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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강호동 VS 은지원, 그 공들인 구도 완성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강호동 VS 은지원, 그 공들인 구도 완성

빛무리~ 2010. 2. 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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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안동편에서 그들은 다시 OB팀과 YB팀으로 나뉘어졌습니다. 김종민의 합류로 7명의 홀수가 됨으로써 가장 염려되었던 부분이, 3:3 복불복이 불가능해졌기에 멤버들끼리의 경쟁구도를 볼 수 없어서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점이었는데, 의외로 쉬운 해결책을 찾아냈더군요. 시민들 또는 스탭들과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OB팀은 기존대로 강호동, 김C, 이수근으로 구성되고, 김종민은 은지원, MC몽, 이승기와 더불어 YB팀에 포함시켰습니다. 3:4로는 공정한 게임을 진행할 수 없으므로 OB팀은 각 게임마다 시민 또는 스텝을 4명씩 섭외하고 YB팀은 3명씩 섭외하여 각팀 총인원을 7명으로 만들어 진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놓고 보니 간단해 보이지만, 이 방식을 생각해 내기까지 얼마나 머리를 쥐어짰을까요? '1박2일'의 제작진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6명의 멤버를 3:3의 팀으로 나누기 위해서도 간단한 준비게임 등을 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그런 과정은 사라지고 당연하다는 듯 OB팀과 YB팀으로 나뉘어지더군요. 예전에는 "오늘은 누구와 누구가 한팀이 될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고, 평소에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여겨졌던 멤버들이 한팀이 되면 "과연 오늘은 저렇게 모여서 어떤 새로운 앙상블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는데, 무조건 OB팀과 YB팀으로 나누고 있는 요즈음은 그런 즐거움이 사라져서 한동안 조금 아쉬웠습니다.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크게 주목하지 않고,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습니다. 워낙 보여줄 것도 많고 할 일도 많다보니, 팀을 나누느라고 들이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라고 무심히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안동편'을 보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유동적이던 그룹이 OB팀과 YB팀으로 고정된 데에는 반드시 그래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그날 그날 다른 조합으로 팀이 짜여질 때는, 강호동이 포함되어 있는 팀이야 당연히 강호동을 대장으로 삼았으나, 강호동의 상대팀은 정해진 대장이 없었습니다. 모여진 3명 중에 무조건 나이가 많다고 해서 대장 노릇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더 웃기는 멤버라고 해서 대장 노릇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누구나 대장이라고 승복할만한 멤버를 그날 그날 지정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대장이 없다고 해서 그 팀이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었으나,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1박2일'은 이제 강호동에 필적할 수 있는 한 명의 '대장'을 뽑아 그의 상대팀에 고정시킴으로써, 더욱 조직적이고 첨예한 대결을 이끌어내기로 결정했던 듯 합니다. OB팀과 YB팀이 등장한 것도 대략 그 무렵이 아니었나 싶네요. 하지만 이런 부분은 한참 동안이나 쉽게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YB팀의 '은대장', 은지원의 캐릭터가 아직은 '은초딩'에서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대략 반년쯤 전까지만 해도 장난꾸러기 초딩 이미지의 은지원보다는 차라리 그보다 한 살 어린 MC몽이 더 의젓하고 형 같아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대장인지 뚜렷이 판단할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은지원이 근래 반년 동안 급속도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서 이제는 누가 뭐래도 그가 YB팀의 대장임을 부인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순수한 초딩의 이미지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은대장'이라는 별칭이 더 어울릴 만큼 점잖아진 것입니다.

* 관련글 : '1박2일' 은초딩 은지원이 달라지고 있다


'안동편'에서 새롭게 선보인 '용돈쟁탈 레이스'에서 본격적인 OB팀과 YB팀의 첨예한 대결이 이루어졌고, 그것은 각 팀의 대장인 강호동과 은지원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OB팀, 강호동의 승리였지요. '용돈쟁탈 레이스'는 빠른 행동과 단결력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도 과감한 선택이 중요한 게임이었는데, 그 선택에서 강호동의 과감성이 은지원의 신중함을 이긴 경우였습니다.

멤버들 중 누구보다도 강호동과 오랜 시간을 함께 했고,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있을 법한 은지원이건만 이번에는 판단착오를 범했군요. 강호동은 방송을 위해서 준비된 모든 미션을 수행하려 할 것이라는 은지원의 예측과 달리, 강호동은 남아 있는 두 차례의 미션을 과감히 포기하고 먼저 결판을 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물론 김C가 유추해낸 비밀번호가 맞지 않았다면 그 과감한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겠지만, 이번에는 행운도 강호동의 손을 들어 주었는지 단번에 풀리고 말았군요.


