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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승민은 정말 서연을 사랑했을까? 본문

영화, 연극, 책

'건축학개론' 승민은 정말 서연을 사랑했을까?

빛무리~ 2012. 5. 4. 07:00

기본적으로 영화는 남주인공 이승민(엄태웅)의 감정선을 따라 진행됩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아련한 첫사랑을 추억하는 남자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긴 여운을 되짚어 볼수록 이 영화의 초점은 오히려 객체로 표현된 여주인공 양서연(한가인)에게 맞춰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어느 분의 칼럼을 읽으니 남자의 기억 속에 첫사랑이 '여신'이면서 동시에 '쌍년'이기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의식적인 자기보호막 때문이라더군요. 아직 어렸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미숙했던 시절, 세월이 흐른 후 돌이켜 보면 등골에 식은땀이 흐를 만큼 못나고 찌질했던 시절의 자신을 차마 그대로 인정할 수 없기에, 잃어버린 첫사랑에 대한 책임은 온통 그 '쌍년'에게로 돌아가야 하는 거라고 말이죠. 어쩌면 영화 속 이승민은 남자들의 그러한 심리를 아주 잘 대변하는 캐릭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에서나 현실에서나, 대부분의 경우 남자의 첫사랑은 여자의 첫사랑보다 훨씬 무겁게 다뤄집니다. 첫사랑을 무덤까지 갖고 간다는 남자와 달리, 여자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면 그 이전의 사랑을 잊어버린다는 속설 때문일까요? 그래서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도 "남자의 첫사랑을 만족시키는 것은 여자의 마지막 사랑뿐이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던 걸까요? 하지만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면, 그 속설이 반드시 모든 경우와 일치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신'도 아니고 '쌍년'도 아니었던 평범한 그 여자 양서연의 첫사랑이, 평범한 그 남자 이승민의 첫사랑보다 훨씬 더 알차고 진실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근무하는 건축사 사무실로 15년만에 서연이 찾아왔을 때, 승민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승민은 15년 전과 변함없이 정릉의 그 집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지만, 그의 머릿속에 서연의 존재는 더 이상 살아 숨쉬지 않는, 화석처럼 굳어버린 추억에 불과했던 것이죠. 하지만 제주도 섬처녀였다가, 서울로 유학 온 예쁜 여대생이었다가, 아나운서 지망생이었다가, 지금은 강남의 부유한 이혼녀가 되어있는 서연은 그 변화무쌍한 삶 속에서도 승민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집을 지어 달라는 핑계로 일부러 수소문을 해서 그를 찾아온 이유는 단지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할 수만 있다면 다시 찾고 싶은 희망 때문이었음이 영화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하지만 현재 승민에게는 같은 건축사에 근무하는 예쁘고 어리고 부유한 약혼녀가 있지요. 그들은 이제 곧 결혼해서 함께 유학을 떠날 예정입니다. 이러한 승민의 입장은 두 사람의 재회가 현실을 바꾸어 놓을 수 없도록 처음부터 제한하고 있는 셈이죠. 만약 승민에게 약혼녀 은채의 존재가 없었다면 서연과의 관계는 얼마든지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영화의 지향점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첫사랑의 추억을 통해 자신의 과거 모습을 돌이켜보며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과 진실의 의미를 되새기지만, 추억은 단지 그쯤에서 그칠 뿐 현실은 변함없이 예정대로 이어지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영화는 첫사랑이라는 달달한 소재로 만들어졌지만, 환타지보다는 오히려 극명한 리얼리티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15년 전의 풋풋했던 그 시절, 승민(이제훈)에게도 분명 서연(수지)은 첫사랑이었겠죠. 그러나 표현하지 않고 혼자 머뭇거리다가 혼자 끝내버린 승민의 사랑은 그 실체가 사뭇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는 정말 서연과 마음을 주고받는 진짜 사랑을 원했던 것일까? 어쩌면 자기 환상 속에 존재하는 '여신'의 이미지를 억지로 서연에게 씌워 놓고 그 환상을 사랑하면서, 그 일방적인 짝사랑에 스스로 만족했던 게 아닐까? 승민은 그렇게 고백 한 번 못하고 가슴만 졸이다가, 그녀에게 또 다른 남자(유연석)가 다가서는 것을 보고는 맥없이 물러나 버렸습니다. 그 남자가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우월한 조건을 지녔기에 자신감을 잃고 주눅이 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정말 사랑했다면 그 상황에서 그렇게 물러날 수는 없는 일이었죠. 

