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시럽오더 커피숍 결제, 너무나 황당했던 경험 본문
SK플래닛에서 제공하는 시럽오더(Syrup Order)라는 결제 어플이 있다. 커피숍을 비롯한 몇몇 제휴 매장에서 30% 가량의 할인 혜택은 물론, 줄 서서 기다릴 필요조차 없이 곧바로 주문한 음료 및 과자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최근 홍보를 많이 하는 어플이다. 결혼해서 인천 구석에 자리잡은 후에는 커피숍 이용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추석날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하게 된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시럽오더 결제의 혜택을 받아보고자 했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구경한 후 근처의 H커피숍을 방문했고, 시럽오더를 이용해서 평소 좋아하는 와플 12개를 주문했다. 즉시 테이크아웃하여 받아들고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주문하신 제품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라는 메시지가 뜨더니 불과 아주 잠시 후 "시럽오더 주문이 완료되었습니다." 라는 메시지로 바뀌었다. (그 휴대폰이 신랑 것이어서 나는 힐끗 보았기 때문에 메시지가 아주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충 저런 내용이었다.) 따끈하게 구워진 와플 12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추호도 의심치 않은 채, 우리는 즉시 계산대로 다가가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주문을 받은 여직원이 황당한 소리를 했다. "저희 매장에 와플이 8개밖에 없어서요. 주문하신 12개를 드릴 수가 없는데요!" 어잉?? 이게 무슨 고양이 풀 뜯어먹는 소리람?
신랑이 말했다. "그럼 와플은 8개만 주시고, 나머지 금액은 다른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여직원이 말했다. "저희가 임의로 주문을 수정할 수가 없어서요. 손님이 직접 취소하고 다시 주문하셔야 해요!" .......아, 그래요? 하면서 우리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주문을 취소해 보려 했지만, 당최 취소 버튼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시럽오더는 일단 결제를 완료한 후에는 취소가 안 되는 시스템이었다. 결제 완료와 동시에 해당 매장에서 상품 조리를 시작하기 때문인 듯하다. 예를 들어 주문을 받고 와플을 벌써 다 구워 놓은 상황에서 손님이 갑자기 결제를 취소해 버리면 난감한 문제가 발생할 테니 말이다.
신랑이 다시 계산대의 직원에게 다가가 결제 취소가 안 된다고 말하자, 볼수록 두꺼비를 닮은 아까 그 여직원이 대답했다. "취소는 저희가 해 드릴 수 없는데요. 고객센터에 문의해 보세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 시럽오더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보았고, 추석 연휴 관계로 콜센터가 휴무라는 안내 멘트를 들은 후였다. 최선을 다해 주문 처리를 해 주려고 노력하기는 커녕 배째라는 식으로 나몰라라 하며 "댁들이 직접 알아서 하세요" 하는 직원의 태도에 조금씩 부아가 나기 시작했다. "오늘 휴일이라서 통화가 안 됩니다. 벌써 금액은 결제가 된 상태이고 취소도 안 되는데 어쩌란 말이죠? 지금 우리는 돈만 내고 물건을 못 받는 상황이잖아요!"
약간 언성을 높이자 두꺼비 닮은 눈을 껌벅이던 여직원은 비로소 "저희 쪽에서 고객센터에 연락해 볼게요." 하며 태도를 바꾼다. 잠시 후 매니저 쯤으로 보이는 다른 여직원이 다가와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가 인근 매장에서 부족한 와플을 좀 받아다가 만들어 드려도 괜찮을까요?" 결제 취소도 안 되고, 주문 수정도 안 되고, 부족한 분량 만큼 다른 상품을 대신 내어줄 수도 없다 하니, 그렇게 해서라도 주문 내용을 정확히 맞추는 방법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별 수 없이 그러라고 했는데, 멀뚱하니 자리에 앉아 무려 40~50분 가량을 기다리다 보니 점점 더 부아가 치밀었다.
분명 우리에겐 책임이 없었다. 시럽오더에서는 분명 와플 12개의 주문 결제가 막힘 없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해당 매장에 준비된 와플이 8개 뿐이라면 당연히 주문 자체가 거부되어야만 했는데, 떡하니 주문을 받아서 돈만 챙겨놓고는 "물건 없는데요" 라며 오리발을 내미는 식이 된 것이다. 시럽오더 결제 시스템의 문제일까? 아니면 커피숍 직원의 실수일까?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커피숍 직원의 실수일 가능성이 더 큰 것 같았다. 결제 시스템이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현장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물품량을 체크하여 즉시 어플에 적용시키는 것과 오더를 수락하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해당 매장에서 준비된 와플 수량을 미리 파악하여 어플에 8개로 적용시켜 놓았더라면, 처음부터 12개 주문은 가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12개 주문이 들어왔을 때 먼저 그만큼의 분량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오더를 수락했다면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 같다. 현장 직원이 OK를 누르지도 않았는데 무턱대고 멋대로 결제를 진행하는 어플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남아있는 와플 수량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덥석 오더를 수락한 후, 막상 찾아보니까 "8개 밖에 없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게 아닐까 싶었다. 말하자면 받아서는 안 될 주문을 잘못 받은 것인데, 두꺼비 닮은 여직원은 "와플이 8개 밖에 없어서요" 라고 당당히 말할 뿐 처음에는 죄송하다는 인사 한 마디조차 없었다.
50분쯤 기다리자 매니저로 보이는 갸름한 여직원이 커다란 종이봉투를 들고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 채, 손님들이 드나드는 정문으로 급히 뛰어들어왔다. "죄송합니다. 금방 만들어 드릴게요!" 대학로에 H커피숍 매장이 두 군데가 있긴 하지만 서로 위치가 가깝지는 않은데, 걸린 시간으로 보아 차를 몰고 다녀온 것이 아니라 직접 뛰어갔다 온 듯했다. 어쨌든 무려 1시간을 기다린 끝에 우리는 주문한 상품을 받아들고 커피숍을 나올 수 있었다. 그깟 와플이 뭐라고 1시간이나 멀뚱히... 꽤나 짜증스런 경험이었다. 분명 돈을 지불했는데 물건이 없다면서 내주지 않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대응했던 초반의 태도는 더욱 불쾌했다.
시럽오더를 이용하는 분들은 이런 경우에 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다. 현장에서 직접 결제했을 때는 취소가 가능하지만, 시럽오더로 미리 결제한 후에는 취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주문 결제가 이루어진 후 매장에서 물건이 없다고 하면 정말 난감하고 황당한 경험을 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처럼 테이크아웃할 생각에 다량 주문을 할 경우는, 먼저 매장에 전화를 걸어 그만큼의 수량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할인도 받을 수 있고 줄서서 대기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럽오더는 분명 좋은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어플이지만, 현실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와 같은 문제에는 미처 대비하지 못한 듯 싶다.
*** 나중에 확인해 보니, 시럽오더 결제 후 사용자가 직접 취소할 수는 없지만, 매장(커피숍)에서는 취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H커피숍의 대학로 그 매장 직원들이 심히 무지했던 것이다. 무지한 데다가 허술하고... 결국 시럽오더의 결함이 아니라 커피숍 직원들의 실수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지만, 아직 시럽오더 자체가 익숙치 않은 매장도 많을 것이므로 이런 경우가 또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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