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놀러와' 라디오 퀸들이 전해준 사람의 향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놀러와' 라디오 퀸들이 전해준 사람의 향기

빛무리~ 2010. 2. 2. 06:25
반응형


2월이 시작되던 첫날,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는 매우 특별한 손님들이 자리했습니다. 수십년째 라디오의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세 명의 '라디오 퀸'... 여성시대'의 양희은, '싱글벙글쇼'의 김혜영, '지금은 라디오 시대'의 최유라였습니다. 양희은씨는 간혹 TV나 공연 등에서도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김혜영씨와 최유라씨는 목소리만 익숙할 뿐 얼굴은 보기 어려운 연예인들이었지요. 정말 귀한 만남이었습니다.


저도 학창시절에는 라디오를 많이 들었었지요. 시간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 주파수를 맞추고,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공부를 하면서도 발가락을 까딱까딱하며 박자를 맞추던 일들이, 이제 저에게는 추억 속으로 사라졌는데 그분들에게는 여전한 현실이더군요. 참으로 신기하고 반가웠습니다. 


양희은씨는 지금도 활발한 가수 활동을 하시지만, 원래 코미디언 출신인 김혜영씨와 탤런트 출신인 최유라씨는 이제 DJ로만 활동하고 계신 듯 하더군요. 최유라씨는 오래 전 '무동이네 집'에서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8살짜리 꼬마 무동이로 열연했던 소년이 지금은 약관의 청년이 되어, 드라마 '주몽'에서 어린 주몽의 의붓형(소서노의 큰아들)으로 등장한 모습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꼈었는데, 꼬마 무동이의 이모 역할을 맡으셨던 최유라씨의 외모는 그 당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말이지요.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이미 수십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그 파트너들과의 끈끈한 우정이었습니다. 파트너 분들이 정성을 담아 써 주신 편지까지 전달되더군요. 여성시대의 강석우씨와 싱글벙글쇼의 강석씨의 편지에는, 양희은씨와 김혜영씨에 대한 깊은 동료애가 담겨 있었고 정말 친누나처럼, 친여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조영남씨의 편지는 너무 장난기로만 가득해서 마치 건성으로 쓴 듯이 느껴졌으므로 최유라씨가 약간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더군요. 하지만 조영남씨의 평소 성격을 생각해 보면 그런 식의 표현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DJ에게 불가피한 사정이 생기면 대타 DJ가 고용되어 일정 기간 동안 그 자리를 대신하는 일이 드물지 않게 되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가 않았던가봐요. 그 빈자리를 메꾸기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결혼한다는 김혜영씨에게 "생방송 마치고 결혼식에 가라" 는 바람에 저렇게 웨딩드레스를 입고 오후 2시까지 '싱글벙글쇼'를 진행한 후, 3시에 맞춰서 잡아놓은 예식장으로 강석씨가 운전해 주는 차를 타고 달려갔다더군요.

게다가 제주도로 떠난 신혼여행조차 단둘이 가지 못하고, 서울에 남아 있는 강석과의 이원생방송을 위해 온갖 스탭들이 줄줄이 따라갔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남녀 각방을 쓰게 되었다고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듣기에는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그때는 그게 현실이었나봐요. 그래도 김혜영씨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그렇게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늘 기뻤다고 하니, 정말 천직을 제대로 만난 것 같습니다. 그런 모든 사정들을 기쁘게 이해해주는 좋은 남편을 만나신 것도 같구요.


그리고 최유라씨와 김혜영씨 두 분에게 똑같이 일어났던 일인데, 출산을 한 후 5일만에 부장님의 전화가 걸려와서 다짜고짜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했다나요. 그녀들의 빈자리를 메꾸기가 정말 어지간히도 힘드셨나봅니다...;; 최유라씨는 너무 기막히고 화가 났다는데, 김혜영씨는 또 그 말이 너무 기뻤대요. 자기 일을 너무나 사랑하고 긍정적이시더군요. 그래서 대답했다나요. "잠깐 전화 좀 끊어 보세요. 걷는 연습 좀 하구요" ㅎㅎ 그러고는 출산 후 15일만에 복귀했다고 합니다.

또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라디오를 통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길이 참 많았다는 것도 새삼 떠오르더군요. 지금처럼 의사소통은 없이 그냥 ARS나 계좌이체 등으로 돈만 부치는 게 아니라, 좀 더 아날로그적이고 인간적인 방법으로 말이지요.


양희은씨의 여성시대는 한동안 '분실차량 회수 프로그램'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더 적나라한 표현을 쓰자면 도둑맞은 차량을 신고받아 동네방네 떠들어댐으로써 찾아주는 코너가 있었던 것이지요. 실제로 그 방송을 무심히 듣던 시민이, 바로 눈앞에서 그 도난차량의 번호와 특징을 그대로 가진 차량을 발견하고 여성시대로 신고하여 찾아줄 수 있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유라씨의 라디오시대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소형차 40대를 마련하여 전국 각지에 선물하였는데, 모두 청취자들의 작은 정성으로 이루어진 거였다더군요. 이 모든 추억이 얼마나 갚지고 아름다운 것일까요? ...오래 전부터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빛바랜 사진을 아직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는 최유라씨의 모습에서도 자기 일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그녀들의 모습을 보니 저도 라디오 DJ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더군요. 제 꿈은 그것이 아니었지만, 가끔 주변 사람들이 저에게 그쪽 일을 권할 때가 있었거든요. 하면 잘할 것 같다면서 ㅎㅎ 제가 궁극적으로 원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도조차 안해봤지만... 그 아름다운 세계를 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로 봐서는 뭐, 나이제한은 없는 것 같은데... 나중에라도 혹시 기회가 올지 누가 알겠어요? 기회만 주어진다면 열심히 해봐야지, 하고 혼자만의 생뚱맞은 꿈을 꾸는 밤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그녀들이 보여준 아날로그적 감성이 제 추억을 생생히 되살려서 마음을 자극했나 봅니다. 지금은 음악을 잘 안 듣지만, 예전에는 굉장히 좋아했었거든요. 라디오를 끼고 살았었는데... 지금보다 조금은 불편하고 번거로웠지만, 그만큼 사람의 짙은 향기가 물씬 풍기던, 그 시절의 향수에 젖어드는 밤이었습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