 

그런 승민에 비해 서연은 언제나 훨씬 더 솔직하고 적극적이었습니다. 동갑인데 편하게 지내자며 스스럼없이 먼저 말을 놓은 것도 서연이었고, '기억의 습작'을 함께 듣자며 승민의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아 준 것도 그녀였습니다. 동네의 폐가나 다름없던 빈 집을 예쁜 데이트 공간으로 만들어 승민과의 추억의 장소로 만든 것도 서연이었고, 소중히 여기던 전람회의 CD를 아낌없이 선물해준 것도 서연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가서기 위해 승민이 한 일은 거의 없군요.

 

승민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을 때 조심스레 다가오던 그의 입술은 알면서도 모른 체 기꺼이 받아들인 서연이었지만, 취기로 정신이 혼미해진 가운데서도 다른 남자 선배의 키스 시도는 두 번이나 완강히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승민은 단호히 고개를 돌리며 선배를 거부하는 서연의 모습을 보았으면서도 그들 앞에 과감히 나서기는 커녕 제풀에 주저앉고 말았네요. 그것은 서연을 향한 승민의 사랑이 껍데기였을 뿐, 진짜가 아니었음을 뜻합니다. 정말 서연을 사랑했다면 그녀와 남자선배가 단 둘이 자취방에 들어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그녀가 원치않는 취중 성폭력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쾅쾅 문을 두드리며 빨리 나오라고 선배를 불러내도 모자랄 판에 조용히 문 밖에서 귀를 기울이다가 찍소리도 못 내고 물러나더니, 엉뚱한 택시기사를 붙잡고 화풀이하는 승민의 모습은 정말 한심한 찌질이였습니다. 그래 놓고 승민은 오히려 서연을 '양다리나 걸치는 쌍년'으로 규정짓고는 자기 마음 속에서 지워 버립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짐작컨대 그 날 밤 서연의 자취방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리 과감하고 당돌한 서연이지만 이제 막 첫사랑에 빠진 스무 살의 소녀로서, 원치 않는 폭력을 당해 순결을 잃었다면 그렇게 천연스런 모습으로 다시 승민 앞에 나타나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아무리 삐삐를 쳐도 연락이 없어서 찾아왔다는 그녀에게, 승민은 선물받은 CD를 돌려주며 말합니다. "꺼져줄래?"

 

그 날 밤 자취방 앞에서 남자선배와 함께 있던 모습을 승민이 목격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서연으로서는 승민이 그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겠죠. 승민의 태도가 너무도 차갑고 단호하니 이유를 묻기도 겁이 났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못한 서연의 미련한 사랑은 계속되었습니다. 

 

첫 눈 오는 날 그 빈 집에서 만나자고 했던 약속을 서연은 홀로 지켰고, 날이 캄캄해지도록 오지 않는 승민을 기다리다가 혼자 돌아가면서도 원망을 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언젠가 그가 찾아와서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한 가닥 희망으로, 전람회의 CD와 휴대용 CD 플레이어를 곱게 마루에 놓아두고 나왔죠. 승민은 그 CD를 돌려주며 자기는 CDP가 없어서 듣지 못한다는 핑계를 댔었는데, 그 뻔한 말조차 흘려보내지 않고 담아두었을 만큼, 승민을 향한 서연의 마음은 진실하고 간절했습니다.

