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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 이 시대 힐링의 대표주자 된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아빠 어디 가' 이 시대 힐링의 대표주자 된 이유

빛무리~ 2013. 3. 4.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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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에는 또 하나의 '붕어빵' 탄생이라는 생각에 아예 볼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붕어빵'에서도 물론 아이들은 귀여웠지만, 짜여진 틀 안에서 토크가 오가는 동안 불쑥불쑥 아이들의 입으로 폭로되는 어른의 부적절한 행위라든가 그런 부분들이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았거든요. 스튜디오 안에서 퀴즈와 미션수행 위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요. 요즘 한창 아역의 상품화가 문제되고 있으며 (이를테면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소녀에게 짙은 화장을 시키고 섹시컨셉의 옷을 입혀서 광고에 내보낸다든가, 순수한 아이의 동심에 잠재되어 있는 승부욕이나 자만심을 부추겨 연예인병을 앓게 하는 등) 어른들의 만행(?)은 날로 더해만 가는 실상이니까요. 아이들을 또 어떤 식으로 이용해서 돈벌이를 하려는 걸까 하는 안 좋은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점차로 이 프로그램이 좋은 반향을 얻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관심이 생기더군요. 아이들이 출연하는 예능이야 벌써 트렌드라 해도 될 만큼 드문 일이 아닌데, 왜 유독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이들만 선풍적 인기를 얻는 걸까? 영화배우 하정우의 뒤를 이어 제2의 '먹방'이라 불리며, 가수 윤민수의 8살짜리 아들 윤후가 이 시대의 대세(?)로 떠오를 때까지만 해도 막연히 "그 아이의 특별한 매력 때문인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뒤를 이어 탤런트 성동일의 8살짜리 아들 성준이마저 '이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상남자'로 등극하며 대세남(?)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되자, 슬슬 궁금해지더군요. 대체 이 프로그램에는 무슨 마력이 있는 걸까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저도 모처럼 '아빠, 어디 가'를 본방사수했답니다.

 

무엇이든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알 수 없듯,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빠, 어디 가'는 충분히 이 시대의 대세로 떠오를만한, 새롭고도 훌륭한 프로그램이더군요. 제 생각에 출연하는 아이들이 크게 특별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이라든가 그 시기를 같이 보냈던 친구들을 생각한다면 요즘 아이들은 훨씬 똑똑하고 눈치 빠른 면이 있지만 그거야 시대가 달라졌으니 당연한 일일 뿐 특별한 일이 아니고, 무엇보다 그것을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므로 '아빠, 어디 가'라는 예능이 지금처럼 인기를 끌며 수많은 어린이 스타를 양산해낼 수 있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만약 이 프로그램이 '엄마 어디 가' 였다면 절대 지금과 같은 인기를 끌 수 없었을 거라는 데에 저의 5만원짜리 짝퉁 핸드백을 걸 수도 있습니다. (이웃 블로거님의 독특한 화법을 좀 따라해 봤는데 재미있네요 ㅎㅎ) 벌써 3년째 매일같이 들고 다녔는데 보는 사람마다 진품으로 착각하는 짝퉁이거든요. 저는 이게 명품 짝퉁인 줄도 모른 채 지나치던 보세 가게에서 크기와 재질이 맘에 들고 실용적이겠다 싶어 구입했던 건데, 본의 아니게도 명품족으로 오해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죠 ㅎㅎ 어쨌든 이 프로그램이 1박2일 동안 엄마 없이 아빠하고만 함께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게 되었다는 제 판단에는 확신이 있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아이를 끌어안는 사람이 엄마였다면 아주 당연하다 싶었을 장면인데, 무뚝뚝하고 거친 아빠라는 사실 하나가 왜 눈물겹도록 감동적일까요? 아내 없이는 아이에게 셔츠 하나를 입히는 일도 힘겨워하는 아빠들... 비빔밥을 만든다면서 온갖 나물을 무작정 한 냄비에 넣고 푹 삶아버리는 아빠들... 도마 없이 연필 깎는 것처럼 무와 파를 슥슥 썰어 넣어 국을 끓이고, 김밥 재료를 몽땅 채썰어서 밥과 함께 볶은 뒤 그것을 김에 말아놓고 김밥이라고 우기는 아빠들... 또 그 엉터리 음식들을 맛있게 먹으며 우리 아빠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아이들... 그 모습들에 담겨 있는 투박한 진심들이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면서도 가장 소통하기 어려운 사람... 아무리 시대가 달라져서 다정한 아빠가 많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아버지'라는 존재는 아이들에게 산처럼 무겁고 어려운 존재일 수 있지요. 지금 그토록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며 온갖 누나와 이모들의 마음을 설레게(?)하는 준이도, 처음에는 엄마 없이 아빠하고만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부담감에 울음을 터뜨린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붙임성 좋고 성격 좋은 윤후 역시 아빠를 향한 원망과 거부감을 그 어린 마음속에 몰래 접어두고 있었습니다. 느닷없이 "아빠는 후야를 싫어하지?" 하고 묻더니 곧바로 "아냐, 신경쓰지 마!" 하고 눙쳐 버리는 그 능청스러움... 아빠는 단지 바빠서 놀아주지 못하고 함께 있어주지 못한 것뿐인데, 어린 아들은 '아빠가 나를 싫어해서 멀리하나보다"라고 느꼈던 거죠.
 
