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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환상의 커플, 인어 아가씨... 故 김성민을 추억하다 본문

스타와 이슈

남자의 자격, 환상의 커플, 인어 아가씨... 故 김성민을 추억하다

빛무리~ 2016. 7. 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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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예인들 중 누군가가 불시에 죽음을 맞이하면, 나는 그가 생전에 출연했던 작품들을 다시 찾아보며 회상에 잠기곤 한다. 한창 살아야 할 젊은 나이에,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우월한 외모와 특출한 끼와 재능을 지녔으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그 모습을 좀 더 오래 보여주지 못하고 일찍 떠나가야 했던 운명이 안타까워서인 것 같다. 특히 최근 세상을 떠난 배우 김성민은 각종 인기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 대중에게 매우 친숙한 연예인이었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라 더욱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장기 기증을 통해 무려 5명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하고 떠날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은 적잖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나는 그리운 마음에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와 예능 몇 편을 다시 시청했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는 한예슬의 남편으로 출연했는데, 훤칠한 외모와 달리 찌질하면서도 유쾌한 남자 빌리박의 캐릭터와 김성민의 코믹 연기는 완벽히 어울렸다. 초중반까지는 아내가 기억을 잃었을 뿐 죽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진실을 밝히지 않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단순히 찌질한 악역 -  아내의 죽음을 조작하여 막대한 유산을 가로채려는 - 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래도 후반에는 나약한 가운데 제법 순정을 지닌 인물임이 드러나 안스럽기도 했다.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돌아섰는데, 곧바로 그녀와 비슷한 성격의 다른 여자에게 반하는 모습은 가장 웃기는 압권이었다. 

'남자의 자격' 방영분 중에서는 '동갑내기 이성친구' 편을 다시 보았는데, 김성민의 동갑 이성친구로 출연한 사람이 하필 유채영이라서 가슴이 더욱 시려왔다. 1973년생인 김성민과 유채영은 그 방송을 촬영하던 2009년 당시 37세였고, 모든 커플들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활력을 자랑했었다. 노래방에서 신나게 춤추고 놀다 보면 피를 흘리는 것은 기본이고 가끔은 깁스까지 하게 되므로, 노래방 선택의 최우선 순위는 병원과의 접근성이라는 농담까지 해가며 두 사람은 정말 신명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불과 7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토록 활기차던 두 젊은이의 모습은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미래를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인어 아가씨'는 워낙 오래된 자료라서 구하기 어려웠는데, 최근 운 좋게도 얻을 수 있게 되어서 초반 40회 가량을 다시 시청했다. 임성한 작가의 최전성기 때 쓰여진 것이라선지, 무려 14년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방송되는 드라마들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세련된 재미와 구성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후반에는 연장 방송의 폐해가 드러나며 숱한 비난을 받았으나, 초중반까지의 '인어 아가씨'는 엄청난 몰입도와 흡입력으로 수많은 시청자를 꼼짝 못하게 붙잡아 두었던 것이다. 작가뿐만 아니라 주연배우인 장서희와 김성민에게도 이 작품은 인생작이요 대표작일 수밖에 없는 것이, 화면에 비춰진 두 사람의 외모에서부터 드러났다. 


누구나 제 짝을 만나면 얼굴부터 환히 핀다고 하는데, 그 말은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작품의 인연에서도 증명되는 것 같다. 여배우 장서희는 다른 어떤 작품 속에서보다 '인어 아가씨' 속 아리영일 때 가장 아름다웠고, 김성민 역시 '인어 아가씨' 속 이주왕일 때 가장 멋져 보였다. 그 때도 그렇게 느꼈지만, 14년이 흐른 지금 다시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초저화질 화면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두 사람의 외모는 엄청나게 유혹적이었다. 당시 최고로 물이 올랐던 장서희는 외모뿐만 아니라 댄스와 노래, 드럼 연주 실력까지 아낌없이 쏟아내며 작품을 이끌었는데, 비교적 신인급이었던 김성민의 포스 또한 장서희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 강력했다. 

김성민은 데뷔 초 김성택이라는 본명으로 활동했는데, 그의 선풍적인 인기는 가히 신드롬에 가까운 것이었다. 단순히 잘생겼다는 표현으로는 왠지 부족하다 싶은, 반듯하면서도 귀티나는 외모에 목소리와 발성까지 좋고, 연극 무대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아 신인답지 않게 출중한 연기력까지 갖추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훗날 '남자의 자격'에서도 증명된 바이지만 김성민의 노래 솜씨는 '인어 아가씨'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아리영은 노래방에서 주왕을 유혹하며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를 불러 달라고 요청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그 노래를 훌륭히 소화해내는 김성민의 멋진 모습을 보며 나는 새삼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남자의 자격'이 방송될 당시 나는 김성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너무 지나치게 밝고 붕붕 떠 있는 듯한 모습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져서였던 것 같다. 말하자면 "저 모습은 진짜가 아니야!" 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과연 그 때 그 모습은 진짜가 아니었다. 하지만 방송에 보여주기 위한 가식이라고 여겼던 그 때의 생각은 오해였다. 김성민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가식적인 모습을 연출했던 게 아니라, 스스로의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밝아져 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진짜로 즐거워서가 아니라 억지로 즐거운 척을 하다 보니 부자연스러워 보이긴 했지만, 그 나름대로는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던 게다. 

그토록 멋지고 재능 많은 사람이 어째서 마약의 유혹에 빠질 만큼 외롭고 우울했던 것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김성민은 반려견 봉구와 제제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귀여운 강아지들도 그에게 절대적인 위로는 되어주지 못했다. 첫번째 마약 사건 이후에는 좋은 인연을 만나 결혼까지 하면서 열심히 재기를 꿈꾸었으나, 한 순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두번째 실수는 그를 돌이킬 수 없이 깊은 절망에 빠뜨리고 말았다. 좀 더 강건하고 굳세지 못했던 것이 죄라면 죄겠지만, 이토록 젊은 나이에 떠나보내기는 너무나 아쉽고도 아까운 인재였다. 부디 평화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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