 

아나운서 시험에도 번번이 낙방하고, 무엇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양서연은 될대로 되라는 식의 결혼을 감행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파경을 맞이했군요. 하필이면 이혼수속이 마무리되기 직전에 승민을 찾아온 그녀의 행동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혼의 표면적인 귀책사유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서연이 거액의 위자료를 챙긴 걸 보면, 표면적 이유는 남편의 외도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임..) 사실은 결혼생활 중에도 승민의 존재를 잊지 못했을 만큼, 서연에게는 첫사랑의 흔적이 그만큼 강렬하게 남아있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대충 결혼해서 아이라도 낳고 살다보면 잊혀지겠지 싶었으나, 예상과 달리 그녀 마음속 승민의 존재는 점점 더 커져만 갔던 게 아닐까요? 

 

예쁜 얼굴을 무기삼아 돈 많은 남자와 결혼했다가 몇 년 후에 이혼하면서,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최대한 수속을 늦춤으로써 한 푼의 위자료라도 더 받아내려는 현재의 양서연은,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그녀 스스로 말했듯이 '진짜 쌍년'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름 건실하게 살고 있는 이승민이 오히려 영악한 실속파처럼 보이고, 쌍년처럼 살고 있는 양서연의 모습에서 참을 수 없는 허허로움이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15년 전의 이별이 자신의 오해에서 비롯되었음을 비로소 깨달은 승민은 서연에게 키스를 합니다. 회한, 격정, 죄책감...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담겨진 키스였죠. 그러나 최소한 다시 시작하는 사랑의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승민은 약혼녀 은채와 예정대로 비행기에 탑승하여 머나먼 외국으로 떠났고, 서연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와 단 둘이 제주도의 넓은 집에 남았습니다. 서연에게 보내온 승민의 마지막 소포에는, 그녀가 첫 눈 오던 날 빈 집에 두고 떠났던 전람회의 CD와 휴대용 CDP가 들어 있었습니다. 

 

무슨 뜻이었을까요? 내가 먼저 이별을 말했지만 사실은 나도 오랫동안 너를 잊지 못했노라고, 그래서 나중에 혼자 그 빈 집을 찾아갔고, 이것들을 발견해서 지금까지 고이 간직해 왔노라고, 마지막으로 서연에게 로맨틱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그것들을 돌려보냄으로써 자신에게 남은 서연의 흔적을 완벽히 지워내고, 하마터면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 흔들릴 뻔했던 자신의 현실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려는 거였을까요? 저는 첫번째 가능성을 더 믿고 싶지만, 어쩌면 두번째 가능성이 더 높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승민이라는 남자의 첫사랑은 허울뿐인 껍데기였습니다. 그저 첫사랑이라는 이름만 붙여놓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내게도 첫사랑이 있었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이죠. 물론 타인들에게도 그렇게 말해왔을 테고요. 그러나 양서연을 그림처럼 바라보며 동경하다가 혼자 실망해서 떠나버렸던 스무살의 이승민은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한 게 아니었습니다. 

 

만약 자고로 유명한 '남자의 첫사랑'의 실체가 고작 이런 것이라면 진짜 말할 수 없이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저는 이것을 극중 이승민과 비슷한 '어떤 남자들만의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모든 남자의 첫사랑이 다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 모든 이미지는 인용을 위해 첨부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제작사인 명필름에 있습니다.


5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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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인 2012.05.09 20:53 여자분들을 빛무리님 글처럼 생각하시는 분들도 의외로 꽤 되시는군요. 거의 컬쳐쇼크 수준입니다. 남자들은 ST님 댓글처럼 완벽하게 상황을 분석해내진 못했더라도 거의 대부분 남자주인공의 상황을 누구보다 공감했을겁니다. 물론 그의 사랑을 의심하지도 않았을거구요. 영화에서 남녀가 서로 다른 생각으로 엇갈리고 말았는데, 현실에서 그 영화의 내용을 또 다시 남녀가 다르게 해석한다는게 참 재밌네요. ㅋ

    그나저나 원래부터 수지를 좋아했지만 이 영화는 진짜 수지여서 성립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네요.
  • 테드 2012.05.12 08:29 승민이의 찌질함....96년에 같은 찌질이였던 입장에서 설명하자면..
    강남 선배는...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었을겁니다.
    지금 관점에서 강남선배가 웃겨보이지만
    승민이 입장에서 강남선배는 그냥 자기와는 상대가 안되는...
    감히 어떻게 해볼 상대가 아니었을겁니다.

