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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나이' 분대장 양태승, 심금을 울린 뜨거운 눈물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진짜 사나이' 분대장 양태승, 심금을 울린 뜨거운 눈물

빛무리~ 2013. 6.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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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군대 체험이라는 정체성만으로는 딱히 관심이 끌리지 않던 예능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진솔하기 짝이 없는 그들의 리얼 군생활 체험을 보고 있노라니 저도 모르게 조금씩 '진짜 사나이'에 빠져들게 되더군요. 최고령의 맏형임에도 엄청난 체력과 의욕에 불타는 44세 김수로, 어느 덧 삶에 해이해져 가는 자신을 각성시키려고 자원했지만 모든 것이 힘겹고 벅차 보이는 41세 서경석, 흰 피부와 푸른 눈의 외국인으로서 한국 군대를 동경하여 자원했지만 시종일관 좌충우돌 부적응에 시달리며 동정심을 자아내는 37세 호주 형 샘 해밍턴, 초반에는 별 의욕도 없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타고난 군대체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적응력과 에너지를 발산하며 완벽한 군인으로 변신해가는 35세 류수영, 분명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왔고 나이도 젊은 편이건만 이상하게도 번번이 최고의 구멍이자 고문관으로 전락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29세 손진영,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군대를 미리 체험하며 벌써부터 군기 바짝 든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는 23세 꽃미남 아이돌 미르까지... 이들 연예인 병사 6명은 군대라는 특수사회 안에서  저마다의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며 깨알같은 재미를 주고 있었습니다.

 

 

'진짜 사나이'의 기본 포맷은 연예인들이 한 부대에서 일주일간의 병영 체험을 하면 그 촬영 분량을 편집하여 한 달 동안 4회 방송을 하고, 방송이 나가는 동안 본업에 종사하며 푹 쉬던(?) 연예인들은 3주일 후 또 다른 부대를 방문하여 일주일간의 병영 체험을 하게 되는 식인 듯합니다. 이것은 엄청난 시간을 잡아먹을 뿐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무리가 될 만큼 고된 스케줄인지라 자칫하면 연예인으로서의 본업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인데, 이 두려운 제안을 과감히 받아들였다는 것만으로도 6명의 연예인 병사들은 그 용기를 칭찬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첫번째로 방문했던 육군 백마부대에서도 서슬퍼런 군기에 바짝 긴장하며 마음의 준비도 덜 된 상태에서 죽을 둥 살 둥 생고생을 했었는데, 두번째 방문지인 산악 포병여단 화룡대대는 그보다 한 술 더 뜨는 생고생 현장이었습니다. 방송의 특성상 그들의 병영 체험은 앞으로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면 높아졌지 결코 느슨해지지는 않을 듯 싶은데 큰일(?)이네요.

 

 

하지만 '진짜 사나이'는 매우 긍정적이고 전망이 좋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굳건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진짜 사나이'를 통해 군대를 다녀 온 남성 시청자들은 군대의 추억과 향수를 되새길 수 있고, 앞으로 가야 할 남성들은 군생활을 미리 간접 체험함으로써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으며, 여성 시청자들은 이제껏 잘 몰랐던 군대라는 사회가 어떤 곳인지를 알게 되는 만큼 남성들을 더 잘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군대는 각각의 부대마다 임무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반복되는 포맷으로 식상해질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새로운 부대를 방문할 때마다 마치 처음인 것처럼 신선한 재미를 뽑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기획 당시에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고 하지만 첫 방송이 전파를 탄 이후로 꾸준히 호평을 받으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니, 촬영에 임하는 연예인들 역시 고된 만큼이나 커다란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 재미있게 보면서도 리뷰까지 쓸 생각은 하지 않았던 저인데, '화룡대대' 편 마지막회를 시청하고는 왠지 뜨거워지는 가슴을 달래며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았네요. '진짜 사나이'의 또 한 가지 커다란 매력은 연예인들 못지 않게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방송 분량을 톡톡이 책임져 주는 일반인 병사 선임들이지요. 이번 '화룡대대'에도 참으로 매력적인 선임들이 많았더랬습니다. 격투기 선수 출신으로 위압적인 포스를 자랑하지만 알면 알수록 자상한 남자 장준화 상병, 첫인상부터 부드럽고 친근했던 현정민 상병, 마치 개그맨 같은 예능감으로 분위기를 띄우던 심재빈 상병... 하지만 그들 중에도 이렇게 제 마음을 이끌어 책상 앞에 앉힌 주인공은 뜻밖에도 가장 무뚝뚝하던 양태승 분대장이었습니다.

 

 

