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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詩 - 눈 오는 지도 본문

책과 영화와 연극

추억 속의 詩 - 눈 오는 지도

빛무리~ 2010. 6. 1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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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블로그에 등록은 해 두었지만 거의 활동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시(詩)'를 주제로 포스팅을 하라는 메일이 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모처럼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며 참여해 볼까 합니다...^^
학창 시절에 국어 수업을 위해서 참으로 많은 시를 외웠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제가 스스로 좋아하는 시가 많았기에 애써 여러 편을 외워 보았었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점차로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활동을 시작하여 잊어버리게 되더군요. 그런데 중학교 1학년 때 외웠던 두 편의 시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동시를 제외하고 제가 가장 어린 나이에, 깊은 감동을 느껴서 푹 빠져들어 외웠던 시였거든요. 한 편은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이고, 또 한 편은 윤동주 시인의 '눈 오는 지도' 입니다.

'즐거운 편지'는 연애시의 고전으로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고 있지만, '눈 오는 지도'는 비교적 덜 알려진 듯 합니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 중에도 '서시' 라든가 '별 헤는 밤' 등의 많은 애송시가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눈 오는 지도'를 가장 좋아합니다. 연애시로 해석한다면 마음을 전하지도 못한 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애절한 심정을 노래한 것이라 볼 수 있겠으나, 저는 청교도적 삶을 살아갔다는 윤동주 시인의 생애를 떠올려 볼 때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마음을 연정에 비유해서 노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 안을 돌아다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 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歷史)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 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 속에만 남아있는 것이냐.
네 조그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나려 덮여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 년 열두 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이제 여름의 문턱에 서서, 눈 오는 지도를 떠올리니 비록 스산한 아픔도 느껴지지만 왠지 조금은 시원한 느낌도 드는군요. 그 암울한 시대 속에 청춘을 보내다가 기쁜 날을 맞이하지 못하고 불꽃처럼 스러져 간 젊은 시인의 감성에 새삼스레 젖어드는 시간이었습니다.

* 사진 출처 : http://cafe.naver.com/cm36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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