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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의 철없는 도발, 세상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본문

스타와 이슈

문준영의 철없는 도발, 세상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빛무리~ 2014. 9. 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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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이하 '제아') 리더 문준영이 소속사 대표를 향해 격앙된 어조로 SNS 폭로전을 시작했을 때, 수많은 대중은 그를 걱정하며 응원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줄 알지만 동료 멤버들을 위해 과감히 총대를 메고 나선 용감한 행동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비록 SNS에 사용된 언어들은 치밀하지 못하고 횡설수설 수준이었지만, 단지 말솜씨가 없어서 그럴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 떠들썩하게 큰 일을 벌여 놓고는 고작 하루만에 언제 그랬냐는 듯 안색을 바꾸고 입을 닦아 버리는 문준영의 태도를 보니, 그의 진정한 문제는 부족한 말솜씨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너무나 어리고 철이 없는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1989년생, 26세의 적지도 않은 나이에 살벌한 연예계 생활을 몇 년씩이나 했으면서 문준영은 왜 그토록 세상을 몰랐던 것일까?

 

 

문준영이 소속사 스타제국의 신주학 대표를 비판하는 논점을 요약하면 지나치게 긴 계약기간과 불합리한 수익 배분율, 강압적인 방송 스케줄 등 3가지였다. ("저희가 100만원을 벌면, 신주학 사장님이 7, 저희가 3. 저희는 9명입니다. 30만원에서 나누고, 또 나눠 갖습니다." - 문준영 SNS) 사실 이런 문제점들은 거의 모든 아이돌 그룹과 소속사 간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세한 상황을 몰랐던 대중의 입장에서는 문준영의 폭로가 새삼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신 대표의 가혹행위를 비난하며 "자살까지 생각했었다" 는 문준영의 고백과, 동료 제아 멤버들을 향한 뜨거운 우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SNS 문장들은 투박해서 오히려 진솔하고 처절하게 느껴졌다.

 

어려운 싸움을 시작하는 만큼 정식으로 변호사에게 의뢰하여 진행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무조건 대중의 힘만 믿고 SNS 폭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 같다는 우려도 강하게 제기되었으나, 그보다는 문준영의 용기를 칭찬하며 응원하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젊은이의 무모한 행동이 뜻밖에도 연예계 비리 청산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조차 아주 잠깐 들었었다. 그 어떤 위대한 업적도 시작은 미약한 법이니까, 이 순수하고도 열정적인 청년의 용감한 도전장이 어쩌면 기성세대의 철옹성을 부수고 좀 더 합리적인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마련해주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만큼 문준영의 용기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뜨겁고도 긍정적이었는데...

 

 

온통 떠들썩한 하루를 보낸 후 22일 새벽, 드디어 신주학 대표와 담판을 지으러 간다는 문준영의 안위를 또 대중은 염려했다. 너무 큰 일을 저질러 놓아서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잠시 후 문준영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조금 전 대표님과 대화를 마쳤고 저의 진심이 전해져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해소가 되었다. 저의 진심에 귀를 기울이고 배려해주신 저희 대표님께도 정말 감사함을 표한다"는 내용의 SNS를 올렸고, 각종 포털에는 '문준영과 스타제국, 오해 풀었다'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 전개였다. 이쯤 되면 대중은 완전히 우롱당한 셈이다.

 

특히 '오해'라는 단어를 접하는 순간 극심한 불쾌감이 치솟았다.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야 하는 문제에 '오해'라는 단어가 끼어드는 것처럼 역겨운 일이 또 있을까?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니까 대충 덮어놓고 웃으며 넘어가겠다고? 이렇게 끝낼 거였으면 왜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향해 격앙된 어조로 그 난리를 피웠나? 문준영의 SNS는 볼수록 점입가경이었다. "저는 이걸 알려주고 싶었다. 팬들과 대중에게 혼나는 사장님을, 그런데 막상 일 치르고 나니까, 초라하다. 봐라. 여러분 보기 좋게 저랑 사장님만 집안 싸움한 꼴이다." 천만에, 그깟 집안 싸움 보고 싶지도 않았거니와 보기 좋지도 않다. 어린애 불장난에 잿더미가 된 집터를 보는 것처럼 허망하고 불쾌할 뿐이다.

