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단원고 교감,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견디지 못하다 본문

스타와 이슈

단원고 교감,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견디지 못하다

빛무리~ 2014. 4. 21. 07:30
반응형

 

세월호 침몰 5일째, 학수고대하는 생존자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속속들이 발견되는 죽음의 소식만 들려오던 새벽, 또 추가로 3구의 시신이 추가로 인양되었다는 뉴스를 인터넷에서 보았다. 먹먹한 가슴으로 댓글창을 펼쳤을 때, 누군가 적어 놓은 맨 위의 댓글 한 줄이 가슴을 후려쳤다. "너희는 참 예쁜 꽃... 다음 번에는 더 활짝 피어나길!" 거의 메마른 듯 쉽게 흘러나오지도 않던 눈물이 다시금 왈칵 쏟아졌다. 불과 5일 전까지만 해도 하나 하나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뛰놀고 공부하던 예쁜 꽃들이 이제는 시신 1구, 시신 2구, 라고 불리워지며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하나 하나 끌어올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았다. 제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너희는 참 예쁜 꽃..." 하루종일 내 머릿속에는 그 말이 맴돌았다. 

 

 

생면부지의 타인인 내가 이럴진대, 평소 아끼던 학생들을 잃은 선생님의 마음은 어땠을까? 눈을 감아도 아이들의 꽃 같은 모습이 밟히고, 귀를 막아도 아이들의 생생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데... 스승은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감으로 발령받은 후 첫 부임지가 안산 단원고등학교였던 강 교감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차마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모두에게 미안하다. 내 몸을 불태워 침몰 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 유서의 짧은 문장에서 엄청난 고통의 무게가 전해져 왔다.

 

매우 드물지만 혹자는 그를 비난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수학여행의 현장 총책임자로서 어린 제자들이 바닷속에 있는데 구출되었다는 이유로, 심지어 승객들을 버리고 도망간 선장과 다를 게 뭐 있냐며 흥분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좀 이성을 잃은 듯, 자기 반 학생들이 모두 구출되지 못했는데 살아나온 담임 교사들은 모두 총체적 이기주의라는 발언까지 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달리 어떻게 해볼 수 있었을까? 어찌어찌 들려오는 뒷이야기에 의하면, 지병으로 당뇨를 앓고 있던 강 교감은 몇 명의 학생들을 힘껏 도와 탈출시켰지만 급작스레 저혈당 증세가 와서 거의 실신 상태로 구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사랑하던 학생들의 뒤를 따랐다.

 

 

그 누구라도 살아남은 것 자체가 죄일 수는 없건만, 지금 우리는 살아있다는 이유로 모두가 죄책감을 느끼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국 CNN은 강 교감의 자살을 (실종자 가족이) 모방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학생들 죽음의 책임을 모두 자신에게 지웠던 그 유서의 내용을 언급하며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이용할 상담센터가 진도 실내체육관에도 있지만 아무도 상담하러 오지 않는다. 가족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심리상담 자원봉사자의 말을 덧붙여 전했다. 그러니 이제는 살아남은 자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과 비난을 멈추어야 할 때다.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린 생명들에 대한 슬픔과 미안함이 지나쳐 분노가 되는 것도 이해한다. 그리고 마땅히 비난받거나 처벌받아야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상상초월할 이기심을 보여준 선장과 항해사들, 이 비극을 기회삼아 한몫 챙겨보려는 거짓말쟁이와 사기꾼들, 사망자 명단 앞에서 시시덕거리며 기념 촬영을 하는 정치인들... (그토록 차가운 피와 무쇠 심장을 가진 자들이라니...) 하지만 자칫 분노의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또 다른 무고한 생명을 쓰러뜨린다면 그 후에는 뭐가 남을까? 지금 이 순간도 여린 숨결만 붙은 채 간신히 버티는 또 다른 생명들을 위해, 분노보다는 연민을 앞세워 보는 게 어떨까? 어쩌면 강 교감은 남들의 비난이 없었더라도 스스로 견디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그 자체만으로도 참 무거운 형벌이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