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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골목식당' 포방터, 이젠 상담가가 된 백종원 본문

예능을 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포방터, 이젠 상담가가 된 백종원

빛무리~ 2018.11.10 21:56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원래 '죽어가는 골목을 살리고, 이를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담는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말하자면 서울의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 수많은 거리들이 유명해진 이유는 특화된 먹을거리 덕분인데, 현재 한국의 상황은 하루 평균 3000명이 식당을 시작하지만 또 하루 평균 2000명이 식당을 폐업한다고 한다. 그만큼 요식업은 자영업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직종이지만, 그 못지 않게 성공하기는 어려워서 지금은 죽어가는 음식특화 거리도 많다는 것이다. 

이에 바야흐로 전성기를 맞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 백종원이 앞장서고, 프리랜서 최고 MC인 김성주와 미모의 여배우 조보아가 그를 보좌하여, 죽어가는 골목식당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장사가 되지 않는 이유를 내적 외적으로 분석하여 날카롭게 지적하는 백종원의 독설을 극복하고 장사 필살기와 궁극의 레시피를 전수받아, 죽어가던 식당이 새롭게 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시청자들은 감동과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39회 가량 방송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일단 제법 성공적이라 생각된다. 물론 식당을 운영하는 일반인들에게는 제각각의 다른 사정이 있으니, 백종원이 아무리 효과적인 꿀팁을 전수해 준다 해도 뜻처럼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는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면 그런 대로 프로그램은 더욱 재미있어졌다. 백종원의 지시에 충실히 잘 따라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며 인기 식당으로 되살아나는 모습들도 보기 좋았지만, 매번 더 큰 화제를 몰고 온 것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골목식당'을 수차례 시청하며 느낀 것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무턱대고 음식 장사를 시작하는 가게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었다. 창업이라는 것 자체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인데, 아무런 조사도 준비도 없이 그냥 시작만 하면 어떻게든 되려니 하는 생각으로 그 큰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나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런 경우가 적지 않았고, 그런 사람들의 대다수는 마음 자체가 해이하고 나태하여 백종원의 조언에도 성실히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좀 다른 경우지만 자기 소신을 내세워 의도적으로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본인의 소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백종원의 조언을 거의 묵살해 버리고 원래 방식대로 요리와 장사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럴 거면 무엇하러 '골목식당' 프로젝트에 지원했는지가 의문스러운 지점이 된다. 장사라는 것은 수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본인의 소신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자세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보면 참 답답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집이나 게으름 등의 갖가지 이유로 실패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방송을 타면, 어김없이 그들은 대중적 지탄의 대상이 되곤 했다. 물론 연예인도 아닌 그들이 한 번 방송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비난받는 것은 부당하다 싶은 측면이 있었고, 떄로는 자극적인 편집으로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더욱 부각시켰다는 비판도 피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출연자들의 동의를 받아서 방송된 것이니, 그들의 입장에서도 받아들일 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난 11월 7일자에 방송된 '홍은동 포방터시장' 편에서는 백종원의 또 다른 면을 엿볼 수 있었다. 요리연구가, 프로 장사꾼, 프로 방송인일 뿐 아니라 어쩌면 프로 상담가로 나서도 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이제까지 방문한 식당들에서 주로 지적했던 부분은 당연히 음식의 맛, 주방의 청결 상태, 재료의 보관 상태 등 음식 자체와 식당의 문제들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포방터 시장의 홍탁집에서 백종원은 단 한 젓가락의 음식도 입에 대지 않았고 따로 주방의 상태를 살피지도 않았다. 그런 것들보다 더욱 중요한 다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홍탁집은 60대 어머니와 30대 아들이 함께 운영하는 가게로 되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아들은 하는 일이 없었다. 어머니는 아침 7시에 출근하여 재료 손질하고 장사를 준비하는데, 아들은 10:30쯤 느즈막히 출근하여 시장 한 바퀴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 후, 12시에는 엄마가 차려주신 점심밥을 먹고, 오후 4:30에는 "엄마 나 집에 간다잉" 하면서 퇴근해 버리는 식이었다. 홍탁집의 특성으로 보아 늦은 밤 시간까지 장사를 하는 것 같은데, 그 모든 준비와 요리와 손님 대접은 오직 어머니의 몫이었다. 


가끔씩은 배달과 서빙도 하긴 하지만, 그나마 아들은 오토바이로 10분 이상 걸리는 조금이라도 먼 곳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조차 거부한다고 했다. 중국에서 무슨 일을 하다가 실패하고 돌아온 후 집에서 놀고 있는 아들이 안스러웠던 어머니가 먼저 함께 장사해 보자고 제안했지만, 현실이 그러하니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 뿐이요, 입에는 한숨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백종원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졌다. 백종원이 주문한 음식을 어머니가 만드시는 동안에도, 아들은 주방을 서성거리기만 했다. 

당최 어느 재료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아들은 주인이 아니라 손님과 다를 바 없었다. 백종원이 왔다고 무슨 시늉이라도 하려는 모양인데, 정작 하는 일 없이 서성거리니 괜시리 좁은 주방에 큰 덩치로 어머니의 동선만 방해하고 있는 셈이었다. 한참 기다려 음식이 나왔지만 백종원은 음식을 먹을 기분이 아닌 듯했다.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어머니와 아들과 따로 따로 대화를 나누며, 어머니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아들에게는 따끔한 질책을 하는 백종원의 모습은 마치 상담가 같았다. 


다만 중국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조차 남들 앞에 속시원히 밝히지 못하고, 평소에는 제법 열심히 일했었다는 식의 말로 책임을 회피하며, 현실을 간파한 백종원의 질책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진심으로는 수용하지 못하는 듯한 아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저 모든 일들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싶은 생각도 들기는 했다. 이제껏 자기 방식에 따라 생활해 온 30대 중반의 남자가 타인의 조언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어머니의 눈물도 쉽게 멈출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설령 그들에게 실질적 변화가 없다 해도, 방송을 통해 백종원의 조언을 접하는 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혹시 백만 명 중 하나라도 마음의 울림을 얻어 조금이나마 더 나은 방식으로 살아 보려는 노력을 시작한다면, 포방터 시장의 골목식당 프로젝트는 나름의 성공을 거두는 셈이 아닐까 싶다. 방송에 비쳐지는 일련의 모습만으로 한 인간을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 아무튼 이토록 능란하고 자연스럽게 여러가지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백종원은 참으로 놀라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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