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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다방' 이렇듯 진실하고 따뜻한 연애 프로그램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선다방' 이렇듯 진실하고 따뜻한 연애 프로그램

빛무리~ 2018. 10. 2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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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연애 프로그램의 시초는 1994년에 시작되었던 MBC '사랑의 스튜디오'였다. 당시 나는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던 한동준의 '사랑의 마음 가득히'라는 노래에 반해서 끝없이 반복해 듣곤 했었다. "때로는 누군가 그리웠던 적도 있었지~ 그렇게 혼자만 있던 시간은 이제는 안녕~ 때로는 누군가 가슴에 품고 싶었었지~ 외롭게 보냈던 지난 날들은 잊고만 싶어~ 언제나 내 곁에서 날 위로해 줄~ 그 누군가가 필요한 거야~" 지금 들어도 참 좋은 이 노래의 가사는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의 간절함과 외로움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비범한 재능을 갖춘 젊은 연예인들이 '강호동의 천생연분'이나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등의 연애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폭넓게 알리기 시작했다. '비'라는 이름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정지훈이나 '이사돈'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전혜빈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커플을 이루기 위해 각종 장기자랑과 게임을 하는 과정 속에서 그들은 멋진 댄스 실력과 넘치는 끼를 발산하며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냈고 시청자들은 그런 모습에 매혹되었다. 이 두 프로그램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그 이후로 수많은 연애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 모든 연애 프로그램은 공통적으로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비슷한 수의 남녀를 한꺼번에 섞어놓고 그 중에서 호감이 가는 상대를 제각각 지목하여 자유롭게 대쉬하는 비슷비슷한 형식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집단 속에서 인기 많은 남녀와 인기 없는 남녀가 명확히 구별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자극적인 편집으로 인해 이성에게서 외면당한 출연자들은 더욱 비참한 모습으로 화면에 비춰지기도 했고, 급기야 '짝 애정촌'이라는 프로그램은 촬영 도중 한 여성 출연자가 자살하는 비극을 맞이하면서 불명예스럽게 종영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비록 욕은 먹을지언정 언제나 높은 화제와 시청률을 가져다 주는 연애(짝짓기) 프로그램에 대한 미련을 좀처럼 포기하지 못했다. 2017~2018년에 새로 출발한 '하트시그널'이나 '로맨스 패키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약간씩의 포맷이 변형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는 같은 방식이라, 여전히 그 안에서 외롭거나 비참해지는 사람이 발생했고 그 모습들은 또 자극적인 이슈가 되어 세간에 떠돌았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매우 놀랍고도 새로운 형식의 연애(맞선) 프로그램이 등장하였으니 바로 tvN의 '선다방'이다. 

 

다른 연애 프로그램과 달리 '선다방'은 다수의 남녀가 한꺼번에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1:1 매칭 시스템으로 이루어진다. '선다방' 제작진은 일반인 소개팅 신청자들의 사연을 받고 일일이 개별 면담을 한 후, 면밀한 검토를 거쳐 서로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판단되는 두 남녀를 연결해 준다. 치열한 눈치보기와 자극적인 경쟁 구도가 없으니 매우 심심하고 재미없을 것도 같지만, 의외로 그런 특징 때문에 '선다방'은 진정한 연애가 시작되는 그 시점의 폭발적인 설렘을 시청자에게 전해줄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남녀 여럿이 함께 있을 때는 대부분 출중한 외모를 지닌 쪽이 시선을 끌게 될 뿐, 개별적으로 차분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거의 없기에 서로의 진짜 모습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선다방'에서는 일단 다른 사람에게 신경쓸 일이 없으니 두 남녀는 오직 상대에게만 집중할 수가 있다. 서로에게만 집중하고 깊이있는 대화를 나누니 서로에 대해 더 빨리 잘 알게 되고, 자신과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도 더 정확히 느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진짜 사랑할 사람을 찾는 입장에서 본다면 '선다방'의 가치와 성공률은 타 프로그램과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나날이 향상되어 가는 '선다방' 제작진의 중매(?) 실력이다. 잘 어울리고 잘 맞는 상대를 어찌나 잘 골라내는지, 최근 다시 시작된 '선다방 가을겨울편'에서는 현재까지 만남을 가졌던 모든 커플들이 투 하트를 기록하며 '상대를 다시 한 번 만나 볼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약간 어설펐던 시즌1 때와 달리 이번에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각각의 커플들이 모두 운명의 상대처럼 보일만큼 찰떡같이 잘 어울린다. 이는 카페지기들도 같은 생각인 듯 이적, 유인나, 양세형, 윤박 등은 매번의 맞선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러니 '선다방'을 통해 간절히 원하던 인연을 만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그 예쁜 모습들을 설레며 지켜보던 시청자와 카페지기들의 마음에는 따스한 기쁨이 늘어간다. 특히 미국 텍사스에서 사랑 찾아 머나먼 길을 날아왔던 맞선님의 경우, 그와 결혼하려면 무조건 여성이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살아야 하는 만큼 결코 성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놀랍게도 무척 모험심이 강하고 원래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던 여성분을 만나 두 사람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니 정말 흐뭇하고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처음으로 기획된 돌싱 남녀의 맞선은 매우 색다른 감동을 전해 주었다. 오랜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어 출연한 맞선 남녀는 각각 한 번의 아픔을 겪고 한 명씩의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듣자 하니 대부분의 돌싱 출연신청자들은 '상대방의 아이가 없기를' 원했는데, 이 두 사람은 오히려 '상대방도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의붓 자식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기보다, 역시 부모로서의 애틋한 마음을 아는 상대를 만나 서로의 아이를 구분없이 보듬으며 함께 키워가고자 하는 이들의 결심은 그 시작점부터가 희생적이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이 돌싱 커플도 첫 만남의 느낌이 무척 좋았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위로해 주고 싶어하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였으니 앞으로의 좋은 인연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외로운 남녀가 사랑을 찾는 것도 물론 아름다운 일이지만, 다섯 살 여덟 살의 어린 아이들에게 포근한 엄마 아빠가 생긴다면 그 또한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가능성이 탄생하기까지는 '선다방' 제작진의 따뜻한 마음이 뒷받침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시청률에 목매는 자극적 유희보다, 외로운 사람들에게 사랑을 찾아주려는 진실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가는 것이다. 

 

이제껏 내가 알고 있던 연애 프로그램은 오직 얕은 재미만을 추구할 뿐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라고는 전혀 없는, 속속들이 거짓과 가식과 자극으로 점철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선다방'의 등장은 그 부정적 이미지를 깨뜨리고 새로운 희망을 전해 주었다. "어쩌면 오늘은 꿈꾸던 그대를 만나~" 비록 일말의 가능성일 뿐이지만 온통 거짓투성이인 방송 속 세상에도 진실이 존재한다면, 현실 속 세상에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외로움의 사막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오아시스가 되어줄 '선다방' 이 보석같은 프로그램의 변치않는 초심과 롱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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