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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진 모친의 기보배 선수 비난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 본문

스타와 이슈

최여진 모친의 기보배 선수 비난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

빛무리~ 2016. 8. 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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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의 여자 양궁 금메달리스트인 기보배 선수를 향해 연예인 최여진의 모친인 정모씨가 SNS로 욕설을 하여 파문이 일고 있다. 수년 전 기보배 선수의 아버지가 인터뷰를 하면서 "딸에겐 보신탕이 잘 맞는 것 같다. 보신탕을 먹으면 성적이 잘 나온다."고 말했던 것을 빌미삼아 "국가대표가 한국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고 주장하며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해당 SNS에는 원색적인 욕 단어가 수차례 등장할 뿐 아니라 "잘 맞으면 네 부모도 처먹어라"는 식의 패륜적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어 매우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기보배 선수의 아버지가 그 인터뷰를 한 것이 2010년인데 느닷없이 지금에 와서, 그것도 리우 올림픽 기간에 딱 맞추어 무려 6년 전의 인터뷰 내용을 물고 늘어지며 공공연한 모욕을 가했다는 점이다. SNS로 인해 파문이 거세지자 정모씨는 해당 글을 삭제한 후 나름대로 사과문이라는 것을 다시 올렸지만, 그 역시 진정한 사과라기보다는 자기합리화에 가까운 내용이라 대중의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말았다. 과한 표현은 인정하지만 자신의 잘못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일관되게 주장하는 정모씨의 이유인즉 "그러잖아도 해외에서 '한국은 개고기를 먹는 미개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국가대표 선수가 그런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켰으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들춰내지 않았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고 기억조차 못했을 그 인터뷰를 굳이 올림픽 기간에 나서서 일부러 들춰내며 떠들썩하게 공론화시킨 사람은 정모씨이므로, 설령 한국의 이미지가 실추되었다면 그것은 기보배 선수가 아니라 정모씨의 책임이다. 


수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된 올림픽 기간에 작심한 듯 벌인 일이니 어쩌면 관심병의 발로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정모씨의 이러한 행동이 정확히 어떤 이유와 무슨 목적에서 비롯되었는지는 그녀 본인 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아무튼 개고기 식용 여부에 관한 논란을 떠나서, 기보배 선수에게 공공연한 욕설과 패륜적 언사를 퍼부은 정모씨의 행동은 지극히 부당하다. 부당할 뿐 아니라 명백히 모욕죄 성립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기보배 선수측에서 그럴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법적으로 소송을 걸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아니지만 또 한 가지의 중요한 논점은 개고기 식용 문화에 관한 찬반일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밝혀 본다면, 나는 평소 강아지를 무척 좋아하지만 '개는 절대 먹을 수 없는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 식용 문화를 야만적인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개'를 단순한 동물(짐승)이라 여기지 않고, 거의 인간과 비등할 정도로 특별하며 귀한 존재라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개 역시 소나 닭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동물일 뿐이며, 특별한 존재가 되는 이유는 인간과의 '개별적 교감'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 마리의 개가 한 가정에 입양되어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수년 동안 살아왔다면, 그 한 마리의 개는 누가 뭐래도 그 가족의 일원이다. 인간인 가족들과 특별한 교감을 나누었기 때문에 그만큼 소중한 존재가 된 것이다. 하지만 개가 아니라 흔히 식용으로 쓰이는 닭이나 오리 등도 인간의 특별한 사랑을 받으며 교감을 나누었다면 얼마든지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집에서 닭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사람들이 방송을 통해 적잖이 소개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사랑하는 애완 닭 앞에서도 일말의 죄책감 없이 치킨을 맛있게 먹었다. 


교감을 나눈 한 마리의 닭은 소중한 존재이지만, 교감을 나눈 적 없는 여타의 닭들은 그냥 '음식'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물을 '먹는' 것과 '학대하는' 것은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동물은 식물과 더불어 인간에게 주어진 식량이며, 그 어떤 동물도 인간이 절대 먹어서는 안 될 만큼 존귀한 것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동물 역시 살아 숨쉬는 생명이라는 점에서는 귀한 존재이기에, 식용의 목적이 아니라 인간의 가학적 취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죽이거나 학대하는 것은 죄악이다. 


'애완견'이라는 단어 자체가 '반려견'으로 바뀌었을 만큼, 애견 인구가 점점 늘어가면서 '개'는 점점 특별한 존재로 격상되어가는 분위기다. 강아지를 키우던 집에 아기가 태어나면, 부모는 아기에게 그 강아지를 '형' 또는 '언니'라고 부르게 하기도 한다. 강아지가 아기보다 먼저 태어났고 먼저 가족의 일원이 되었으니, 당연히 형이나 언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결코 동물이 인간에게 형이나 언니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인간보다 위의 존재로 높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개 식용 문화에 관한 논란이 일 때면, 나는 가끔씩 힌두교의 소 숭배 사상을 떠올리곤 한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 사람들은 소를 신으로 섬기지만, 사실 소는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식용 동물이다. 마찬가지로 외국 몇몇 나라에서는 개를 인간과 동급으로 여기는 모양이지만, 한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개를 먹을 수 있는 동물이라고 생각해 왔다. 따라서 나는 개 식용 문화가 별로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죽이기 전에 학대하는 행위는 죄악이지만, 오직 개만이 다른 동물보다 더 존귀할 이유는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A.J.크로닌의 소설 '천국의 열쇠'에서, 주인공 치셤 신부는 35년 동안 중국에서 온갖 생사의 관문을 넘나들며 가난한 중국인들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살다가 만년이 되어서야 고국으로 돌아온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노라의 손자 안드레아가 돌봐줄 사람 없이 불쌍한 고아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아이를 양자로 삼았다. 늙은 치셤 신부와 어린 안드레아가 함께 연어 낚시를 하러 가는 평화로운 장면에서 긴 소설은 마무리된다. "하느님께서는 예쁜 물고기를 만드시고, 우리에게 그걸 낚으라고 주셨단다." 치셤 신부의 그 대사는 사춘기의 예민했던 내 마음에 묘한 안정감을 심어 주었다. 동물을 먹는 행위에 대해서 지나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이 그 이유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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