    정말 서연이를 좋아하지만. 누구나 좋아할 거 같은(심지어는 서연이도 말했고)
    강남선배랑 잘되가고 있어보이는 서연이에게 엄청 어떻게 맘을 더 먹을 수 있었을까요..
    거절당할거 알지만..또 선배에게 바보취급당할거 알지만 사랑하니까 해본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안하면 후회한다는걸 알수도 있지만. 그시절 1학년 순둥이 남학생이 그 무모한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요...

    찌질한 ..96학번 아저씨 씁니다.

  • -_- 2012.05.13 18:28 자극적인 제목에 놀라고, 본문보고 욱했다가 승민이가 빙의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ST님의 댓글에 더 보탤 말이 없네요.

    승민이만큼이나, 작은 오해 하나 때문에 운명이라 생각되던 사람과 영영 못 보게 되었고...
    어느새 6년이 흘렀고, 그 후로 졸업하고, 입사하고, 두 명의 아가씨와 사귀고 헤어졌지만...
    역시 첫사랑이란 마음대로 잊을 수 있는 게 아니네요.

    뒤늑게 건축학개론 막차 타러 갔다가 혼자 훌쩍거리고 온 30대 남자가...
  • 호히호히12 2012.05.18 11:24 솔직히 이번 글은 빛무리님의 저랑 정 반대되는 시선에 좀 언짢았습니다

    저 같아도 강남선배와 수지를 몰래 본상황이었다면 둘이 좋아서 히히낙낙거리는
    모습으로 보였을거라 보고 내가 나서기엔 그 둘의 비웃음을 받는게 더 가능성 있었을
    거라 보고 나서지 않았을거라 봅니다
    그 상황에서 승민이가 나섰다면 승민이만 더 우스운 꼴로 둘이 비웃지않았을까
    승민자신은 은연듯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Favicon of https://gogosis.tistory.com BlogIcon 고고언니 2012.05.22 23:25 신고 제 생각은 좀 다른데요,
    승민이 재건축의 막바지부분애서 이렇게 말하죠,
    내가 끝내게 해달라고,
    그말은
    이제 정말로 마음의 정리를 하고 현실로 돌아가겠다는 뜻이 아닐까요?

    남자의 첫사랑이 애절하기로 유명하지만
    현실도 잊은채 첫사랑에만 메달린다면 너무 구구절절해지진않을런지요 ^^
  • 지나가다 2012.06.03 09:06 정말 글을 잘 쓰시는 군요. 잘 읽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2.06.15 21:01 신고 다른 의견 제시는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필자에 대한 비아냥이나 모욕적인 언어가 포함된 댓글은 가차없이 즉시 삭제처리되며 아이피는 스팸처리됩니다. 의견 나눔의 기본적 예의를 모르는 사람과는 대화하고 싶지 않거든요. 앞에 ST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서 의견 나눔의 좋은 모범을 보여주셨는데도, 그걸 보고 나서도 본받기는 커녕 입에 걸레를 물고 댓글 다는 사람들이 가끔씩 있군요..ㅎㅎ
  • 달무리 2012.06.23 15:50 승민과 서연은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바람에
    서로에 대해 괜한 추측과 오해와 실망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사회 통념상
    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대시하면
    가치가 떨어져 보인다는
    진부한 편견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여자의 역할은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남자가 먼저 사귀자는 말을 하도록 유도하기 까지라고
    많이들 생각들 하는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서연은 제법 노력을 하면서도
    소위 킹카 선배에게 마음이 흔들렸죠.
    가슴으로는 승민을 좋아하지만
    머리로는 선배의 조건이 끌렸겠지요.

