그 카메라 가방을 맡고 있는 사람은 옆집 전당포 아저씨예요. 내가 엄마를 부르면서 막 울었더니,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전화기 속에서 아저씨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어요.

잠시 후에 전당포 앞에 세워져 있던 차는 출발했고, 건물 안에서 뛰어나오는 아저씨가 보였지요. 뒷쪽 창문으로 내다보니 아저씨는 나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었어요. 나는 울면서 아저씨를 불렀지만, 아저씨는 점점 멀어졌어요. 그리고 나는 개미굴로 팔려갔지요.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훔쳐 온 물건을 이쪽 저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요. 어린아이기 때문에 의심을 받지 않거든요. 나는 엄마가 어디에 있느냐고 매일 물어봤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어요.

나는 원래 네일아트에 소질이 있어요. 함께 있는 아이들 손톱을 예쁘게 꾸며 주었더니 모두 좋아했어요. 엄마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이곳에서의 생활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더군요. 여기서는 아무도 나를 쓰레기통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나를 따돌리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또 어떤 남자들이 와서는 나만 끌고 나가 커다란 차에 태웠어요. 뭔가 이상한,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어요.

하얀 옷을 입고 있던 그 남자는 의사선생님 같기도 했는데, 굉장히 무서운 얼굴을 하고 나에게 말했어요. "네 엄마는 벌써 하늘나라에 갔단다. 이제 너도 엄마를 만나러 가야지? 꼬마야, 많이 아프지는 않을 거다. 금방 끝날 거야." 그 손에서는 조그만 칼이 반짝반짝 했어요.

아이들이 몰래 속삭이던 말이 설마 사실이었던 걸까요? 며칠 전에 집으로 돌아간다면서 기뻐하며 나갔던 그 언니가, 사실은 집에 간 것이 아니라 눈알을 뽑히고 죽었다던 그 말을 나는 믿지 않았는데, 저 남자는 지금 내 눈을 뽑으려는 걸까요? 나를 구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나는 정말 여기서 이렇게 죽어야 하는 걸까요?


그런데 한참을 자고 일어나 보니, 옆집 아저씨, 전당포 귀신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어요. 아직도 잠이 덜 깬 것처럼 머리는 어지러운데, 이건 꿈일까요? ... 꿈이라도 좋아요. 아무도 나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는 줄만 알았는데, 모두가 나를 쓰레기통이라고 부르면서 멸시하고 외면하는 줄만 알았는데, 아저씨... 나를 구하러 온 거죠? 그렇죠? 정말... 나를 구하러 온 거 맞죠?

아저씨의 잘생긴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것을 보니, 나를 구하러 오는 길이 많이 힘들었나봐요. 이젠 다 용서해요. 저번에 경찰들 앞에서 나를 모른 척 했던 것도, 이젠 다 괜찮아요.

아저씨는 나에게 미안하다면서 말했지요. "너무 아는 척하고 싶으면, 오히려 모른 척 하고 싶어져..." 나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지만, 아저씨는 웃으면서 몰라도 된다고 했어요. "한 번만... 안아 보자." 아저씨는 온통 피범벅이 된 몸으로 나를 안았어요. 하지만 너무 따뜻했어요.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아빠... 아빠의 품에 안겨 있는 것 같았어요.

"혼자 서는 거야. 할 수 있지?" 라는 아저씨의 물음에 나는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지요. 아저씨가 나를 구하러 와 줬으니까, 난 이제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이제 잠시 헤어져야 할지도 모르지만, 소미는 혼자서도 잘 지내고 있을게요. 그리고, 기다릴게요. 영원한 내 친구... 아저씨! ................



전혀 아저씨같지 않은 아저씨가 등장하는 영화 '아저씨' ... 한 마디로 매혹적인 영화였습니다. 작품성은 그리 높게 평가할 수 없을 듯도 하지만, 무엇보다 몰입도가 상당합니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틀어서 제가 이렇게까지 심장을 두근거리면서 몰입해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원빈의 최강 비주얼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는 솔직히 말 못하겠지만, 단지 비주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맡은 차태식이라는 역할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내용의 전개도 긴박감이 있고, 스쳐 지나가는 대사 하나 하나가 매우 생생한 현실감을 전달해 줍니다. 조연들은 비교적 생소한 얼굴들인데, 하나같이 감탄을 금할 수 없는 연기력을 자랑합니다.

말하자면 이런 느낌이었어요. 최고의 패셔니스타가 신상을 입고 등장했는데, 기존의 자기 이미지를 완전히 깨뜨릴 만큼 파격적인 의상인데다가, 그 스타일이 아주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거죠. 얼핏 안 어울릴 듯 하면서도 그 언밸런스함이 오히려 매우 신선하게 느껴져서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느낌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차태식의 과거에서 신비감이 더해지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에 저절로 눈물이 맺힙니다. 그가 왜 옆집 소녀에 불과한 소미를 위해 목숨까지 거는지, 그 이유는 지나간 세월의 비밀 속에 담겨 있어요. 그 슬픈 사슴 같은 눈망울을 해가지고 군계일학처럼 최강의 액션을 선사하며 '나쁜 놈'들을 추풍낙엽처럼 처단해 버리니, 끔찍하기보다는 오히려 속시원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군요.

원빈에 대해 길게 늘어놓아 봐야 '닥치고 찬양하는' 글 밖에 안될 테고, 시놉시스가 간단한 편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스포일러를 너무 많이 포함하게 될 것 같아서 어떻게 리뷰를 쓸까 고민하다가, 소녀의 입장에서 독백 형식으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요즘은 어느 작품에서나 아역이 명품인데, 어린 김새론도 만만치 않게 자기 몫을 훌륭히 해냈습니다. '쓰레기통'이라는 별명을 가진, 외로운 소녀의 캐릭터를 담담한 표정 속에 감추어진 슬픔으로 표현하는 연기는, 거의 타고난 배우라고 할만했습니다.

'아저씨'는 액션이지만, 오히려 여성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남성 위주의 액션 영화에는, 일반적으로 여성 관객들에게 혐오감을 일으키는 장면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그런 것이 없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더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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