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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은지원과 이승기는 왜 울지 않았을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은지원과 이승기는 왜 울지 않았을까?

빛무리~ 2012. 2. 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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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5년 동안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1박2일'의 마지막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굳이 시즌1의 마지막회라 규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즌2가 어떤 형태로 시작될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1박2일'의 이름을 이어받았다 해도 그것은 이미 새로운 예능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정들었던 '1박2일'은 이것으로 마지막입니다. 많이 서운하고 아쉽지만 그저 회자정리(會者定離)라 여기며 받아들이려 합니다.

마지막회인 만큼 미션 하나 하나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한 제작진의 정성이 엿보이더군요. 41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해장국집... 32년째 운영되고 있는 케이블카... 무려 40년 동안 쉼 없이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정읍의 유일한 영화관까지, 모두 과거에서 현재로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온 공간입니다. 유홍준 교수와 함께했던 역사 탐방이 잊혀졌던 과거를 되살리는 감동이었다면, 마지막회에서 방문한 장소들은 과거이면서 동시에 현재진행형이라는 데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겠더군요.

"40년이나 되었으면 추억 속에 잊혀진 장소일 수도 있는데, 할머니는 지금까지 하루도 안 쉬고 이렇게 해장국집 문을 열고 일을 하신대요. 아, 추억이라는 것은 과거에 박제된 기억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미래로 진행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할머니를 뵙고 들었어요.." 그래서 특별히 '1박2일'의 마지막 아침식사 장소를 그 조그마한 해장국집으로 결정했군요. 비록 몸은 떠난다 해도 마음은 영원히 '1박2일'과 함께 하리라는 나영석 PD의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물론 다른 제작진들도 마찬가지였겠지요.

미션 수행을 위한 것이긴 했지만 거부하기는 커녕 오히려 기뻐하며 선뜻 40만원의 사비를 털어 멤버들과 제작진에게 따뜻한 해장국을 대접하는 이수근의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래요. 마지막인데, 베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도 기쁜 일이겠지요. 나이로만 따지면 맏형은 엄태웅이지만 그는 워낙 늦게 합류했고, 무려 5년 동안 '1박2일'을 함께 지켜온 맏형은 이수근이니까요. 우연히 그렇게 되었는지 몰라도, 마지막으로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그에게 꼭 어울리는 역할이었습니다.

케이블카에서 행해진 두번째 미션은 '몸으로 말해요' 였는데,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케이블카의 상행선과 하행선이 교차하는 순간이 너무 짧은데다가 몸짓이 잘 보이지도 않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5년의 시간 동안 눈빛 하나, 손짓 한 번에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을 만큼 친해진 멤버들은 기어코 3번만에 정답을 맞혀내더군요. 퀴즈 하나 맞힌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코끝이 찡해지는 이 기분은 대체 뭘까요?

세번째 미션은 영화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영화 관람이 끝날 때까지 '1박2일' 멤버들의 이름이 다른 관객들로부터 불려지지만 않으면 성공하는 미션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위험한 상황이 닥치는군요. 어떤 여성 관객은 옆자리에서 수군수군하며 알아보는 티를 내고, 뒷자리의 어떤 사람은 자꾸만 좌석을 발로 툭툭 걷어찹니다. 심지어 어떤 커플은 김종민에게 다가와 좌석이 겹친다며 말을 걸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모든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영화가 시작되었는데, 어딘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군요. 아무리 영화가 재미있다고 해도, 일반 관중들의 리액션이 너무 강하고 화려한 거였어요. "이 사람들 혹시... 전문 방청객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이것은 미션이 아니라 이벤트로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화면이 꺼지고 암전이 되었습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멤버들은 어리둥절하는데, 저는 "드디어 이벤트 시작이구나!" 했지요. 알고 보니 관객들은 전문 방청객이 아니라 특별히 '1박2일' 마지막회를 도와주기 위해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 찾아온 '1박2일'의 골수팬들이었습니다. 다시 켜진 화면에는 '1박2일'의 지난 5년간의 추억들이 차례차례 스쳐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고달프고 힘이 들었지만, 또 그만큼의 감동과 기쁨도 있었기에 행복했던 기억이지요. 이제는 다사다난했던 그 모든 일들이 그리운 추억으로 남겨질 것입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배경음악의 가사가 어쩌면 이렇게도 상황과 잘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요? 015B의 '이젠 안녕'...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왠지 이별할 일이 없어도 가슴이 저려오곤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담담한 마음으로 '1박2일'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도 문득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나영석 PD가 폭포수처럼 눈물을 쏟느라 진행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는 결국 함께 울고 말았습니다. 천하장사 강호동의 극강한 기세와 1:1로 맞붙어도 밀리지 않았을 만큼 언제나 독하고 영악한 모습을 보이던 사람인데 (표현이 좀 그렇지만 절대 나쁜 뜻 아닙니다. 그만큼 영리한 사람이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1박2일'을 이끌어 왔다는 좋은 뜻입니다..^^) 갑자기 자신을 주체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을 보니 그 마음이 어떨지 아주 약간은 짐작할 수 있었어요.

