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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그들이 박완규를 사랑하는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는 가수다' 그들이 박완규를 사랑하는 이유

빛무리~ 2012. 2. 1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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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시즌1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좀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김경호는 명예졸업에 성공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었군요. 명예 졸업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김경호의 수상 소감이었어요. '나가수'에서는 너무도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만 보여주었기에, 그가 한동안 희귀병으로 투병하며 많이 아팠던 사람임을 잊고 지냈거든요. "제가 아프고 나서, 회복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무대에 세워 주셔서... 다시 회복된 모습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명예보다도, 알게 모르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염려해 주었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는 그 말이 저는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즌1의 마지막 무대들을 감상하는 동안, 박완규 때문에 제 눈시울은 수차례나 뜨거워졌습니다. 지난 번의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노래 속에 영혼을 담을 줄 아는 박완규의 능력은 이번에도 여실히 발휘되었지요. 가창력이나 퍼포먼스 면에서는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한 다른 가수들에 비해 좀 부족했는지 모르지만, 감정 전달이라는 면에서는 역시 최고였기에 저는 그의 무대를 개인적인 1위로 여기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라운드에서는 선배 김경호의 명예졸업을 간절히 응원하는 마음이 너무도 뚜렷이 느껴졌기에 언제보다도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박완규는 김경호의 마지막 무대를 응원하기 위해 일부러 그의 노래 '아버지'를 자신의 경연곡으로 선택했고, 김경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혹시라도 실수하지나 않을까 초조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더군요. 언제나 자신의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대범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습니다. 대기실에서 좌불안석하며 모니터를 지켜보다가 "아, 못 보겠다..ㅜㅜ" 하고 일어나버리는 모습에 얼마나 가슴이 찡해 오던지요! 늘상 티격태격하면서도 친형제처럼 우애가 좋아 보여서 그 동안에도 참 흐뭇했었는데, 이렇게까지 깊이 염려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박완규가 얼마나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건방진 안하무인 같기도 하고, 좀처럼 다가서기 어려울 듯한 무서운 이미지도 있었지요. 특히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춘 것이 '위대한 탄생'을 통해서였는데, 백청강과 이태권 등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퍼붓던 모습이 너무 인상적으로 남아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이후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을 통해 그 위압적인 이미지는 많이 순화되었지만 '나가수' 합류 초기만 해도 여전히 건방기가 남아 있어서, 저러다 한 방에 훅 가는 게 아닌가 염려스럽기도 했지요. 하지만 모든 거부감을 해소시킨 것은 생생히 전해지는 '진심'이었습니다. 박완규는 음악을 대할 때나 사람을 대할 때나 더없이 진지했고, 언제나 한치의 가식도 없는 진심을 보여주었습니다.

김경호와의 사이가 돈독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두 명의 뮤지션이 박완규를 몹시 아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김태원과 임재범이 바로 그들입니다. 김태원은 원래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후배들을 잘 챙기는 사람이지만, 그 중에도 박완규에게는 좀 더 애틋한 심정을 갖고 있는 듯하더군요.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을 때도 특별히 박완규의 이름을 따로 언급했을 정도입니다. '부활'의 리더로서 보컬들에게 너무 혹독한 훈련을 시켰기에 '녹음실의 악마'라는 별명까지 있었다는 김태원은, 이제 와 돌이켜 보면 미안한 생각도 많이 드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박완규에게 미안했다고 하더군요. "그 때 저랑 같이 활동할 때 비쩍 말랐던 것 좀 보세요. 45kg 밖에 안 돼요!" 아무리 말랐어도 그 키와 골격의 남자가 45kg 이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고생이 심하긴 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고생을 시켰어도 박완규의 삶에 가장 빛나는 시절을 선물해 준 것은 김태원이었습니다. 무명의 박완규를 기꺼이 '부활'의 보컬로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그의 음색과 스타일에 맞춰서 일부러 '론리나이트'라는 노래를 만들어 주기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김태원 본인이 오랜 침체와 고통의 시간에서 벗어나 다시 세상으로 나왔을 때, 제일 먼저 손 내밀어 붙잡아 준 사람도 역시 박완규였습니다. 김태원은 의욕 잃고 주저앉아 있던 박완규에게 '비밀'이라는 아름다운 곡을 선물하며 다시 노래할 수 있게끔 일으켜 주었고, 곧이어 '위대한 탄생'의 특별 심사위원과 '청춘합창단'의 협력 지도자로 불러 주었습니다. 이쯤 되면 김태원이 박완규를 얼마나 사랑하며 아끼고 있는지는 분명해진 셈입니다.

임재범 역시 박완규를 향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박완규가 '나가수'에 합류해서 첫 경연을 치르던 날, 그를 격려하기 위해 일부러 녹화장을 방문했던 것입니다. 물론 박완규 한 사람만 챙길 수는 없으니까 목캔디를 잔뜩 사들고 와서 다른 후배 가수들의 방도 일일이 들어서긴 했지만, 찾아온 이유가 박완규 때문이라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했습니다. 혹시라도 첫 무대에 너무 긴장하지 않을까 자기 손의 반지를 빼서 박완규의 손가락에 끼워주며 "무대에 나랑 같이 올라갔다고 생각해라!" 하던 모습을 어찌 예사롭다 하겠습니까? 박완규가 '고해'를 부르겠다고 조언을 구하러 찾아갔을 때도 "왜 하필 그 어려운 노래를 하려고 하느냐"며 안타깝게 묻는 임재범의 표정은 마치 고집쟁이 막내를 걱정하는 큰형님 같았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데, 그 훌륭한 선배 뮤지션들이 박완규를 특별히 아끼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후배는 수없이 많겠지만, 그 중에도 박완규처럼 순수하게 한결같은 진심으로 따르는 후배가 어디 흔할까요? 김태원과 임재범을 대하는 박완규의 태도를 보면, 비유가 좀 그런지는 모르지만 무조건적인 신뢰와 존경으로 가득찬 강아지의 눈망울이 가끔씩 떠오르곤 합니다. 

최근 한 케이블 방송에서 김태원은 "먼 훗날 내가 나락으로 떨어질 때, 박완규가 날 구해 줄거다. 완규는 믿을 만하다" 하며 박완규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고, 이에 박완규는 "김태원 형님을 위해서라면 감히 말하건대 목숨까지도 내놓을 수 있다" 고 응답했군요. 뿐만 아니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긴 머리를 자르라고 해도 두말없이 그 즉시 자르겠다며 무조건적인 충성을 다짐했습니다. 이쯤 되면 선배들이 왜 그토록 박완규를 아끼고 사랑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박완규는 임재범에게서 받은 반지를 혼자 독점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노래 '천년의 사랑'을 멋지게 소화해 준 후배 이영현에게 선물하는 소탈함도 보여주었습니다. 이영현은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그 반지를 '절대반지'라고 지칭하며, 자신도 언젠가는 실력 있는 후배에게 이 반지를 물려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군요. 진심은 이렇게 진심으로 이어지며, 점점 더 커다란 감동으로 부풀어만 갑니다.

저는 부디 시즌2에서 박완규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영혼을 담아서 부르는 그의 노래도 다시 듣고 싶고, 철부지 골목대장 같은 귀여운 허세도 다시 보고 싶네요. 무엇보다 음악과 사람을 대하는 그의 진심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온통 가식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 박완규가 전해주는 요령없고 투박한 진심은 마치 신선한 샘물과도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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