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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화장품 무료로 사용해 보세요? 이런 전화는 조심해야 해!

빛무리~ 2015. 9. 1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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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여기는 화장품 회사인데요. 고객님께 새로 나온 제품을 무료로 사용해 보실 기회를 드리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평소 이런 류의 전화는 받자마자 끊어버리던 나였는데, 이번에는 정말 타이밍이 기막혔다. 살살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얼굴 피부가 부쩍 건조해지는 걸 느꼈는데, 여름에 바르던 로션으로는 보습이 충분치 않은 것 같아서 조만간 영양크림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고급 기능성 영양크림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평소 내 성격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인데 그 날은 뭔가에 홀렸는지 이상하게 솔깃해졌다. 전화번호는 무작위로 돌리다가 얻어 걸렸다는데, 평소 같으면 꺼림칙하게 여겼을 일을 그 때는 왠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내 이름과 주소까지 선선히 불러주고 말았다. 


무료 체험분인 샘플과 대략 60만원 상당의 본품이 함께 배송되었다


상담원과 통화할 때부터 약간 이상한 부분이 있긴 했다. "고객님께는 비용 부담이 전혀 없어요. 택배비도 저희가 부담해서 보내 드리고요. 10~15일 정도 샘플을 사용해 보신 후에 다시 전화가 오면 사용 소감만 간단히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상품을 홈쇼핑에 출시하려면 우선 고객님들의 체험담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행하는 이벤트입니다. 디자인을 보시라고 본품을 같이 보내 드리는데, 본품은 뜯지 마시고 10ml 짜리 샘플만 써 보시고요. 체험 기간이 끝나면 본품은 저희가 무료로 회수해 드립니다!" 


샘플만 써야 하는 거면 그냥 샘플만 보내야지 왜 뜯지도 말라면서 본품까지 함께 보내는 거냐고, 단순히 디자인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그냥 사진이나 카탈로그를 보내주는 게 맞지 않느냐고, 그 때 이렇게 물어봤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좀 이상하다는 생각만 하고 그냥 넘어갔다. 바로 다음날 택배로 화장품이 왔다. 그런데 본품 가격이 무려 598,000원이다. 상담원이 통화 중에 제품 가격을 말했던 것 같기는 한데, 단순히 무료 체험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금액은 집중해서 듣지를 않았었다. 


갑자기 부담이 확 밀려온다. 어차피 사지도 않을 건데, 이런 고가의 제품을 몇 주씩이나 내가 보관하고 있어야 하다니! 도대체 무슨 화장품이길래 그토록 비싼 건지 궁금하긴 해서, 조심조심 본품을 꺼내어 살펴보니 케이스는 별로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15일 동안 쓰라고 보내 준 샘플은 그냥 동네 화장품 가게에서 주는 샘플과 똑같이 생겼다. 오늘 꼭 한 번 발라 보았는데, 내가 늘 사용하던 2~3만원대의 중저가 제품과 아직까지는 별 다를 것 없는 느낌이다. 


문득 궁금해져서 인터넷으로 화장품 이름을 검색해 보았더니, 분노와 고민으로 가득한 체험담이 줄줄이 뜬다. 화장품을 무료로 써 볼 수 있다는 말만 듣고 제품을 받았는데, 본품을 뜯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개봉을 해 버렸으니 이걸 어쩌면 좋냐고 울먹이는 사람이 한둘도 아니었다. 상담원의 말투가 워낙 빠른 데다가, 동봉된 사용 설명서에도 그런 내용은 중간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기 때문에, 성격이 좀 허술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체험 대상자에 한해서는 299,000원으로 할인해 준다지만 그 역시 엄청 비싼 금액이다. 할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입금했다는 사람도 있고, 이런 방식의 판매 자체가 사기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하긴 뜯지도 못할 본품을 괜히 동봉해서 어리숙한 사람들의 착각과 실수를 유도하는 셈이니, 결코 정당한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나는 본품을 뜯지 않았기에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싶었는데, 또 다른 글이 눈에 띈다. 


"정말 약속대로 회수를 해 갈까요? 괜히 시간만 질질 끌다가 반품 기한 지났다면서 금액 청구하는 건 아닐까요?" 


순간 가슴이 덜컹한다. 하지만 동봉된 사용 설명서에 샘플 무료 체험과 본품 회수에 관한 내용이 똑똑히 적혀 있는데 그렇게까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2주 후에 다시 전화가 왔길래 본품 회수해 가라고 했더니, 그러지 말고 반값에 드릴테니 구입하라면서 계속 피곤하게 구는 거예요. 그래도 끝까지 안 산다고 회수해 가라고 했더니 엄청 쌀쌀맞게 기분나쁜 목소리로 알았다고 하면서 끊었어요!" 

"저는 3주가 지나도록 전화가 안 오길래 제가 직접 전화해서 회수해 가라고 했어요. 왜 본품을 같이 보내서 사람 부담스럽게 하느냐고 한 마디 했더니, 회수하면 되잖아요! 하고 소리지르면서 끊어버렸어요." 

"회수를 해 가더니 일주일쯤 후에 또 전화가 와서 화장품을 무료로 사용해 보라는 거예요. 난 벌써 받아서 써 보고 반품까지 했다고 말했더니 살짝 당황하면서 끊더군요!" 



이런 이런... 나 역시 또 한 번 전화를 받을 때는 강매 요구에 시달리거나 불친절한 응대에 기분 상하겠구나! 나는 그런 사람들 상대하는 거 진짜 싫어하는데... 게다가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으니, 차후로도 계속 전화가 올 수 있겠구나! 전화는 스팸처리를 하면 된다 쳐도, 내 주소나 이름 등의 개인정보까지 그 회사에 남아있다는 게 영 찜찜하다. 하지만 어차피 벌어진 일... 며칠 동안 샘플을 사용하면서 건조한 피부를 조금이나마 다독일 수 있다면 어쨌든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현재로서 가장 염려스러운 일은 회수 과정 중에 택배 직원의 실수로 본품이 상자 안에서 깨지거나 훼손된다면, 혹시 그 파손의 책임을 나에게 물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본품을 팽팽히 감싸고 있는 투명비닐이 뜯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그것은 누가 봐도 택배 과정 중의 파손이므로 나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하며 나 자신을 안심시킨다. 아무튼 그런 전화는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달콤하고 솔깃한 제안을 하더라도 결코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말 새삼스레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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