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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1, 1~2회 - 오만한 사피영, 그 불행의 서곡 본문

드라마를 보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1, 1~2회 - 오만한 사피영, 그 불행의 서곡

빛무리~ 2021. 6. 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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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작사 이혼작곡' (결사곡) 시즌1, 1~2회에서는 세 쌍의 부부와 그 주변 인물들이 등장하며, 평온한 일상에 불어닥칠 비바람이 예고되었다. 오래 전에 잠시 배웠던 드라마 작법 중 "아무리 등장 인물이 많아도 드라마의 주인공은 오직 한 명뿐이다." 라는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선지, 나는 1회를 시청할 때면 항상 '주인공'이 누군지를 찾는 습관이 있는데, '결사곡'에서 가장 주인공에 가까워 보이는 사람은 사피영(박주미)이었다.

 

 

친정 엄마 모서향(이효춘)이나 의붓 시어머니 김동미(김보연)와 같은 주변 인물들과 촘촘하게 얽혀있는 서사도 탄탄할 뿐 아니라, 특히 사피영은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임성한의 여주인공 캐릭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전통적 현모양처 스타일인 이시은(전수경)은 동정심 유발 캐릭터일 뿐 주인공과는 거리가 멀고, 지나친 이기적 행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부혜령(이가령) 역시 주인공에는 적합치 않다. 그렇다고 남성 캐릭터나 불륜 여성 캐릭터들 중 한 명이 주인공일 것 같지도 않으니 결국은 사피영 뿐이다. 

 

지금까지 임성한의 여주인공들은 엄청난 풍파를 겪으면서도 언제나 해피엔딩을 맞이했었는데, 과연 사피영에게도 행복한 미래가 예정되어 있을까? 글쎄, 이번에는 아닐 것 같기도 하다. 일단 사피영의 남편 신유신(이태곤)의 캐릭터가 예전 임성한의 남주인공들과는 매우 결이 다르다. 언제나 여주인공 한 사람만을 절절히 사랑했던 예전 남주들과 달리 신유신은 아미(송지인)의 유혹을 냉큼 받아들여 불륜을 시작했다. 별 죄책감이나 망설임도 없었다. 

 

 

내가 보기에 신유신은 이 작품 속 남성 캐릭터 중 가장 무섭고 뻔뻔한 인물이라 생각된다. 물론 엄청나게 매력적인 남성인 것도 맞다. 어딘가 약하고 어설퍼 보이는 판사현(성훈)이나 박해륜(전노민)과 달리, 신유신은 언제 어디서나 강하고 자신만만하며 치밀하기 이를 데 없다. 아내 사피영을 사랑하긴 하겠지만, 훗날 배신을 알게 된 사피영이 강하게 비난해 온다면, 신유신은 그 앞에 고개 숙이고 잘못을 빌기보다는 당당한(?) 자세로 아내를 압도하려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만만치 않은 남자를 철석같이 믿고 살아왔다는 것은 사피영이 자신했던 완벽한 인생에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다. 과연 배신당한 사피영에게 남편과 맞설 힘이 있을까? ...... 언제나 가정과 일에 충실했으며 남편을 믿고 사랑했던 사피영에게 어째서 이러한 불행이 닥친 것일까? 만약 그녀 본인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면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지나친 '오만함'이라고 생각한다. 

 

 

"남자 한눈 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지. 난 노력으로 웬만큼 가능하다고 봐.... 사랑받으려면 사랑받게 행동해야 돼. 책임과 의무는 뭐 남자한테만 있어? ... 이런 거 저런 거 감수할 자신 없으면, 아예 결혼을 말아야 해!" 

