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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니어스' 이준석, 언더독(underdog)으로서 게임을 즐기는 방법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더 지니어스' 이준석, 언더독(underdog)으로서 게임을 즐기는 방법

빛무리~ 2021. 6. 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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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뛰어난 지성과 화려한 이력을 가졌지만 이 곳에서는 언제나 언더독(underdog)의 위치를 고수했습니다. 때로는 허무한 패배를 맛보았고, 때로는 통쾌한 역전승을 경험했습니다. 그것이 그가 더 지니어스를 즐기는 방식이었습니다." - 9회전 에필로그 

 

 

정치에 관심이라고는 1도 없었던 내가 이준석이라는 인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더 지니어스'를 통해서였다. 이제 와서 보면 그가 '더 지니어스' 라든가 '소사이어티 게임'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 온 것은 바로 오늘과 같은 날을 위해 몇 년 동안 그려 온 큰 그림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이 젊은이가 가슴에 품고 있던 엄청난 야심과 치밀한 계략과 그 담대함에 약간 섬뜩해지기까지 하는데.... 

 

오늘 2021년 6월 11일, 1985년생 36세의 청년 정치인 이준석은 대한민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2011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치에 입문한지 9년 6개월만이다. 이제 부모뻘의 원로 정치인들을 지혜롭게 통솔하며 내년 3월에 치러질 21대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그의 어깨에 지워졌다. 지금껏 한국의 정치판에서 이처럼 젊은 얼굴을 본 적이 있었던가? 단지 나이만으로도 이것은 혁신이다. 

 

 

지난 4.7 보궐선거 이후 '이준석 돌풍'이라 불릴 만큼 선풍적 인기와 관심을 얻고 있는 그에게 나 역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를 처음 '더 지니어스'에서 보았던 2015년 당시까지만 해도 정치에 무관심했었지만, 현재의 나는 그 때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더욱 그를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예전에 시청했던 '더 지니어스' 시리즈를 최근에 다시 보았는데, 여전히 흥미로웠을 뿐 아니라 이준석의 성향에 대해서도 약간 새로운 면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너무 꼴보기 싫어, 다수연합이!" 

 

'더 지니어스 시즌4 - 그랜드파이널' 제1화(신분교환)에서의 저 발언은 시즌을 통틀어 가장 널리 알려진 말들 중 하나다. 시즌1에 출연했지만 유일한 연합이었던 홍진호의 배신으로 1회전에서 광탈한 후 2년만이었다. 이 상황을 두고 제작진은 "너무 강한 나머지 시기와 질투를 받아 표적이 된 것"이라 진단했고, 배신자(?) 홍진호 역시 인터뷰에서 그를 경계하여 탈락시켰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2년만에 다시 찾아온 방송 출연 기회인데, 이번에는 광탈하지 않도록 조심하려나 싶었지만 그의 플레이는 과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얼마든지 다수 연합의 일원으로 편하게 생존할 수 있었지만, 그는 굳이 혼자 욕을 먹으면서까지 다수 연합을 배신하여 와해시키고, 따돌림 당하던 소수 연합(김경훈, 임요환)에게 살 길을 마련해 주었다. 은혜를 입은 김경훈조차도 그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는 듯 이유를 묻자, 이준석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너무 꼴보기 싫어, 다수연합이!" 

 

 

이 한 마디는 '더 지니어스'에 임하는, 아니 어쩌면 인생에 임하는 그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2012년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그 또래 청년들의 정치 성향을 굳이 따진다면 진보에 가까웠을 것이다. 주변 대부분의 친구나 지인들이 진보 쪽이었을 텐데, 그 와중에 '박근혜 키즈'라는 별명까지 얻어가며 보수 정치인의 길을 선택한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주위 시선이나 질타에 개의치 않고 자기 소신대로 행동하는 과감함이 그 때부터 여실히 드러났다. 

 

제3화(오늘의 메뉴)에서도 이준석의 겁 없는 단독 행보는 계속되었다. 장동민, 이상민, 오현민 등 예전 시즌의 강자들은 또 다시 최강 다수연합을 결성하고 상대적 최약체로 평가되는 최정문을 꼴찌로 만들려 했으나, 스스로 위험을 무릅쓰고 최정문 도와준 이준석의 활약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로써 이준석은 장동민을 필두로 한 강자 연합 멤버들에게 완전 경계 대상으로 찍혔으니 이후의 게임 진행에서 굉장히 불리해졌으며, 최정문에게 커다란 은혜를 입히기는 했지만 최정문이 배신의 아이콘이기에 결과적으로는 자신에게 별로 도움되지 않는 선택을 한 셈이었다. 의의가 있다면 그저 험난한 사회 속에서 따돌림 당하고 내처지는 연약한 어린양을 지켜준 흑기사가 되었다는 것뿐... 하지만 그는 독야청청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제4화(생선가게)에서는 모처럼 단꿀같은 승리를 맛보았다. 최연승과 2인 연합을 결성하여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대역전극을 성공시킨 것이다. 장동민 연합 측에서 우승자로 밀었던 오현민은 도리어 꼴찌로 전락하며 큰 충격을 입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준석은 자기가 우승하려 하지 않고 뒤에서 몰래 최연승을 돕는 역할을 맡았다. 시즌1 제1화에서도 그런 식으로 홍진호를 밀어주다가 배신당하는 바람에 탈락했었는데, 그 위험성을 알면서 또 다시 같은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물론 최연승은 전체 출연자를 통틀어 가장 신뢰할만한 인물이긴 했지만 '더 지니어스'라는 사회 자체가 배신이 통용되는 곳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완전히 믿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킹 메이커'를 자처한다는 것은 참으로 특이한 선택이었다. 더욱이 정치인이라면 남의 뒤에 서기보다는 앞에 나서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하건만.... 만약 그 모습이 방송상의 이미지 메이킹이 아니라 실제 성향을 드러낸 것이었다면, 혹시 그는 정치판에서도 '킹 메이커'의 역할을 하게 될까? 