 

아빠가 너무 좋은데, 지금처럼 같이 있을 수 있고 함께 놀 수 있어서 너무 좋은데, 혹시라도 아빠는 마음속으로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 싫은데 억지로 같이 있는 건 아닐까, 어린 마음에 얼마나 그게 불편하고 걸리적거렸으면 계속 물어봤을까요. "아빠는 후야를 싫어하지?" 그래 놓고는 또 눈치 빤하게 본능적으로 '이건 할 말이 아니다' 싶었는지 "아냐, 신경쓰지 마!" 하면서 눙치고, 그러고도 맘에 걸려서 또 물어보고 또 눙치고, 몇 차례나 그랬던 8살 윤후의 마음을 생각하면 괜히 짠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아빠의 잘못도 아이의 잘못도 아닌, 그냥 사람 사는 게 그렇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겪어야 하는 외로움과 소통의 부재... 뭐 그런 게 딱해서 말이죠. 아이는 아이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우리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소통하기를 원합니다. 마음을 나누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지요. 그 중에도 가장 대표적인 상대는 바로 '아버지'가 아닐까 싶네요. 가장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전하기 어렵고, 힘껏 안아주고 싶지만 왠지 손 한 번 내밀기도 쉽지 않은 사람... 그런 마음은 어린아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닐진대, 모처럼 주어진 기회에 아빠와 마음껏 함께 뛰놀고 솔직한 마음을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쁘고 흐뭇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빠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사랑하는 마음이야 오죽했을까만 여러가지 이유로 아이와 단둘이 지내는 시간은 갖기 어려웠는데, 모처럼 오랜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미처 몰랐던 아이의 모습도 발견하게 되니, 그 휘둥그래진 눈동자하며 입가에 떠나지 않는 미소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어떤 사람들은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가 겁쟁이라고 탓하며 성준이나 윤후와 비교해서 깎아내린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얼핏 들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찌 그럴 수 있을까요? 햇수로는 열 살이라고 해도 만으로는 여덟 살에 불과할 어린아이가, 뭐든 제 마음에 안 들면 얼마든지 떼쓰거나 성질을 부릴 수도 있는 일인데 민국이는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는 아빠의 실수로 잠자리에 부적합한 원터치 텐트를 가져와서 1박2일의 여행 자체가 난감해진 순간에조차, 눈물을 흘리면서 정말 미웠던 것은 아빠가 아니라 자기였노라고 말했던, 착하고 속 깊은 아이입니다.

 

 

담력체험에서 용감히 외딴 집에 들어갔던 아이들도 기특했지만, 형이랍시고 자존심만 세우기보다 두려움을 솔직히 인정하며 동생들을 뒤에서 응원해 주던 민국이의 모습도 얼마나 멋지던가요! 세상살이에는 앞에 나서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뒤에서 받쳐주는 사람도 필요한 법인데, 누구나 뒤에 서기는 싫어하지요. 민국이는 그 어린 나이에도 쉽지 않은 미덕을 스스로 깨우쳤는데, 감히 흉보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한탄스런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아빠 어디 가'를 통해서 소통하고 싶은 누군가를 떠올리죠. 깊이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 표현하지 못했던 누군가를 떠올립니다. 물론 이 역시 기본적인 각본에 의해 짜여진 예능이긴 하겠으나, 제한된 시간내에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문화와 멀리 떨어진 낯선 환경 속에서 아빠와 아이가 단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다른 프로그램보다는 훨씬 자연스런 모습을 많이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엄청난 장점이지요.

 

 

방송이랍시고 굳이 꾸밀 필요도 없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진심들... 그 진심을 바라보며 저절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또 다른 진심들... 이 진심들이 모여 가슴 속 깊이 감춰져 있던 상처들을 치유해 줍니다. '아빠 어디 가'라는 프로그램이 이 시대의 모토 '힐링'의 대표주자가 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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