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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다큐 다시 스물, 뉴 논스톱' 이민우의 고뇌가 아름다운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청춘다큐 다시 스물, 뉴 논스톱' 이민우의 고뇌가 아름다운 이유

빛무리~ 2018. 10. 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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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8년 전에 방송되었던 청춘시트콤 '뉴 논스톱'의 멤버들이 다시 모였다. MBC스페셜에서 '청춘다큐 다시 스물'이라는 이름으로 '뉴 논스톱 동창회'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풋풋한 청춘 신인들은 어느 덧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중견 연기자들이 되었고, 각자의 스케줄로 바쁜 상황이었음에도 (한 명을 제외하고는) 살아있는 모두가 기꺼이 한 자리에 다시 모여서 즐겁게 과거를 회상했다. 

극 중 배역도 그랬지만 실제 배우들도 모두 20대 초반의 청춘들이었던 '뉴 논스톱'은 그들의 추억 속에 '청춘' 그 자체로 남아 있었다. 다만 그 청춘의 기억은 아름다운 만큼이나 혼란스러웠고 찬란했던 만큼이나 아픈 것이었다. 정돈되지 않은 불안함과, 또래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고달픔과, 제각각의 아픔들로 어쩌면 남몰래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던 젊은 날을 그들은 이제 하나 하나 미소 속에 떠올렸다. 

 

물론 떠올리는 것만으로 가슴이 저려오는 한 사람의 그림자도 있었다. 故정다빈... 언제나 반달같은 눈으로 예쁜 미소를 보여주던 그녀가 스물 일곱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난지도 어느 덧 11년이 흘렀다. '뉴 논스톱' 동창회에 앞서 정다빈의 무덤을 찾은 박경림과 김정화의 모습조차 쓸쓸해 보였지만, 그 어떤 현실이든 티없이 밝을 수만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명, 타조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배우 김영준은 스스로 부담을 느껴 동창회에 불참했다. 

그 외의 멤버들은 놀랍게도 모두 참석했다. 이민우, 박경림, 조인성, 장나라, 양동근, 정태우, 김정화, 그리고 교수 정원중과 조교 김효진까지 모두 9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단순한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며 감상에 젖을 수밖에 없었는데, 청춘의 수년 동안이나 고락을 함께 나누며 연기했던 그 동료 배우들의 감회는 어떠했을까? 그들의 눈물과 웃음이 고스란히 내게로 전해져 오는 듯했다. 

 

특히 이민우의 고뇌는 내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당시 '뉴 논스톱' 제작진에 대한 오해로 인해 촬영을 끝내는 마지막 순간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그의 마음속에 죄책감으로 남아, 이민우는 무려 17년 동안이나 혼자 괴로워했던 것이다. (과연 그것이 오해였는지 아닌지는 또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민우가 먼저 하차했으니...) 너무 늦었지만 사과를 받아주었으면 한다고, 후배들 앞에 정중히 머리 숙이는 그의 모습에 왠지 가슴이 쓰려왔다. 

 

그런데 정작 그 순간을 함께 했던 후배들은 아무런 눈치도 못 채고, 전혀 서운함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역시 민우 오빠는 마지막 촬영에도 무덤덤한 모습을 보여줄 만큼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구나..." 박경림은 그렇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형이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양동근도 말했다. 결국 이민우는 특별히 무례하거나 못된 태도를 보였던 것이 아니라, 그저 좀 냉정하고 담담하게 떠났을 뿐이다. 

 

남들이 볼 때는 별로 잘못이랄 것도 없는 일인데 본인에게는 그토록 큰 회한으로 남았다니, 예전에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이민우라는 배우의 성품은 매우 고귀하고 특별한 것 같다. 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본인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깍듯하고, 어떤 것이 올바른 삶인지에 대하여 끝없이 고뇌하며 성찰하는 그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며 감동적이었다. 이 혼탁한 세상 속에서, 그러한 삶의 자세를 가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더욱이 그는 아역 배우로 데뷔하여 그 유혹 많은 연예계 생활을 평생토록 해 왔다. 유혹이 많을 뿐 아니라 어린 나이에 인기를 얻다 보면 오만해질 수도 있었을 테고, 연기 활동으로 바쁘게 지내다 보면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도 어려웠을 것이며,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탓에 어른들의 나쁜 모습을 여과 없이 보고 배우기가 쉬웠을 테니, 어쩌면 비뚤어지거나 탈선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민우는 오히려 주변 어른들의 나쁜 모습에 물들기는 커녕 그것을 반면교사로 삼으며 평생 자신을 엄격히 다스려 왔다. 아역 배우들에게 거침없이 담배 심부름을 시키거나 욕설과 막말까지 퍼붓던 선배 연기자들을 보고 자랐기에 "나는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며 살았노라고, 그는 예전에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 말했다. 아무리 어린 후배에게도 쉽게 말을 놓지 않고 언제나 존대를 하는 습관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였다. 

어쩌면 그토록 고결한 성품 때문에 그의 인생은 남들보다 훨씬 고통스러울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과거의 실수(?) 하나를 그토록 오래 간직하고 괴로워할 정도라면, 평생 그 마음속의 고뇌가 어찌 멈출 날이 있겠는가?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되련만... 적당히 좀 편하게 살아도 되련만... 어느 순간부터는 내면의 고뇌 때문에 연기 활동에 지장을 받아 거의 작품을 못 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으니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어딘지 성인(聖人)같은 분위기마저 풍기는 그의 미소를 보며, 비록 힘은 들겠지만 저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거칠고 방종한 사회 속에서, 누군가 홀로 그렇게 고달픈 선(善이거나 혹은 線이거나)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나는 뜬금없는 기쁨으로 눈시울이 젖어들 지경이었다. 오늘도 이민우는 위험까지 무릅쓰며 유기동물을 구조하는 등, 그가 선택한 삶을 열심히 걷고 있다. 나도 좀 더 열심히, 내가 선택한 삶 속을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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