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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심석희의 강철 멘탈, 3000m 계주 금메달의 견인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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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심석희의 강철 멘탈, 3000m 계주 금메달의 견인차

빛무리~ 2014. 2. 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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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 예상과 기대에 살짝 못 미쳐 안타깝던 가운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반가운 금메달 소식이 들려왔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면서도 석연찮은 실격 판정을 받아 흘려야 했던 분노와 통한의 눈물을 깨끗이 씻어내 주는 통쾌한 금메달이었다. 그 때 한국팀이 실격되면서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가져갔던 중국은, 이번에는 오히려 실격 처리를 당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여기서 모든 금메달의 가치가 똑같지는 않다는 것을 증명해 준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한국 대표팀의 막내 심석희 선수였다. 이 가녀린 17세 여고생은 중국팀의 반칙으로 몸이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하는 위기를 겪고서도 아랑곳 없는 폭풍 질주로 팀의 우승을 이끌어 냈다. 워낙 기본 실력도 탄탄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탈의 승리였다.

 

 

잠시 언급해 본다면 4년 전 한국 대표팀에게 실격 판정을 내렸던 심판은 악명 높은 제임스 휴이시였다. 그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에서 김동성의 금메달을 빼앗아 안톤 오노의 목에 걸어 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 사건으로 제임스 휴이시는 무려 2년간의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그 때부터 쇼트트랙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이 실시되기 시작했으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도 안톤 오노의 동작이 헐리우드 액션이었으며 김동성의 실격 판정은 오심이었음을 확실히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임스 휴이시가 복귀한 2004년 이후 그가 출장하는 경기마다 한국과의 악연은 지속되었고, 끝내 2010년에는 여자 계주 선수들마저 그 희생양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당시 한국팀의 김민정이 중국 선수를 추월하는 과정에서 신체 접촉이 있었는지의 여부는 영상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팔이 안으로 굽어선지 내가 보기에는 분명 닿지 않은 것 같았고, 김민정 선수 본인도 억울하다며 수차례 호소했다. 그러나 제임스 휴이시는 김민정이 중국 선수를 밀었다고 주장하며 실격 판정을 내렸고, 결국 2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중국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한 마디로 굉장히 찜찜한 금메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팀의 반칙이 확실치도 않은 상황에서, 오직 그 반칙 판정의 힘으로 획득한 금메달이 찬연히 빛날 수 있을까? 하지만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은 상대로부터 반칙을 당했으면서도 보란듯이 정공법으로 승부했다.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압도적 승리였다.

 

 

최후의 2바퀴를 남겨둔 시점에서 1위는 중국, 2위는 한국이었다. 알다시피 쇼트트랙 계주의 바통 터치는 일명 '엉덩이 밀어주기'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중국의 저우양은 마지막 주자 리지안루를, 한국의 박승희는 역시 마지막 주자 심석희를 힘껏 밀어 주면서 교대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바통 터치 후 즉시 트랙을 빠져 나갔어야 할 저우양은 그 위치에 어정쩡하게 머물러 있었고, 바로 뒤에서 박승희의 터치를 받아 마지막 질주를 시작하려던 심석희의 앞길은 저우양의 몸에 가로막혔다. 명백한 진로방해였다. 저우양의 행위를 반칙으로 규정하고 중국팀을 실격 처리한 심판진의 판단은 매우 정확했다.

 

간신히 저우양을 피한 심석희는 몸의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으나, 곧바로 중심을 잡고 긴 다리를 쭉쭉 뻗으며 폭풍 질주를 시작했다. 그러더니 마지막 반 바퀴를 남겨두고 끝내 리지안루를 추월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정공법으로 월등한 스피드를 내야만 가능한 아웃코스 추월이었다. 아, 정말이지 눈물날 만큼 멋있었다. 심석희는 며칠 전 1500m 경기 때 시종 1위 자리를 유지하다가 마지막 바퀴에서 인코스로 파고든 저우양에게 추월당했었다. 3000m 계주에서 몇몇 중국 선수들은 심석희의 인코스 추월을 방해하려고 안쪽 트랙에 바짝 붙어 쫓아다니며 경계했다. 하지만 초능력처럼 스피드를 올리며 아웃코스로 질주하는 심석희의 진짜 실력에는 아무런 꼼수가 통하지 않았다.

 

 

심석희는 1500m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으나 기뻐하기는 커녕 오히려 "죄송하다" 고 말했다 한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현재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으며,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라는 위치에서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니 비로소 그녀가 활짝 웃는다. 불쑥 마이크를 들이대는 기자에게 그녀가 털어놓은 첫 우승 소감은 단 한 마디였다. "다 같이 웃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TV에서 보았던 4년 전의 언니들 모습이 떠올랐다는 심석희... 어쩌면 이 기특한 막내는 자기 명예보다도 언니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어서 더욱 열심히 달렸던 게 아닐까? 28세의 맏언니 조해리는 줄곧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중국 선수에게서 진로 방해를 받았을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묻자 심석희는 "무조건 버텨서 어떻게든 헤쳐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시크하게 대답했다. 그녀의 정신력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강인한 듯하다. 이제 겨우 17세... 4년 후 평창에서는 또 얼마나 발전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기쁨을 안겨줄까? 앞으로 최소한 2~3회의 올림픽을 더 치르게 될 이 소녀의 눈부신 성장이 벅차도록 기대된다. 오랜 피땀과 노력으로 이 추운 겨울에 따스한 행복을 선사해 준 조해리, 박승희, 김아랑, 공상정, 심석희, 모든 선수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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