    승민으로서도
    당당히 접근하기에는 내세울 게 별로 없다는 자의식이 있었죠.

    훗날 서연이 승민을 다지 찾은 건
    현실의 명예와 부를 누려보았으나
    결국 그 옛날의 진실된 사랑이 그리워서가 아니었을까요.
    승민데 대한 사랑을 고이 간직했을 수도 있지만,
    현실적 조건과 진실된 사랑의 절충점을
    찾은 것 같네요.




  • 청경채 2012.07.09 08:36 정말 공감가는 글 잘 보았습니다. 영화보고 하고 싶은말 다 조목조목 써있네요.
    참 멋진 글이다 라고 칭찬을 듬뿍 하고 싶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사랑의 주파수가
    잘 맞지 않은 듯...그래서.. 이뤄지지 않아서 아름답다고 하겠죠
  • 코메딕 2012.07.12 09:23 ST님 글보고 100% 공감이 가네요. 확실히 여자와 남자의 관점은 다른듯
  • leehyo 2012.09.15 00:34 건축학개론을 보고...

    빛무리님 오랫만입니다. [하이킥-짧은다리의 역습]에 댓글 달던 leehyo입니다.
    건축학개론... 위의 ST님은 여덟번이나 봤다고 하십니다. 저도 그거 본 날 잠을 이룰 수 없었고, 다음날까지 약간 멍한 상태(결코 피곤이나 졸림 때문이 아닌)를 유지했습니다. 그 감정 공감합니다.

    진심으로 공감했던 승민의 마음과 태도에 대해 정리해 봅니다. 저도 첫사랑 때 서투름과 찌질함이 승민과 별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저 뿐이겠습니까? 납뜩이 말대로 이루어지면 첫사랑이 아니라 마지막 사랑이죠.
    승민은 서연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엔 강력한 걸림돌이 있었죠. 바로 재욱(승민의 과선배이자 서연의 서클선배)입니다. 승민에게도, 서연에게도, 누가 봐도 잘 나가는 선배입니다. 부자에, 인기 많고, 능력 있고 등등... 더구나 서연은 재욱을 좋아하고 있다고 승민에게 말한 일도 있습니다. 윗 글 중 이런 선배에게 승민이 주눅이 들어 사랑에 실패했다고 하는데 전 좀 다르게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민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용감하게 고백에 나섰고, 가장 비참한 방법으로 패배(했다고 오해)한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서연이 재욱의 키스를 두번이나 거부한 일에 대한 해석이 있어야 겠죠. 서연의 거부는 강한, 적극적인 거부가 아니라 약한, 소극적인 거부 였습니다. 더구나 승민은 그걸 못봤습니다. 승민의 감정은 고백하기 직전에 가장 비참한 방법으로 패배(했다고 오해)합니다. 용기를 내기 위해 팩소주까지 마신 승민의 감정은 바로 좌절 그리고 분노로 바뀝니다. 승민의 분노는 자신과 서연을 공격하게 됩니다.

    시간이 좀 지나니까 성민, 서연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은채(승민의 약혼녀)입니다.
    서연이 승민을 초대한 레스토랑에 왜 따라왔을까요? 승민을 다시 만나 약간의 감정을 가지고 넥타이 선물까지 챙겨온 서연에게 철벽 방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승민은 내남자]라는 경고를 전합니다. 방법도 완벽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고의 명대사가 여기서 나온다고 봅니다. [말해봐, 썅년이었다며?] 관객들은 빵터졌겠지만, 서연은 시쳇말로 멘붕산태가 되었을 것입니다. 우연이었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과거 서연을 사이에 두고 벌이던 사랑 쟁탈전이 이번엔 승민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겁니다. 젊고 이쁘고 똑똑한 아가씨 앞에서 나이든 이혼녀라...? 마지막 비행기 안에서 뒤척이는 은채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승민은, 서연 때문에 은채를 버리는 일이 없을것 이라는 확신을 줍니다.
    승민(을 비롯한 관객들도)이 어이없어 했던 싱숭이생숭이(고삐리중삐리)가 은채와 비슷한 연배일 것이라는 점도 나중에 깨달은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미래는 모르는 겁니다.

