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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창궐 시대, 천식 환자의 이중고(二重苦) 본문

나의 생각

메르스 창궐 시대, 천식 환자의 이중고(二重苦)

빛무리~ 2015. 6. 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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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가 우연처럼 운명처럼 대한민국에 유입된 후, 발원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는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유례가 없을 만큼 가공할 전파력으로 온 사회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마치 재난 영화 '감기'의 한 장면처럼, 믿을 수 없지만, 이것은 지금 우리의 코앞에 닥친 현실이다. 중동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채 입국한 최초의 환자는 오직 1명뿐이었으나, 초기 대응 부실로 방역망이 뚫리면서 전국 곳곳의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2차, 3차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확진된 환자들 뿐 아니라, 감염 의심 대상자로 선정되어 격리 조치된 사람만도 수천 명이 넘으니, 이쯤 되면 국가적 재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혹시나 좋은 소식이라도 있을까 뉴스부터 챙겨보지만, 날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환자와 감염 의심자의 숫자는 속수무책 절망만을 키울 뿐이다. 다소 과장된 것일 수는 있으나 치사율이 무려 40%에 달한다는 이 바이러스의 공포에 대한민국의 모든 활동은 거의 멈춰지고 말았다. 


감염 의심 대상자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수천 개의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몇몇 병원은 휴업 사태를 맞이했다. 인구 밀집 지역의 시민들은 필수 불가결한 직장 활동만 제외하고 여가 활동의 모임 대부분을 취소하고 있다. 현재도 당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 감염자가 결코 없다는 보장이 없으니, 무조건 사람 많은 장소에는 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공기 전파가 되지 않는다는 말도 좀처럼 믿을 수 없고, 그저 숨 쉬는 것만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공포는 날로 더해만 간다. 


메르스는 발열, 기침, 호흡 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과 더불어 급성 신부전을 초래하는데, 현재까지 발명된 백신이나 특효약이 없어 각각의 증상에 따른 치료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평소 건강한 사람이라면 가벼운 감기처럼 잠시 앓다가 금세 회복될 수도 있지만, 연령이 높거나 지병을 앓고 있거나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이 감염되었을 경우는 그 예후가 좋지 않아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 확진 환자 중 벌써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대부분 기존의 지병이 메르스로 인해 악화된 경우에 해당한다.



 

첫번째 사망자는 천식으로 인한 호흡 곤란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사람이다. 천식과 메르스가 결합하면 그 결과가 몹시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저절로 입증된 셈이다. 그런데...... 나는 어릴 적부터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이 매우 극심한 편이었으며, 현재는 그로 인해 발생한 천식을 앓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내 머릿속에는 "걸리면 죽는다!"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는데도 왠지 찜찜해서 하루종일 수십 번이나 손을 씻고 또 씻는다. 


어제는 주일날이라 성당에 가야만 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그냥 가지 말까도 생각했지만, 신앙인으로서의 자세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었다. 어차피 하느님 의지해서 사는 인생인데 알아서 지켜 주시리라 믿으며, 밀폐된 공간에 사람 가득한 성당으로 들어섰다. 내 힘으로 아무리 피하려 애써봤자 하느님이 나 데려가실 생각이면 어떤 식으로든 걸리게 될 것이고, 지켜주실 뜻이 있다면 매일 사람 많은 곳을 돌아다녀도 무사할 거라고 애써 자신을 안심시키며 빈 자리를 찾아 남편과 함께 앉았다. 


그런데 남편 옆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가 쿨럭쿨럭 기침을 몇 번 하신다. 심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화들짝 놀라서 남편을 이끌고 다른 자리로 옮겼다. 평소에는 절대 맨 앞자리 쪽으로는 안 가지만, 가장 사람없고 한적한 좌석이 그 곳 밖에 없길래 과감히 맨 앞에 가서 제단을 코앞에 두고 앉았다. 잠시 후 미사가 시작되고 시간이 좀 흘렀는데, 갑자기 목구멍이 간질간질해지기 시작한다. 천식 증상이다. 이러다가 잘못하면 발작적으로 기침이 시작될 수도 있다. 한창 환절기였던 4월과 5월에는 좀 힘들었지만 이제 완연한 여름에 접어들면서 괜찮아졌나 싶었더니 하필 지금 발작하려고 슬금거린다. 


헉, 큰일났다.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놀라고 불안해할까? 자리가 맨 앞이라 미사 중간에 밖으로 뛰쳐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안 돼요, 안 돼요, 제발 기침나지 않게 해 주세요, 지금은 안 돼요~" 대체 그토록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해 본 것이 얼마만이던가! 계속 마른침을 삼키고 식은땀마저 삐질삐질 흘리며 안간힘을 쓰는데, 다행히 기도를 들어 주셨던지 기침 발작은 시작되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면서 미사를 무사히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공기의 밀도가 다르다. 밀폐 공간을 벗어난 것만으로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이 반갑지 않은 메르스 창궐 시대에 나 같은 천식 환자들은 이중고(二重苦) 에 시달리고 있다. 감염되면 남들보다 훨씬 높은 치사율로 목숨이 위태로워질테니 그 불안함을 견뎌야 할 뿐 아니라, 천식 때문에 기침이라도 하게 되면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을 테니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도대체 이 악몽같은 시간들은 언제쯤 끝나게 될까? 드디어 감염 확산 추세가 수그러들고 완벽 통제가 가능해졌다는 뉴스를 언제쯤이나 볼 수 있을까? 기다리는 마음은 일각이 여삼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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