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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 힘겨워도 올바른 길을 가르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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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 힘겨워도 올바른 길을 가르치다

빛무리~ 2014. 9. 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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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14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례로 20쌍의 신혼부부가 탄생했다. 성당 결혼식에서는 언제나 가톨릭의 사제가 혼인미사를 집전하며 주례를 서지만, 교황의 주례는 매우 드문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주례는 요한바오로 2세가 2000년에 8쌍의 부부를 맺어준 이후 14년만의 일이다. 이 날 새로 탄생한 부부 중에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이미 동거 중이거나 아이가 있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천주교 교리상 결혼 없이 동거를 하거나 자식을 갖는 것은 죄악(sin)에 해당하지만, 교황은 이런 '죄 지은 자들'을 불러 손수 정식 부부의 연을 맺어준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혼부부들에게 말했다. "결혼은 고된 여정과 같아 때로는 어렵고 격랑이 일기도 합니다. 남편과 아내가 다투는 것은 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하지만 절대로 화해를 하지 않고 하루를 끝내지는 마십시오. 화해에는 그저 작은 표현만 있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단 한 토막의 현학적인 표현도 없이, 교황의 권고는 아주 평범하고 단순하고 현실적이며 쉬운 언어로 이루어졌다.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지만 뉘우침이 없어서는 안 되며, 싸울 수는 있지만 곧 화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죄를 짓지도 말아야 하고 싸우지도 말아야 한다는 딱딱한 권고보다는 한결 숨통이 트이며 따스한 느낌을 준다. dpa 통신은 이번 주례를 가리켜 "성당이 '죄 지은 자'를 포함해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믿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나는 이 뉴스를 읽으며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내 기억에는 돌아가신 요한바오로 2세 교황님의 말씀이었던 것 같은데 가물가물하여 확실치는 않다. 정식 결혼을 회피하며 동거를 선호하는 커플들이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나, 가톨릭 교회는 남녀간의 동거를 인정하지 않으며 오직 정식 결혼만을 인정한다는 공식 입장을 새삼 굳건하게 발표하는 자리였다. "우리 인생에는 연습이 없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은 더없이 소중한 것이지만, 그 누구도 미리 연습을 하고 준비를 갖춰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저 주어진 인생에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살아갈 뿐이지요.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습 삼아 동거를 한다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하듯, 결혼도 무거운 책임으로 지켜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벌써 오래 전에 들은 말씀인데도 아직까지 선명하다. 혼전 동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실패할지도 모르는 결혼 생활에 섣불리 뛰어드는 것보다는 미리 연습 삼아 함께 살아보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하면, 나는 속으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반박할 말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사례를 말하며 "6년씩이나 동거를 하던 커플도 결혼하고 나서 2개월만에 깨졌다던데? 그런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동거와 결혼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 같아. 그러니 동거가 결혼의 연습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이런 정도로 상대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교황님의 아름다운 가르침을 접하니 마음의 눈이 트이는 것만 같았다. 인생에 연습이 없듯 결혼에도 연습은 없음을. 결혼의 본질은 가벼운 쾌락이 아니라 무거운 책임에 있음을.

 

예전보다는 많이 너그러워지고 융통성도 생겼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은 매우 엄격하다. 세간의 눈으로 볼 때는 '문턱이 높다'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며, 불가피한 현실 속에서 (교리상) 죄를 짓게 된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원망이 싹틀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뉘우침의 기회와 용서받을 기회가 열려있으니 교회는 결코 매정하지 않다. 원칙은 서슬 푸른 칼날 같아도 그 품은 어머니의 가슴처럼 따뜻하다. 어긋난 길을 걷고 있던 20쌍의 부부를 단죄하지 않고, 힘겨워도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직접 손 잡아 인도하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품처럼 말이다. 부디 그들의 앞날에 무한한 기쁨과 행복이 깃들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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