    이 모든것을 감안하더라도 첫사랑은 기슴시리도록 아름답습니다. 남자들의 마음 속에서 첫사랑의 감정을 꺼낸다는 것은 매우, 대단히, 아주 힘드는 일입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남자들의 마음 매우매우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첫사랑의 감정을 정확하게 꺼냈기 때문에 큰 성공을 이룬 것이라고 봅니다. [건축학개론]을 보고 온 밤에 혼자 와인을 마시고 편지첩(사진첩 비슷한거)를 꺼내 읽어봤습니다. 댓글들을 보니 저만 그런게 아니더군요.
    9월 19일에 DVD발매 한답니다. 사야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2.09.15 00:51 신고 오랜만이네요. 반갑습니다.. 이 영화를 본 후로 어느 새 4개월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그 동안 믿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고... 삶과 사랑은 참 신비한 것 같아요. 어떤 이성적 판단도 그 신비함을 온전히 파악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수수 2012.10.07 22:01 빛무리님, ST님 , 고맙게 읽었습니다.
  • 2013.01.21 02:10 잘 읽었습니다.
    저도 보는내내 답답하고 찌질한 놈이란 생각 지울 수 없었습니다.
    자기만의 환상 또는 허상을 여자에게 씌워놓고 저 혼자 감동하고 저혼자 실망하고 그러다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남자가 영화에나 나오는 드문 존재가 아닌것 같다는게 더욱 씁쓸하네
  • 2013.03.26 00:11 비밀댓글입니다
  • 가가 2013.05.03 20:45 글쓴이께서 승민의 수지에 대한 사랑을 넘 비하하시는것 같은데요;; 대부분 남자들이 저렇지 않나요? 한국남자들은 소심하고 예민한 보편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 관상을 찾다 우연히 2013.09.23 11:03 관점이 다르니.....같은 것을 봐도 달리 보이는 게 아닌가 싶네요.
    영화는 영화대로 즐거움을 주었고, 시간이 흘러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영화 외적인 색다른 즐거움을 얻고 갑니다.
    .....다시 보면 또 다른, 하지만 좋은 감정은 여전하겠죠.
    문득, 건축학개론이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을 해 보면서 되새기면서요....
  • 그대네요 2013.11.26 01:39 승민이는 서연이를 정말 많이 사랑했었습니다. 다만... 그 나이대의 대다수의.남자애들이 그렇듯 참 서툴렀기 때문에 둘은 잘되지 못했던거같네요... 서른이 어느새 훌쩍넘은 지금의 저라면... 저의 서연이를 놓치지않았겠죠. 선배고 나발이고 때려눕혔을지두요... 하지만 그때의 저와 승민이는... ㅎㅎㅎ;;;
  • 그대네요 2013.11.26 01:44 서연이도 'X년'이 아니고 승민이도 'X신'이 아니고.. 그냥... 그냥 20살의 그 아이들일뿐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전 왜 이영화를 이제야 본것일까요... 제 페이보릿무비는 그동안 미술관옆동물원이었는데 오늘 새 영화가 자리잡게 되었네요
  • Favicon of http://samkl.tistory.com BlogIcon 글쓰고픈샘 2014.08.11 15:05 신고 영화를 봤을때 생각 못했던건데 지금 읽으니까 그런 의견도 나올수 있을거라 봐요. 잘읽었습니다. 근데 저는 사랑한거라 볼래요. 저도 아누 어렸을때 그런 마음이 있었으나 제가 싫다고 할까봐 다가서지 못했어요.. 결국 제가 외국으로 떠나서 못봤지만요.
  • 승민 2020.06.11 08:13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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