바늘 끝조차 들어가지 않을 듯한 무표정의 원칙주의자, 단 한 차례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며 타인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욱 엄격하던 완벽주의자, 휴일 아침에 꿀처럼 달게 주어진 30분의 늦잠(?) 시간조차 스스로에겐 허락치 않고 남들 모두 자는 동안 홀로 체조를 하며 신체리듬을 조절하던 모습... 솔직히 너무 숨막히게 사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죠. 아무리 군대지만 거기도 사람사는 곳인데... 만약 원래 성격이 그렇다면 참 재미없고 피곤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완벽하게 가려졌던 장막이 살짝 흔들리며 그 안쪽의 무언가가 희미하게 비쳐보일 때 문득 정신이 퍼뜩 드는 것처럼,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샘 해밍턴의 어머니가 호주에서 보내신 편지가 배달되던 날이었죠. 외아들로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연인처럼, 어려서부터 늘 함께 했던 어머니와 떨어져 지낸지가 벌써 수년째, 어머니의 다정한 편지를 읽고 그리움에 눈물짓는 샘을 바라보며 동료 병사들도 함께 눈시울을 적셨는데요. 노련한 김수로와 서경석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양태승 분대장에게 장난처럼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말의 끝에 "요"자를 붙이지 말라고 항상 샘을 지적하며 괴롭혀(?) 왔지만 이제는 좀 너그럽게 봐주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거였죠. 설마 철벽같은 사나이 분대장이 농담처럼 건넨 그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는 예상치 않았을 듯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분대장은 선선히 받아들여 주더군요. "앞으로는 쭉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원칙은 깨라고 있는 거니까요!" ...... 헉! 이게 정말 원칙주의자 양태승 분대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는 걸까요?

 

 

사람을 달리 보게 만들었던 그 사건 이후, 분대장은 샘의 짐 꾸리기를 자상하게 도와주는 등 예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누그러진 모습도 보여주더군요. 그러나 아침식사 자리에서 그의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는 다시 불거져 나오고 말았습니다. 백마부대 선임에게서 배웠던 방법대로 샘이 군대리아에 우유를 부어 먹으려고 하자, 분대장이 칼처럼 나서서 원칙에 어긋나니 그렇게 먹으면 안 된다고 제지했거든요. 덕분에 샘은 끝까지 눈치를 보며 벌써 우유에 흠뻑 젖은 군대리아를 수저로 떠먹지 못하고 불쌍하게 손으로 집어 먹어야 했습니다. 저런... 어차피 잠시 후면 떠날 사람들인데, '화룡대대'에서의 마지막 아침식사였는데, 그냥 좀 넘어가도 될 것 같은데... 아, 역시 못말리는 사람이다 싶었죠.

 

 

잠시 후 일주일 간의 병영 체험을 마친 '진짜 사나이' 멤버들은 대대장에게 전출을 신고하고 잠시나마 동고동락했던 병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습니다. 병사들이 멤버들을 생각하며 직접 만든 K-9 조립 모형이 멤버들 각자에게 주어졌고, 포대장은 그 선물을 전달하며 "꼭 평생 간직해 주십시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라는 당부의 인사도 함께 전해 주더군요. 여기서부터 가슴이 찡하게 울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단 일주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음이 느껴졌거든요. 그 동안 정들었던 선임들 한 사람 한 사람과 끌어안고 인사를 나누며 멤버들의 눈에는 모두 눈물이 그렁해지는데, 현역 군인인 선임들 중 가장 먼저 울음을 터뜨린 사람은 샘의 사수였던 현정민 상병이었습니다. 멤버들이 '화룡대대'에 처음 들어와 낯선 규칙과 고된 훈련에 힘들어할 때, 안스러워하며 다른 선임들 몰래 초코파이를 챙겨주던 사람도 현정민 상병이었죠. 처음부터 가장 마음 여리고 순해 보이더니, 역시 눈물도 가장 먼저 흘리는 모습이 참 정겹더랍니다.

 

그렇게 여기저기 눈물바다가 되어가고 있을 즈음, 양태승 분대장의 카랑한 목소리가 몇 차례나 들려왔습니다. "진짜 사나이는 울지 않습니다!" ... 정말 분대장답구나, 현재 군인들의 최고 여신이라는 걸그룹 '걸스데이'가 눈앞에서 엉덩이를 흔들며 멜빵춤을 추어도 끄떡없이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던 돌부처 양태승답구나, 역시 원칙주의자답게 감정 절제에는 이골이 났구나... 하는 순간, 놀라운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네요. 부족한 체력과 많은 나이 때문에 특히 힘들어했던 서경석을 끌어안고 "고생하셨습니다!" 인사하던 양태승 분대장이 갑자기 꼿꼿한 자세를 허물어뜨리며 눈물을 보이고 만 것이었습니다. 헉~ 좀전까지만 해도 "군인은 울지 않습니다!" 라고 힘차게 외치던 사람이 어찌된 일일까요?

 

 

그 눈물을 보는 순간, 저는 알 수 있엇습니다. 이제껏 보여왔던 원칙주의자의 모습은 양태승이라는 인간의 본질이 아니라 분대장으로서의 사명감과 굳건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말이죠. 그도 사람인데 숨막힐 듯 팍팍하게 원칙을 적용하는 삶이 어찌 편하고 좋기만 했을까요? 수많은 분대원들을 무사히 이끌어야 할 책임이 워낙 막중하기에, 누구보다 자기 자신부터 혹독하게 다스려 왔을 것을 생각하니 저 역시 흘러내리는 눈물을 억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분대장의 이름으로 그가 외로움과 싸우며 견디어 온 나날들은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아버지들이 겪어내고 있는 시간들과 같은 맥락으로 와닿았거든요.

 

 

누군가의 기둥이 된다는 것은,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것인가 봅니다. 심금을 울리는 진짜 사나이의 뜨거운 눈물은 단지 군인뿐만 아니라 이 땅의 대다수 남성들... 속마음은 다정하지만 겉으로는 좀처럼 표현 못하는,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절제하는 것에 훨씬 더 익숙한, 수많은 무뚝뚝한 남자들의 가슴 속 말들을 그렇게 대신 전해주고 있었어요. 혹시... 당신도 그의 눈물을 보면서 함께 울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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