 


 

"다른 기획사들은 더 심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거, 제가 아는데 넘어가는 것은 저희 사장님 혼자 남은 게 싫다... 이제 저희 제국의아이들이 스타제국과 신주학 대표님 지키겠다." (문준영 SNS) 이건 어려도 너무 어리다. 신주학 대표와 무슨 말을 어떻게 나누었는지 모르나, 배고프다고 떼쓰는 어린애한테 우윳병 물려준 것 외에 무슨 다른 해결책이 있었을까? 이렇게 빨리 태도를 바꾼 것을 보면, 애초부터 문준영은 거창한 정의감으로 이번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자기가 속한 그룹 '제아'에 대한 처우개선을 원했나본데,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여야 했던 것일까? 그의 눈에는 대중이 얼마나 쉽게 보였던 것일까?

 

"저희8명 앞에서 눈물 보이며 사죄하는 한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의 그 눈물을 보니까 더 지켜주고 싶은 것이다. 이랬든 저랬든 내가 믿었던 사람이고 지금은 같은 편이니까..." (문준영 SNS) 어려서인지 참 순진하기도 하다. '을'의 입장에서 '갑'의 눈물을 보고 측은지심을 느끼다니! 세파에 찌든 어른에게 있어 눈물 한 방울쯤이야 팔아먹어도 그만이고 찜쪄먹어도 그만인 것을, 어제까지만 해도 악의 축을 대하듯 증오의 눈으로 노려보더니만, 그가 눈물 한 방울 흘렸다고 오늘은 친아버지처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다니! 집안 싸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자기가 온갖 수선을 피우며 끌어들인 대중에게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한 마디면 끝나는 것인가?

 

 

거리에서 남녀가 싸우는데 여자가 일방적으로 맞고 있어서 좋은 마음으로 그녀를 도와주려다가 억울한 피해를 입게 된 남자의 이야기가 인터넷에 떠돈지는 꽤 오래 되었다. 때리는 남자를 말리다가 감정이 격해져서 몸싸움으로 번졌는데, 경찰서에 가서는 여자가 오히려 자기를 때리던 연인의 편을 들면서 도와주려고 나선 사람을 폭행범으로 증언했다는 것이다. 하루만에 안면을 바꾸고 실컷 욕하던 소속사 대표를 오히려 감싸는 문준영의 태도를 보니, 억울한 남자의 심경에 저절로 빙의가 된다. 힘없는 아이가 소속사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하며 제발 관심 좀 가져 달라고 애원하기에 기껏 관심 갖고 할 수 있는 한 도와주려는 마음을 먹었는데, 금세 화해했다고 방긋 웃으며 "대표님 사랑해요!" 하고 있으니 말이다.

 

부족한 표현력 만큼이나 아직은 너무 어려서 세상을 모르는 것 같은데, 문준영의 철없는 도발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가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소속사와의 문제는 결국 아무것도 해결된 것 없이 덮여 버렸으니, 당장은 처우개선이 있을지 몰라도 향후 어떤 일들이 발생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중과의 관계다. 차후 또 다른 아이돌 가수가 소속사와의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며 대중의 관심을 요청할 때, 이번 일을 겪은 대중은 "어차피 너희들 집안 싸움이니 너희들끼리 해결하라"면서 냉소만 짓게 될 것이다. 문준영의 경솔한 행동 덕분에 다른 아이돌들은 대중의 관심을 호소할 기회마저 잃게 된 셈이다. 어쩌면 가장 좋은 기회일 수도 있었던 것을 스스로 허망하게 날려버린 결과다.


세상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소속사도 대중도, 그토록 가볍고 허술하게 상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쓰디쓴 상처와 고통 속에 성장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어떤 사람들은 철들기까지 남들보다 더욱 큰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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