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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에 가기 전, 꼭 알아야 될 한 가지 진실

빛무리~ 2016. 5. 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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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병원의 산부인과에서 있었던 일이다. 동네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던 산모 A씨는 아기가 저체중으로 태어날 위험이 있으니 큰 병원으로 옮기라는 권유를 받고 근처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일부러 여자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서 진료받던 A씨는 대학병원 역시 일부러 산부인과 여교수가 있는 병원을 선택했다. 그런데 진통 중 예상치 못한 남자 의사가 내진을 해서 불편함을 느꼈던 A씨는 결국 제왕절개 수술이 불가피하게 되자 "혹시 수술실에 남자 의사가 들어오는지"를 미리 확인했고, 병원측으로부터 "오늘 수술실에 들어오는 남자 의사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정작 수술실에는 남자 의대생 2명이 제왕절개 수술 참관차 들어와 A씨 옆에 계속 서 있었다. (관련 기사 링크)

하반신 마취를 한 채로 남학생들과 눈이 마주친 A씨는 엄청난 스트레스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다. 극도의 당황과 수치심 때문에 출산의 감동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출산 후에도 정신적 고통은 계속되었다. 자신이 동의한 적 없는데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도 아니고 제3자인 학생들의 참관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씨는 결국 정신과 치료까지 필요한 상황이 되었고, A씨의 가족은 해당 대학병원에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나 병원측에서는 "대학병원은 수련기관이기 때문에 모든 환자는 암묵적으로 의대생이나 수련의의 참관을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A씨는 사전에 '남자 의사 참관 여부'를 직접 확인했었지만, 그 의미조차도 깨끗이 무시되었다. '남자 의사'가 안 들어온다고 한 것이지 '남자 학생'이 안 들어온다는 뜻은 아니었노라고 병원측에서 발뺌했기 때문이다. (파렴치한 말장난!!!) 과거에도 대학병원에서 의대생의 진료 참관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는데, 당시 법원 판결문에도 "대학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이자,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의 임상실습 및 참관이 교육과정의 일부로 정해져 있고, 환자의 입장에서도 이를 당연히 예상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A씨의 입장에서는 분명 억울한 일을 겪었지만 보상은 커녕 입에 발린 한 마디 사과조차도 받기 어려운 처지가 된 것이다. 


아무리 교육 기관이라도 사전에 환자의 동의를 구해야 마땅할 것 같은데, 한국의 대학병원 및 의료계는 "사전에 일일이 환자 동의를 받는다면 교육이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자 치료'보다는 '학생 교육'에 우선적인 목표가 있음을 아주 명확히 밝힌 것이다. 대한산부인과 의사회 이아무개 원장은 말했다. "대학병원의 가장 큰 역할은 젊은 의사들의 교육, 그 다음에 학생들 교육이거든요!" 놀랍게도 '환자 치료'는 그 '역할'로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과연 대학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 중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분명히 내 병을 치료받으러 왔는데, 이 사람들은 내 병의 치료보다도 자기네 학생들 교육을 더 절대적이고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는 소름돋는 진실을 말이다.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미국과 유럽의 대학병원에선 의료진의 필요에 따른 일방적인 참관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국내에선 교육이라는 이유로 관행화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환자들은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는 것이지 교육 대상이 되려고 병원을 찾는 게 아닌데, 한국에서는 그 부분이 묵살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산모의 분만이나 진료 시 의대생이 참관할 경우 반드시 사전에 동의를 구하도록 기준을 설정해 안내하고 있지만, 법적 효력이 없어서인지 현실적으로는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리 교육이 목적이라지만, 그 핑계로 환자의 마음과 인격은 사정없이 짓밟혀도 괜찮은 것일까? 


이 내용을 다룬 위키트리 기사에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무려 1,6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해당 기사 링크) 절대 다수의 댓글은 산모 A씨의 억울한 입장에 공감하며, 아무리 교육이 중요하더라도 최소한 사전에 환자의 동의를 구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병원측의 입장에 동조하는 소수 의견들도 매우 강력했다. 그 중 한 사람은 "환자가 병원을 찾고 선택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대학병원'이라는 단어를 검색만 해 보았더라도 대학병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 기관인지는 알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간단한 노력조차 하지 않고서는 자기가 몰랐다는 이유로 병원측에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학병원 의사들을 왜 "교수님"이라고 부르는지도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껏 한 번도 '대학병원'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즉시 한국인들이 검색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이트 네이버에 들어가 '대학병원'을 검색했더니 결과는 이러했다. "대학병원 = 의과 ·치과 대학생의 학습 ·실습을 목적으로 대학에 부속 설립된 병원" (!!!) 과연 대학병원의 목적은 환자 치료가 아니라 학생 교육과 실습이었다. 부끄럽게도 적지 않은 나이에 처음으로 알게 된 무서운 진실이었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최소한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들만이라도 병원을 선택할 때 이 진실을 알고 가셨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모른 채 갔다가는 뼈저리게 억울한 일을 겪고서도 보상은 커녕 "몰랐던 네가 멍청이지" 라는 소리나 듣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른 선택지가 조금도 없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대학병원에는 절대 안 가는 게 답인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인간으로서 아플 때는 더욱 인격적인 따뜻한 대우를 받고 싶어할 뿐, 결코 그 누구도 실험쥐나 마루타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 덧붙이기 : 학생 및 수련의의 임상 실습 및 수술 참관은 유능한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데 왜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느냐는 의견이 있을 듯하여 덧붙인다. 그 문제는 교육이 위축된다는 둥 하면서 이상한 핑계를 대지 말고, 무조건 사전에 환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면 완벽히 해결된다. 산모들 중에도 예민하고 수치심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 있는 한편, 대범하고 쿨한 성격의 산모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미리 알고 동의했다면 도대체 뭐가 문제겠는가? 만약 동의하는 환자의 수가 너무 적어서 교육이 어려워진다면, 참관에 동의하는 환자에게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대학병원의 사전적 의미와 법적 의미가 '교육기관'이라 해도 절대 다수의 환자가 그것을 명백히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리 알리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방적 강압적으로 참관을 실시한다는 것은, 법을 악용한 인권 유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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