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개인의 취향' 손예진, 망가진 것만큼 보상받을 수 있을까? 본문
사람의 겉모습이 꾸미기에 따라서 얼마나 달라 보일 수 있는지를, 여배우 손예진은 '개인의 취향' 1회에서 아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보는 내내 정말 손예진이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가녀린 청순미의 대명사였던 그녀가 어찌나 구질구질해 보이는지, 아무리 연기라고는 하지만 좀 안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녀의 연기력은 두말없이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손예진은 어디가고 '박개인'이라는 캐릭터만 남았더군요. 이름도 참... 어울립니다...-_-;; 환하게 개인 날 태어났다고 해서, 평생토록 밝게 개인 인생을 살아가라는 뜻으로 부모가 지어 준 이름이라는데... 해몽을 들어도 왠지 석연찮은 꿈처럼, 저는 '박개인'이라는 이름이 대략난감하게만 느껴지는군요.
박개인이라는 여자는 우선 머리가 좋지 않아서 금방 들은 말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합니다. 둔하기도 이를데 없어서 남자가 아무리 노골적으로 헤어지자고 눈치를 줘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사랑에 빠지면 자존심이라고는 세울 줄 모르고, 사람을 믿는 것은 좋으나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대책없는 지경입니다. 선량한 마음과 깊은 동정심을 지녔으나, 한편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 수시로 사고를 칩니다. 헝클어진 파마머리에 펑퍼짐한 옷차림 때문인지 체격조차 어딘가 둔해 보이는... 박개인은 대략 이러한 캐릭터입니다.
명랑 쾌활한 사고뭉치 여주인공은 그리 낯선 캐릭터가 아니지요. 거기다가 처음에는 꾸미지 않고 선머슴아처럼 하고 다녀서 안 예쁜 것처럼 보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녀의 미모가 빛나게 될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명랑소녀 성공기'의 장나라가 언뜻 생각나는군요. 그리고 대책없이 남자를 믿고 사랑하는, 착하고 순진한 여주인공 또한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박개인의 캐릭터가 무조건 식상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제까지의 드라마 여주인공에게서는 좀 찾아보기 어려웠던 특성을 갖고 있어요. 살짝 머리가 나쁘고 엄청나게 눈치가 없는, 둔한 여자라는 특성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특징이 여주인공을 빛나게 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백치미'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예쁜 여자가 어딘가 좀 모자라 보이는... 이런 백치미는 전적으로 남성들에게만 어필하는 것이니, 어쩌면 제가 여성이라서 매력을 못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정말 이렇게 나가도 괜찮을까요?
털털한 사내아이처럼 하고 다니던 여자가 나중에 지극히 여성적인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나쁘고 눈치없다는 특징에는 변화를 주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초반에 이렇게 설정되었는데, 후반에 가서 똑똑하고 센스있는 여자로 변한다는 건 말이 안되겠지요. 결국 손예진은 자기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백치미' 캐릭터를 끝까지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랑의 주도권은 남성에게로 넘어가게 됩니다. 여자는 눈치가 없기 때문에 사랑의 신호를 읽어내지 못할 것이고, 각각의 상황에 따른 대처 능력은 제로에 가까우니 언제나 정면돌파만 하려고 하겠지요. 하지만 머리가 나쁘니 그녀의 판단은 틀리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며, 결국 여기저기서 사고만 치고 다니는 그녀를 남주인공이 쫓아다니며 수습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민호는 충분히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 '꽃보다 남자'의 얼짱 고등학생 구준표의 그림자가 남아서인지, 20대 후반의 건축설계사 '전진호'와 완벽한 일치를 이루지는 못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훌륭한 비쥬얼에 나쁘지 않은 연기력을 갖추었으니 '개인의 취향'은 그에게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주인공 전진호는 그의 존재 자체가 주변을 빛나게 하는 좋은 역할이더군요.
그러나 손예진은 '박개인'이라는 캐릭터가 지닌 한계로 인해, 그녀의 연기력과는 상관없이 평가절하될 우려가 있어 보입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단순 우직한 그녀의 특성이 빛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남자의 사랑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되거든요.
첫방송에서 보여진 것처럼, 애인에게 배신당하고 친구에게 뒤통수 맞고 술 마시며 찔찔 울다가 애먼 데 가서 사고칠 뻔하는 한심한 모양새로는 안됩니다. 멋진 남자가 순수한 그녀의 장점을 알아보고, 그녀를 인정하고 사랑해 주어야만 박개인의 매력이 살아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빛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서 빛나게 되는 수동적 여주인공 캐릭터지요.
이런 상황이니 고운 외모를 사정없이 망가뜨려 가면서 이번 작품에 임하는 손예진이, 과연 망가진 것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녀가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한계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 '추노'의 방화백님이 왕손이의 아버지셨군요. 김지석씨, 안석환씨 두 사람 다시 만나니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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