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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드라마 리뷰 /개인의 취향

'개인의 취향' 볼수록 이민호에게 빠져든다

빛무리~ 2010. 4. 25. 08:41


'개인의 취향' 7회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인물은 담예술관의 최관장(류승룡)이었습니다. 그 기품있는 신사가 느닷없이 전진호(이민호)에게 범상치 않은 호감을 고백하며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드러냈던 것이지요. 언젠가 포장마차에서 박개인(손예진)이 술에 취해 떠드는 소리를 들었기에, 전진호가 자기와 같은 게이라고 오해를 했고, 그래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류승룡의 연기력은 과연 찬사를 받을만했습니다. 그는 짧은 분량 속에서도 더할 수 없이 충분하게 자기의 역할을 수행했지요. 너무나 은근하게, 극도로 조심스럽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놀라움과 충격과 신선함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생각지도 않은 감동이 다가와 제 가슴을 울렸습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최관장의 방을 나서던 전진호는 한창렬(김지석)과 딱 마주칩니다. 언제나처럼 촐랑대고 가볍기 이를데 없는 창렬은 "최관장이 게이라는 사실을 이용하는 치사한 녀석"이라며 진호를 몰아세우고, 진호는 "최관장님을 이용한 적 없다"고 대답합니다. "그럼 뭐냐? 이용한 게 아니면, 네가 정말 게이라도 된다는 거냐?" 하고 창렬이 묻는 순간, 저만치에서 애절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는 최관장의 모습이 진호의 눈에 들어옵니다. 그 순간, 전진호는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이미 최관장은 자신을 게이라고 오해해서 마음을 주고 있는 상황인데, "나는 게이가 아니다"라고 부인해 버리면 자연스럽게 최관장을 이용한 셈이 됩니다. 또 하나의 방법이라면 창렬에게 대답하지 않고 완전히 무시해 버린 채 돌아서는 방법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것도 역시 소극적인 회피에 가까운 태도입니다. 전진호는 놀랍게도 사실이 아닌 사실을 인정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래, 나... 게이다."

한창렬의 인격을 잘 알면서,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떤 모욕적인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인지를 알면서도 전진호는 그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거짓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 무엇보다도 우선 순위를 차지하는 가치는 바로 사람... 사람에 대한 이해와 동정심이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지극히 도시적이고 차갑게 보이는 전진호가 사실은 보기 드물 정도의 깊은 동정심을 지닌 캐릭터임은 이미 박개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여실히 증명된 바 있습니다.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여자인데, 그녀가 넘어지거나 부엌 칼질을 하다가 손을 베거나 생리통으로 배를 움켜잡고 있거나, 이렇게 사소한 아픔들까지도 전진호는 외면하고 넘기지를 못합니다. "저 여자 때문에 바빠서 못살겠네" 하고 투덜거리면서도 그녀를 위해 약을 사다주고 마사지를 해주는 등 최선을 다합니다.

사실 그 전까지는 지나친 오버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박개인의 캐릭터 자체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그녀에게 맞춰 주어야 내용이 전개될 수 있겠다 싶었지요. 한쪽에서는 너무 쉽게 사람을 믿고, 경계심이라고는 조금도 없이 기대고 의지하고 매달리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너무 매끄럽게 나몰라라 하며 개인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스토리의 진행 자체가 어려울 테니까요. 그녀가 오버하는 것의 절반 정도는 그도 오버하면서 맞장구를 쳐 주는 것 정도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최관장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도 아닌 한창렬의 앞에서, 자기가 게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전진호의 모습은, 박개인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새롭게 증명했습니다. 타인의 아픔을 감싸주지 않고 그냥 모른척 하기에는 그 마음속의 동정심이 너무 컸던 것이지요.

너무 착하고 둔하고 순진해서 친구에게조차 바보처럼 만날 속아넘어가는 박개인이, 그의 눈으로 보기에는 지독한 약자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에게서도 이해받지 못하는 성적 소수자로서의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는 최관장 또한 그의 눈으로 보면 보호해야 할 약자였습니다. 이제 보니 전진호는 요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성자(聖者)의 캐릭터에 가깝군요. (이 시대, 드라마에 성자가 출현하는 이유) 비현실적이라도, 너무 미화된 면이 있더라도, 저는 그래도 이런 캐릭터가 좋습니다. 마치 파라다이스를 눈으로 보는 듯... 그야말로 '안구정화'가 되는 느낌이에요.


동정심이 깊은 캐릭터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채영(유민) 또한 그러했지요. 태섭(송창의)가 어렵게 고백하는 말을 듣고, 자기 자신의 충격이나 상처는 뒤로 한 채 "네가 가엾어서 내 마음이 너무 아파" 하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참으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유민의 연기력이 조금만 더 뒷받침 되었더라면 충분히 큰 인기를 끌 수도 있었을 캐릭터인데 무척 아쉬운 부분이었지요.

그에 비해 이민호의 연기는 갈수록 나아지고 있네요. 처음에는 캐릭터에 비해 너무 어리고 뻣뻣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는 제법 나이든 분위기도 자아낼 줄 알고, 점점 유연하게 캐릭터에 동화되어 가고 있는 듯 합니다. 그의 우월한 외모와 더불어 전진호라는 캐릭터의 내면적 아름다움을 끝까지 잘 표현해낼 수만 있다면 '꽃남'의 영광을 이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비록 그때만큼 시청률 대박을 이루지는 못한다 해도, 괜찮은 작품을 통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만 받는다면, 거품이 많이 낀 것으로 보였던 '꽃남'의 인기가 결코 거품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테니, 연기자로서 그의 앞날에는 더욱 좋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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