계좌 안에 들어 있던 용돈 3만원을 벌써 OB팀이 인출해 간 줄은 꿈에도 짐작 못하고, 열심히 미션을 수행하느라 시민들과 더불어 줄넘기를 하고 있던 YB팀의 모습이 어찌나 우습고도 안스럽던지... 그리고 모든 미션을 수행한 후 자기들이 먼저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확신하고 은행을 향해 달려가면서, 김종민이 OB팀에게 틀린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는데 마치 그것이 정답이라는 듯 아주 정색을 하면서 김종민에게 화내는 은지원의 연기는 리얼했던 만큼 또 얼마나 웃기고도 딱했는지 모릅니다. 강호동의 행운과 은지원의 실수가 어우러져 완벽히 OB팀의 승리로 돌아갔던 용돈 레이스였습니다.

OB팀의 최종 결정권자가 강호동이듯 YB팀의 최종 결정권자는 단연 은지원이었습니다. MC몽과 김종민은 그와 겨우 한 살 차이의 동생들이었지만 결코 은대장의 의견에 토를 달지 않고 잘 따랐으며, 은지원이 정색하는 연기를 보고 막내 승기는 나중에 "지원이 형이 화내시는 줄 알고 무서워서..." 라고 말했습니다. 적어도 YB팀 내에서 은지원은 톡톡히 맏형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2인자로 급부상하는 은지원은, 아직 강호동 만큼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강호동과는 또 다른, 훨씬 부드럽고 섬세한 면모가 엿보입니다. '놀러와'에서 오랫동안 유재석을 따르며 익힌 부분이 아닐까 싶군요.

레이스에서 패배하여 용돈을 얻지 못하게 된 YB팀은 공기밥과 김치만을 앞에 둔 채, 푸짐한 안동찜닭을 즐기는 형들을 바라보며 군침을 삼켜야 했는데, 이수근이 '적장에 대한 예우'라며 은지원에게만 찜닭에 들어있는 감자와 당면을 나눠 주자, 은대장은 그 얼마 안되는 양을 동생들과 나눠 먹는 형다운 배려심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강호동이 국물과 양념만 남아 있는 찜닭 접시를 내어주는 댓가로 야외취침을 제안하자 "그럴거면 닭을 주셨어야죠" 라고 항의하면서 명확히 거부의사를 밝히는 모습에서도 대장다운 카리스마가 빛났습니다.


베이스캠프인 종택에 도착해서 벌어진 '양반과 머슴' 게임에서도 은지원은 대장답게 머리를 굴려 계책을 짜냈습니다. 찜닭 국물의 댓가로 양반의 권리를 일단 OB팀에게 빼앗기고 머슴 역할을 하고 있는 YB팀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게임을 제안하여 신분 상승을 꾀할 수가 있었지요. 은지원이 생각해낸 방법은 구구단 게임을 하되 미리 스탭들과 짜서, OB팀 쪽에 합류한 스탭들은 일부러 틀리게 하고 자기네들은 정예멤버를 구성하여 승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척 보기에도 이 계략에는 엄청난 헛점이 있었으니, 아무런 댓가도 없는 부탁에 스탭들이 무조건 YB팀 편을 들어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지요. 게임이라면 단 한 번을 하더라도 이기는 맛에 하는 것인데, 일부러 틀려서 져달라고 부탁하면서 그 댓가로는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으니 그래갖고서야 어떻게 필승의 계략이라고 하겠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강호동이 나서서 지목한 스탭들은 모두 YB팀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으나, 그들은 공허한 약속을 어기고 게임에 최선을 다하기로 단결합니다. YB팀에게 있어서는 배신이라고 여겨질만 했으나, 사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우스운 일은 그렇게 OB팀측의 스탭들이 단결하여 진지하게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실력차로 구구단 게임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YB팀은 양반으로 신분상승을 하고 OB팀은 머슴살이를 하는 데에서 '안동편' 1부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렇게 현재 '1박2일'의 명실상부한 2인자는 은지원입니다. 나날이 그의 활약은 점점 더 커져만 가니, 너무 여러번 언급하는 게 아닌가 싶어도 어쩔 수가 없네요. 엉뚱하고 철없는 초딩이었던 그가 이제는 당당히 강호동과 겨루는 입장에 서서 YB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저는 그의 변화를 볼 때마다 아직도 너무 신기하고 새롭습니다. 마치 어린 소년이 자라나서 건장한 청년이 되고 원숙한 장년층이 되어가는 모습을 생생히 제 눈으로 보고 있는 것만 같아요. 어쩌면 '은대장'이라는 자리가 '은초딩'에게 저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나요? 다음주에 방송될 '안동편' 2부도 참으로 많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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