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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유기' 규현, 올바른 심성은 말씨에서 드러난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신서유기' 규현, 올바른 심성은 말씨에서 드러난다

빛무리~ 2017. 3. 1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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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씨'란 명사로서 '말하는 태도나 버릇'을 뜻한다. 선택하는 어휘나 단어도 물론 말씨에 해당되며,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할지에 관해 고민하는 것 또한 넒은 의미에서는 말씨에 해당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최근 '신서유기'를 시청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규현에게 늘 감탄하고 있다. 예능 베테랑인 나영석 PD와 제작진은 그에게 '비관적 아이돌'이라는 코믹한 별명을 붙여 주었지만, 사실 그렇게 고민이 많고 생각이 많아서 비통함(?)에 잠긴 표정을 지을 때가 많은 것은 모두 배려심이 지나친 탓이었다. 

첫 모임에서는 이상할 만큼 게임을 잘 해서 문제가 되었다. 요괴들(출연자들)이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던 나PD는 경솔하게도 "이 게임에 한 명이라도 성공할 경우 곧바로 차후 일정을 취소하고 퇴근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놀랍게도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규현이 너무나 쉽게 그 게임에 성공하고 만 것이다. 결국 제작진이 준비해 놓았던 수많은 계획은 취소되고 출연자들은 모두 귀가조치 되었는데, 단지 열심히 게임에 임했을 뿐인 규현은 혹시 자기 때문에 방송을 망친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느라고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었다. 


그 이후로는 또 게임을 너무 못해서 문제가 되었다. 나이도 젊고 두뇌도 명석하고 평소 게임을 즐기는 편이라서 잘할 것만 같은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허당 기질을 드러내며 실패함으로써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쿨하게 웃으며 툭툭 털어내기에는 마음이 여리고 세심한 탓인지 그 때마다 규현은 얼굴에 핏기를 잃으며 비관적인 표정을 지었고, 그 때마다 제작진은 그런 표정을 클로즈업하며 '역시 비관적 아이돌'이라고 웃음을 자아냈다. 나 역시 대범하기보다는 예민한 편이라, 그런 규현의 모습에 큰 공감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감탄했던 장면은, 동갑내기 친구 안재현의 아내인 구혜선을 부를 때 어떤 호칭을 써야 할지 몰라서 고민하는 부분이었다. 강호동과 이수근 등 나이 많은 동료들이 아무렇지 않게 '제수씨'라고 부르면 된다 했지만, 규현은 자기는 절대 그런 호칭은 사용할 수 없다고 고집했다. 친구의 아내를 '제수씨'라고 부르는 것은 안 좋은 표현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라 했다. 이제껏 살면서 나 역시 그 호칭은 매우 틀린 거라고 생각해 왔지만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호칭이기에 그런가보다 했는데, 누군가 나서서 강력하게 잘못되었음을 표현하고 주장하니 매우 놀랍고도 신선했다. 

사실 '제수씨'는 동생의 아내를 부르는 호칭이기에, 친구의 아내를 부르기에는 적합치 않은 표현이다. 좀 더 깊이 파고들자면, 친구와는 동격이면서도 친구의 아내는 손아랫사람처럼 여기는 것이기에, 일종의 여성비하적인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와 비슷한 류의 잘못된 호칭으로는 시동생, 시누이를 도련님,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 등이 있다.) 분명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어 온 호칭이나 용어 따위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일단 나서서 이의제기를 한다는 것 자체부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보면 볼수록 규현은 참 올바르고 세심하면서도 용감한 심성을 지닌 듯하다. 그 동안은 노래하는 목소리 때문에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은연중에 드러난 그 심성 때문에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굳이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함께 출연한 송민호를 볼 때면 계속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 라는 랩 가사가 떠올라서 유쾌한 예능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물론 사과도 했고 진심으로 반성한 것 같긴 한데, 단 한 번이라도 그런 말을 썼다는 것 자체가 내 마음속에는 낙인처럼 찍혀버렸기 때문이다. 한 번 내뱉은 말(言)은 순식간에 천 리를 달리는 말(馬)과도 같아서 절대 따라잡을 수도 만회할 수도 없다. 아무쪼록 항상 입을 조심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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