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불후의 명곡' 소냐, 한 편의 뮤지컬을 보여준 상아의 노래 본문
송창식이 전설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줄곧 기다려 온 '불후의 명곡2-송창식' 편이 드디어 방송되었습니다. 그런데 송창식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후배 가수들의 출연 요청이 쇄도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14명의 가수를 초대하게 되었으므로 방송을 2주에 걸쳐서 진행하게 되었다는군요. 초기부터 꾸준히 시청해 왔던 제 기억으로 이런 경우는 처음이지 않나 싶습니다. 보컬리스트 특집이라든가 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한 분의 전설을 모시고 진행할 때는 언제나 7명의 출연 가수로 제한하여 1회 방송분으로 끝냈었거든요.
저 혼자만 송창식을 심하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의 귀는 다 비슷한가봅니다. 어떤 기사의 댓글을 보니, 송창식이 나온대서 약속도 미루고 집에서 '불후의 명곡'을 시청했다는 사람도 있더군요..ㅎㅎ
전설의 오프닝 공연에서부터 송창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함께 한 '나의 기타이야기'는 삽시간에 모든 관중을 꿈 속으로 빠뜨렸지요. 몽환적이고 감미롭고 애절하면서도 시원시원한 송창식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진짜 일품이네요. 올해 66세의 나이로 전성기 때와 똑같은 목소리를 들려주는 송창식을 보면, 과연 목소리는 사람의 신체 중에서 가장 늙지 않는 부분이라는 말이 생생하게 실감이 납니다. 물론 평생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이 동반되었기에 가능했겠지만요.
이번 방송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서 진행되는 만큼, 송창식의 오프닝 공연도 2번 감상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아이 좋아라~^^;;) 예고편을 보니 다음 주에는 '고래사냥'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후배 가수들 역시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서 진정성 있는 무대를 준비해 왔다는 것이 확연히 보였습니다. 가수 린은 "송창식 선배님께서 만약 제 노래를 듣고 한 마디 칭찬이라도 해 주신다면, 저는 너무 감격해서 보고 또 보고, 수십번을 돌려보게 될 것 같습니다.." 린이 준비한 노래는 '담배가게 아가씨' 였습니다. 그 남성적인 노래를 여성 보컬이 어떻게 부를지 의문이었는데 의외로 잘 어울리더군요. 특히 "아자자자자~~" 하고 길게 이어지는 송창식 특유의 추임새 부분까지도 자기 스타일로 바꿔서 어색하지 않게 표현하는 것을 보니 그녀의 실력이 정말 탄탄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예쁘장한 미소년처럼 꾸미고 '피리부는 사나이'를 열창한 알리의 무대도 좋았고, 미국 교포 출신으로서 '가나다라'의 그 어려운 가사를 멋지게 소화해낸 팀의 노력도 정말 가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언제나 목빠지게 기다리는 임태경의 무대도 다음 주로 넘어가지 않고 1부의 마지막에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그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푸르른 날'은 그야말로 청량함과 아름다움의 극치였답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 시인의 노랫말에 담겨진 푸르름의 정서가 그대로 전해져 오더군요.
그 날따라 컨디션이 최상이었는지 고음 부분에서도 전혀 힘든 기색 없이 아주 쉽고 편안하게 넘어가는데, 그 탄탄한 기본기에 새삼 감탄하기는 했지만 너무 평화로운 느낌이라 우승권과는 멀어질 것을 곧바로 예감했습니다. '동백아가씨'나 '열애'를 부를 때처럼 강렬함과 애절함이 동반된 무대였다면, 순번의 혜택을 제대로 받아 우승할 수도 있었을텐데 조금은 아쉬웠어요. 실력은 최고인데 어째서 매번 이렇게도 운이 없을까요.
'불명2'에 처음으로 출연한 뮤지컬 배우 겸 가수 소냐는 별명이 '흑진주'랍니다. 그녀의 까무잡잡한 피부와 이국적인 미모에 정말 잘 어울리는 별명이었어요. 그렇게 예쁘고 노래도 너무 잘 하고, 게다가 임태경과는 뮤지컬계의 선후배로서 돈독한 사이인 듯하니 정말 여러모로 부러운 사람이더군요..^^;; 임태경과 소냐 같은 뮤지컬 스타들의 무대를 TV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불후의 명곡2'가 우리에게 주는 커다란 선물 중 하나입니다. 시간과 돈을 들이고 발품을 팔아서 공연장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그 귀한 무대를 매주 안방에서 볼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르겠어요.
'상아의 노래'는 제가 송창식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제가 블로그에서는 중학 시절부터 고수해 오던 '빛무리'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지만,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상아'라는 이름을 쓸 때도 많습니다. 그 닉네임을 본 사람들은 당신의 본명이냐고 묻거나, 또는 연예인 이름이냐고(이상아, 박상아 등) 묻거나, 혹은 코끼리 이빨이냐고 물어 옵니다..ㅎㅎ 그러면 저는 송창식의 '상아의 노래'에서 가져온 이름이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그 정도로 '상아의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저는 특히 소냐의 무대를 집중해서 보았습니다.
소냐는 아주 오랜만의 TV 출연이라서 무척 긴장한 듯 보였지만, 일단 노래를 시작하니 뮤지컬 배우 특유의 연기력이 가창력과 결합되어 정말 완벽한 무대를 연출하더군요. 최근 '나가수'와 '불명2'를 통해서 명품 가수들의 무대를 감상하다 보면, 노래에도 정말 연기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점점 더 체감하게 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으로 쏟아붓고 몰입하지 않으면 타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점에서, 노래와 연기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뮤지컬 배우들은 일반 가수들보다 한층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소냐가 부르는 '상아의 노래'를 들으며, 적절히 응용하면 숨소리 하나까지도 훌륭한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바람이~ 소리없이~ 소리없이 흐르는데~" 중간 중간에 탄식하듯 스며드는 그녀의 숨소리는 정말 한맺힌 바람소리 같더군요. 떠나간 사람과 잊혀진 시절을 그리워하는 쓸쓸한 감성이 그 숨소리에 모두 깃들어 있었습니다. 임태경의 '푸르른 날'이 아름다움의 극치였다면, 소냐의 '상아의 노래'는 애절함의 극치였습니다. 노래가 끝나니 한 편의 뮤지컬을 감상한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1부의 우승을 차지하기에 충분한 무대였어요. 이제 다음 주에 이어질 '불후의 명곡2-송창식'편의 제2부가 몹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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