 

라디오 녹화 중 방청객으로 참여했던 한 여성의 폭로로 보조작가의 불륜 사실이 탄로난 후, 그 방송의 PD와 DJ와 작가를 맡고 있었던 사피영, 부혜령, 이시은은 그 일에 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어 보는데, 유독 사피영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자기는 사랑받게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여자이기 때문에 결코 배신당할 이유가 없다고 그녀는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 

 

내 생각에,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의 90% 이상은 본인의 내부에 그러한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매력있고 성실한 배우자와 살아간다 해도 그 기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물 밑에 가라앉은 진흙처럼 단지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언제든 조건이 맞고 기회가 된다면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물 속으로 들어온다면) 숨겨져 있던 바람 기질은 여지없이 드러나고 말 것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배우자의 책임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피영의 불행에 본인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모서향에게 퍼부어대는 모진 말 속에 그녀의 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생판 남으로 만난 사람이 배신 한 번 했다고, 본인이나 갈라서든가, 자식까지 갈라놓고... 엄마는 언제나 자신밖에 몰라. 딸자식 상처 조금이라도 생각했으면 그런 결정 못 해.... 결국은 엄마 때문에 아빠 죽었다고!" 

 

아빠의 불륜을 용서하지 못하고, 이혼뿐만 아니라 딸인 자기와도 만나지 못하게 했던 엄마의 선택을 사피영은 평생토록 치떨리게 원망해 왔다. 딸을 만나기 위해 몰래 학교로 찾아왔던 아빠는 하필 사피영이 보는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고 말았던 것이다. 사피영은 그 모든 책임을 엄마 모서향에게 돌렸다. 그녀가 엄마에게 쏟아붓는 말들은 그야말로 소름끼치도록 모질고 무섭다. 

 

"엄마한테는 책임 없을까? 엄마가 원인 제공했다는 생각 안 해? 내가 질린 것처럼 아빠도 질렸을 것 같아. 사랑에 눈멀어서 가난한 집 아들 신분상승 시켜줬더니 평생 떠받들고 살아도 부족할 판에 비서랑 바람이 나? 피가 거꾸로 솟았겠지.... 하지만 엄마는 사람 무시해. 본인은 오만 끝판왕이고... 아빠한텐 잘 했어? 제대로 남편 대접 해줬어? 내 기억에 아빠는 엄마 기분 살피는 게 일이었어. 별 거 아닌데도 걸핏하면 짜증내니까 그럴 때마다 아빠는 전전긍긍 달래고... "

 


"엄마도 알 거야. 인정하기 싫은 거지. 나 같아도 고양이 앞에 쥐처럼 들볶이다가 입에 혀같이 사근대는 비서 있으면 당연히 마음 가. 정상이야. 사람 마음 다 똑같으니까. 아내로서 따뜻하게 보듬고 가장 대접 해줬으면 성실하고 자상했던 아빠 성격에 절대 한눈 안 팔았을 거야." 

 

어쩌면 일정 부분 사실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비서와 불륜을 저질렀던 아빠에게만 100% 감정을 몰입하고 배신당한 엄마 입장에서는 1%도 생각할 줄 모르는 사피영의 태도는 부당한 것이었다. 아내로서 따뜻하게 보듬고 남편 대접 해줬으면 아빠는 바람나지 않았을 거라고? 과연 확신할 수 있을까? 

 

"1주일에 한 번은 커녕 1년에 한 번도 나를 만나게 해줄 수 없다는 엄마 말을 듣더니... 아빠 울더라. 나 같으면 한 번 봐주겠구만. 부모 죽인 원수도 아니고..." 그러자 모서향이 오열하며 말한다. "어떤 면에선 부모 죽인 원수나 다를 것 없어... 더하면 더했지. 정말 안 겪어보면 몰라." 그러자 사피영이 발끈하며 되받아친다. "나도 겪어봤으면 좋겠어?"

 

 

아직 모르고 있을 뿐 사피영도 이미 같은 일을 겪고 있었다. 스스로 완벽한 아내라고 생각했지만, 그토록 비난하고 미워했던 엄마 모서향과 같은 처지가 되고 말았다. 강하게 자신했던 만큼 충격과 상처는 더욱 클 것이다. 엄마에게 오만 끝판왕이라고 쏘아붙였지만, 사실은 자기가 더 오만했음을 사피영은 인정할까? 본질적으로는 남편 신유신의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바람 기질이 문제였겠지만, 사피영에게도 실낱같은 책임이 있다면 바로 그 오만함이 불행의 서곡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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