'1박2일' 멤버 5명은 무대 위로 올라가, 먼 곳에서 달려와 준 팬들 앞에 섰습니다. 한 명씩 '1박2일'을 마치는 소감과 팬들께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는데, 어쩌면 눈물은 정해진 수순이었어요. 이수근이 먼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는데, 그는 요즘들어 심하게 눈물이 많아진 듯해서 걱정입니다. 아내와 둘째아들의 건강은 여전히 회복될 기미가 없는 걸까요. '승승장구'에서도 심수봉의 노래를 듣자마자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펑펑 쏟아서 사람을 놀라게 하더니, 여기서도 두 눈이 붓도록 울고 있네요..;;

오랫동안 부진한 활약으로 온갖 비난을 감수하며 마음고생 심했던 김종민도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누구보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을텐데, 제작진이 보기엔 예능감이 완전히 돌아왔다고 생각되는지 몰라도 제 눈에는 아직도 좀 부족해 보이는군요. 부디 시즌2에서는 조금만 더 열심히 해주기를...! 그리고 합류한지 1년이 채 못 된 엄태웅도 결국은 눈물을 보였습니다. "남들은 다 슬퍼하는데 나 혼자만 슬프지 않으면 어떡하지?" 걱정했었다는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었네요. 그 동안 정이 무척 많이 들었던가봐요.

그런데 이것 참 이상하군요. 시즌2의 잔류가 결정된 이수근, 김종민, 엄태웅 세 사람은 모두 눈물을 흘렸는데, 정작 떠나기로 결정된 은지원과 이승기는 울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그 두 사람이 가장 슬퍼하고 많이 울어야 자연스러운 상황인데 말이에요. 다른 멤버들은 비록 분위기는 확 달라지더라도 여전히 '1박2일'의 멤버로서 남아있게 되는 반면, 은지원과 이승기는 이제 정말 '1박2일'과 완전히 작별을 고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게다가 옆에서 다들 울고 있으니 이를 악물고 참아도 눈물이 흘러내릴 법한데, 그 두 사람은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으로 눈물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팬들까지 울고 있는 그 분위기에서, 작별의 주인공인 두 사람은 어떻게 울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물론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혼자서 너무 많이 울었나보다...!"

만으로 따지면 갓 스무살... 파릇한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채 '1박2일'에 합류했던 이승기는 이제 20대 중반의 당당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갸름한 얼굴인데도 제법 선 굵고 강인한 남자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그 좋은 청춘을 모두 바쳤던 '1박2일'... 힘들었던 만큼 보람도 있었고, 좋은 사람과의 만남도 많았지만 이별도 많이 겪었습니다. 5년 동안 고락을 함께해 온 '1박2일'과 이제는 영영 작별인데, 혼자 눈물이 마르도록 울었던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 의연함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요?

'1박2일'의 전신이었던 '준비됐어요' 시절부터 함께해 온 은지원은 명실상부한 최고참 멤버입니다. 김종민은 중간에 공익근무를 다녀오느라 2년이나 쉬었지만, 은지원은 중간에 쉰 적도 없습니다. 만으로 5년을 꽉 채워서 은지원은 여기까지 '1박2일'과 함께 달려왔습니다. 그 동안 12년 전의 첫사랑을 기적처럼 다시 만났고, 어느 새 유부남이 되었군요. 인생의 가장 행복하고 소중했던 시기를 '1박2일'과 함께한 셈인데... 그 긴 시간을 돌이켜보며, 은초딩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아마도 집에서, 아내의 품에 얼굴을 묻고 참 많이 울었을 것 같아요.

펑펑 울고 있는 멤버들보다도, 눈물이 말라버린 것처럼 울지 않는 두 사람이 저는 더욱 애잔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제 다음 주에 한 번만 더 보면... 이제 '1박2일'에서는 더 이상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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