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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포상휴가 방송에 분노했던 사람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남자의 자격' 포상휴가 방송에 분노했던 사람들

빛무리~ 2010. 2. 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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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에 방송된 '남자의 자격, 아날로그편'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는 블로거 기사를 보았습니다. 저는 평소 언제나 그분의 글을 감탄하며 읽곤 하지요. 어제도 그 설득력 있는 글솜씨에 빨려들어가며, '남자의 자격'이 혹시라도 '패떴'처럼 침몰하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제까지만 해도 그 방송을 못 본 상태였거든요.

뒤늦게서야 방송을 보았습니다.
그 기사에서 읽었던 대로 '아날로그'편에서 출연자들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냥 퍼질러 앉아서 자기들의 옛 추억이나 곱씹으며 수다판을 벌이다가, 밥을 지어서 먹고 쉬고... 그러고 그만이었습니다. 만약 이게 정상적인 방송분이었다면, 그야말로 제작진이고 출연진이고 제정신이 아니라 할만했지요. 그러나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날로그' 편은 처음부터 대놓고 '포상휴가'라고 명명된 방송이었으니까요.


시작할 때부터 멤버들은 제대로 된 오프닝도 없이 웬 허름한 만화방에 앉아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만화방이라는 장소 하나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쏟아져 나오는데, 거의 다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들이었지요. 12분 가량이나 그러고 놀더니 뭔가 이상하다 싶었던지 김국진이 나서서 제작진에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언제까지 하고 있어야 되는 겁니까? 방송을 계속 이러다 마는 겁니까?"

그 질문을 받은 제작진은 정확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오늘은 포상휴가입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하시면 되구요, 70~80년대식의 집을 구해 놓았으니 거기서 70~80년대 스타일로 살아보시면 끝입니다."


그 멘트를 듣는 순간 출연자들의 안색은 기쁨으로 확 풀렸고, 저는 그 순간 그들과 함께 휴식모드로 접어들었습니다. 어떤 강렬한 재미나 감동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오늘은 그들과 함께 아무 생각 없이 쉬어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방송은 저의 예상대로였습니다. 아니, 저의 예상에 비해서는 그래도 잔재미가 있었습니다.
풍로에 불을 붙일 줄 모르는 신세대 윤형빈이 헤매는 모습도 우스웠고, 외할머니 역할을 맡아 열심히 삼층밥을 퍼서 손주들(?)에게 나눠주는 김태원의 모습도 피식 웃으면서 볼만했습니다. 엉망진창 계란찜도, 서툴기 짝이 없는 디디알 게임도, 그냥 그들과 함께 휴식하기로 마음먹은 제 눈에는 조금도 불만스럽지 않았습니다. 쉰다는 것은 원래 그런 거니까요.


그 동안 너무 고생 많았지요. 한 회도 만만하게 지나가는 미션이 없었고, 최근의 마라톤과 지리산 등반은 그들의 체력으로 보아 무리라고 할만했습니다. 특히 이윤석의 경우는 "저러다가 잘못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보는 내내 가슴을 졸였지요. 그렇게 해서라도 미션을 완수하고 싶어하는 그의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입장도 결코 편하지는 않았더랍니다.

그렇게 쉬임없이 달려왔으니 한번쯤은 쉬어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미션에 임하는 그들처럼 보는 우리도 가슴 졸이고 힘들었으니 오늘은 그들과 함께 마음을 비우고 쉬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멤버들이 한 사람씩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김태원이 한 말은 정말... 깨더군요.

"그 동안 '남자의 자격' 프로그램이 모두 아름다웠지만, 이 테마가 나한테는 아주 마음이 편안하네요."

어쩜 좋습니까? 이건 제대로 방송한 게 아니라 휴가였단 말입니다. 마음이고 몸이고 아주 편안할 수밖에 없지요. 대체 뭘 한 게 있다고 힘들겠습니까? 분명히 처음부터 휴가라고 했는데, "이 테마가 나한테는 딱 맞네요" 라니... 정말 대책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날로그가 자기에게 맞춤옷처럼 잘 맞는다는 뜻이기도 했겠지만, 그런 뜻만으로 한 말이라면 앞부분은 언급되지 말았어야지요. 지금까지 체험해 온 테마들은 모두 제대로 방송하려고 마련한 것이었고, 오늘의 테마는 한번만 쉬자고 마련한 것인데 그걸 동급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니까요.


봉창 김성민조차도 이번 회에서는 별로 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뭐, 그것도 당연하지요. 그에게도 휴식할 권리는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은 다 쉬는데 그 혼자서만 열심히 나불거리고 캐릭터를 유지하며 일을 계속해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휴가라는 이유 때문인지, 이번 회에서는 멤버들 본연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 말이지요. 늘상 '제리 국진'에게 당하는 캐릭터를 잡고 스스로를 낮추며 '불쌍한 톰'의 역할을 맡아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경규가, 이번 회에서는 큰소리를 탕탕치며 도통 말의 주도권을 놓지 않고 좌중을 휘어잡으려는 예전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그에 반해 언제나 '에너자이저'처럼 떠들어대던 김성민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조용한 성품을 드러냈습니다. 그 동안 퍽이나 힘들었겠어요. 사실 평소에 보여주는 모습처럼 강철 체력이었다면 마라톤에서도 당연히 그가 1위를 했을텐데 결과는 4위였지요. 윤형빈, 김국진, 이정진에 비해 그는 확실히 체력이 약하고 쉽게 지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지리산 등반에서도 그런 모습이 드러났구요. 그런데 처음에 잡힌 컨셉 때문에 매번 지나치게 오버하고 쉬지않고 떠들어대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됩니다.


하여튼 모든 멤버들의 표정은 최대한 편안했고, 최대한 자연스러웠고, 최대한 행복해 보였습니다. 버럭질을 해대는 이경규도, 딴사람처럼 조용한 김성민도, 그 외의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제나 버거운 미션 수행에 헉헉대며 고통과 짜증으로 범벅이 되어 있던 그들이 그렇게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제 마음도 편안했습니다. 물론 고통 끝에 감동이 오는 것이기에, 이번 방송에서 감동은 없었지만 말입니다.

멤버들이 날방송을 했다고 분노하고, 방송이 재미없었다고 분노하신 분들은 아마 두 경우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초반에 제작진이 "오늘은 포상휴가입니다" 라고 언급하는 부분을 놓치고 못 보셨거나 아니면, "방송을 안할 때 휴가를 다녀오든가 하지 방송중에 휴가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겠지요.

그런 의견도 충분히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어차피 방송은 그들의 직업인데, 방송에 임할 때는 쉴 생각을 하기보다야 시청자의 즐거움을 위해서 어떤 고통도 참고 임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함이 마땅하지요. 방송을 안할 때 쉬면 되는데 굳이 방송 한 회분을 할당하여 '휴식' 이라는 테마를 잡은 것에 대해, 시청자로서는 충분히 불만이 있을 법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냥 봐주기로 했습니다. 같이 쉬는 기분도 나쁘지는 않았거든요.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과 더불어 추억을 되새기며 보낸 시간은 나름대로 행복했습니다.

그나저나 김태원에게는 꼭 말해주고 싶군요. "아저씨! 이번 테마가 제일 맘에 들면 어떡해욧! 이건 휴가란 말이에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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