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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송은이, 무해한 방송을 하고 싶다는 그 숭고한 신념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개그우먼 송은이, 무해한 방송을 하고 싶다는 그 숭고한 신념

빛무리~ 2021. 7. 17.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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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개그우먼 송은이를 보았다. 평소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연예인인데, 이 방송을 계기로 나는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고, 존경하게 되었다. 온통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시청률에 살고 죽는 그 험난한 방송 생활을 수십 년째 해 온 코미디언이 그런 신념을 갖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자신이 만드는 방송이 유익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무해했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말은, 놀랍다 못해 신비롭고 숭고하게까지 느껴졌다. 

 

 

대중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모든 콘텐츠가 그렇겠지만, 특히 남들을 웃겨야 하는 코미디 분야에서 '자극'이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의무적으로 남들을 웃겨야 하는 직업이란 얼마나 고달플 것인가? 몇 번 하다 보면 소재는 고갈되고, 아무리 몸부림쳐도 웃음을 유발할 수 없는 때가 금세 올 것이다. 짜내고 또 짜내다 보면 필연적으로 자극은 강해지고,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게 된다. 그것은 거의 100%의 확률이다. 

 

솔직히 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즐기지 않을 뿐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도 장난을 심하게 치거나 농담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반인들 중에도 유난히 남을 웃기고 싶어하는 욕구를 강하게 지닌 사람들이 있는데, 시도 때도 없이 웃기려고 노력하다 보면 실수하게 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 예를 들어 외모와 관련된 농담을 별 생각없이 흔하게들 던지곤 하지만, 그 자리에 컴플렉스를 지닌 사람이 섞여 있다면 심각한 상처를 받게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그런 것이 참 싫었다. 열 명이 웃었더라도 한 명이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면, 그런 농담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나는 늘 생각했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해서 남들을 웃기려는 것일까? 자기가 던진 농담에 사람들이 웃어주면 영웅이 된 듯 우쭐한 심리라도 느끼는 것일까? 그렇게 오늘은 한 명이 속으로 울고 내일은 두 명이 속으로 울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안중에도 없겠지? 웃음은 찰나로 스쳐 지나가지만, 상처는 오래 가슴에 흉터로 남는다. 

 

그런데... 일반인도 아닌 코미디언이 '무해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갖고 살아간다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게다가 송은이는 항상 쉼 없이 활동하며 오랜 세월을 개그우먼으로 살아온 사람인데, 그와 같은 신념을 지키려 했다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여정을 기꺼이 감내해 온 것일까? 

 

 

'무해한 방송'을 만들겠다는 송은이의 신념은 '라디오스타'에서 처음 밝힌 게 아니었다. 알고 보니 작년 10월에 방송된 '다큐플렉스'에서도 그와 같은 신념을 밝힌 적이 있었다. (https://www.newsen.com/news_view.php?uid=202010301132466110) 그처럼 공개적으로 거듭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이 확고할 뿐 아니라 지켜나갈 자신도 있다는 뜻이다. 도대체 그녀는 얼마나 강하고,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 것일까? 

 

나는 그럴 자신이 없어서, 그냥 웃음을 포기하고 진지하게 살아가는 중이다. 상처주는 웃음보다는, 재미없더라도 상처주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굳이 웃길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내가 가는 길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웃음과 무해함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송은이의 길은 매우 어렵고 숭고한 길이다. 그녀의 진가를 너무 늦게 알아차린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앞길을 응원해야겠다. 우리 곁에 부디 오래 있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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