 

제6화(가넷도둑)에서는 씁쓸하게도 '사람보는 눈'의 부재를 증명하며 뒤통수를 두 방이나 맞은 채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김경훈, 최정문, 최연승과 연합을 맺었는데 그 셋 중 무려 둘이 스파이였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김경훈과 최정문은 언제나 신뢰할만한 게임 스타일을 보여주지 않았는데, 왜 하필 그 둘을 포함시켜 연합을 맺었을까? 애써 이해해 본다면, 언더독 성향이 짙은 이준석으로서는 장동민이 이끄는 다수연합과 거리를 두고 싶었는데, 벌써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다수연합에 붙어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멤버들로 팀을 꾸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기는 하다. ㅠㅠ 

 

 

게다가 최정문의 애매한 양다리를 자신에게로 고정시키기 위해 초반부터 김경란을 자극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으니 (데스매치 지목당함) 그 또한 자신에게 손해만 되는, 불필요한 도발이었다. 반면 어린 여동생 같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최정문을 향한 이준석의 너그러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렇게 수없이 은혜를 베풀었는데도 다시 배신한 최정문을, 배신한 줄 알면서도 이준석은 또 받아주었고, 최후의 데스매치에서조차 그녀를 제외시켜 주었다.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자기 편 최연승을 대신 희생시키면서까지 말이다. 나의 사고방식으로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제7화(시드포커)에서 이준석은 또 다시 자기를 배신한 최정문에 대해 처음으로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결국 이번에는 최정문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이준석이라는 든든한 보호막이 없어지자 최정문은 곧바로 탈락하고 말았다. 계속된 배신 플레이가 다른 멤버들에게도 밉상으로 찍혔기 때문이다. 특히 최정문 식 뒤통수의 매운맛을 처음 보게 된 홍진호는 분노를 참지 못하며 김경훈에게 그녀의 배신을 고자질했고, 김경훈은 그녀를 처단하겠다면서 데스매치에 지목한 후 인정사정 없는 플레이로 압승을 거두어 버렸다. 아이큐는 높은지 몰라도 사회생활 지능은 떨어지는 듯, 시종일관 비호감 플레이만 지속하던 최정문은 떠나면서 자신의 가넷을 이준석에게 양도했다. 최소한의 보은이었다. 

 

 

제9화(호러 레이스)에서는 초반에 김경훈, 오현민과 연맹을 맺었는데, 김경훈에게 수차례 뒤통수를 맞고도 여전히 그를 믿으려 했던 것이 결국 탈락 요인이 되었다. 게스트로 초대된 이상민, 신아영 등이 김경훈에게 적의를 품고 있었기 때문에 졸지에 덩달아 왕따로 몰리고 말았던 것이다. 게다가 김경훈에게 데스매치 상대로 지목당해 마지막까지 뒷통수를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석은 가넷을 모두 김경훈에게 양도했다. 

 

시즌1에서부터 이어진 이준석의 '사람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한 가지의 뚜렷한 특징이 발견된다. 일단 처음에 믿고 함께 하기로 한 사람은, 아무리 배신했거나 뒤통수를 쳤어도 끝까지 믿어주고 도와준다는 것이다. 홍진호는 시즌1 첫 회부터 이준석을 배신하고 탈락시켰지만, 최종회에 게스트로 출연한 이준석은 "왼쪽 뺨을 맞은 후 오른쪽도 내미는 느낌으로 한번 더 믿어본다"며 홍진호에게 아이템을 주었다. 시즌4에서도 최정문과 김경훈에게 수없이 배신당했지만 끝까지 봐주고 도와주었으며, 최종회에서도 김경훈에게 아이템을 주었다. 

 

 

요약하자면 '더 지니어스'에서의 이준석은 '배신을 은혜로 갚는 돌부처'였고, '약자를 보듬고 강자와 맞서는 정의의 사도'였으며, 스스로 약속하고 연합을 맺은 경우에는 '한 번도 자기 사람들을 배신한 적 없는 신뢰의 아이콘'이었다. (다수연합을 와해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그 안에 들어가는 척 페이크를 썼던 시즌4 제1화의 경우는 예외... 단 한 차례만 사용할 수 있었던 그 페이크 작전으로 이준석은 확고한 '언더독' 포지션을 확립했다.) 

 

물론 전략적 이미지 메이킹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멋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동일한 성향을 드러내 보였는데 그 모습이 100% 거짓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부디 '더 지니어스'에서 보여준 이준석의 모습 중 상당 부분이 그의 진실이기를 바라며, 혼란한 정치판에서도 흔들림 없는 소신으로 용감하게 전진해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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