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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 후배들 군기잡는 유재석? 신기하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해피투게더' 후배들 군기잡는 유재석? 신기하네!

빛무리~ 2012. 1. 1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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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밤마다 즐겨 보던 '해피투게더'를 어느 순간부터 안 보기 시작한 것은, 좀 미안하지만 G4가 투입되고 나서부터입니다. 토크쇼가 산만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기존의 MC 4명도 많은 듯해서, 유재석과 박미선 2MC 체제로 전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신인급 개그맨이 갑자기 무려 4명이나 한꺼번에 투입되니까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군요. MC 4명에 게스트도 최소한 4명 이상이고, 게다가 개그맨 G4까지 더해지니, 그 좁은 목욕탕에 12~13명이 들끓는 모양새는 보기만 해도 답답했습니다.

게다가 토크쇼나 버라이어티쇼는 즐기는 편이지만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은 취향에 맞지 않아서 안 보는 저로서는, 그들이 애써 준비해 온 개그도 솔직히 별로 재미있는 줄 모르겠고, 야심차게 밀고 있는 유행어들도 언제나 생소하게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는 모습은 보이는데 정신만 사납고 재미가 없더라는 거죠. 진짜 미안하지만 그래서 안 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본방을 놓치면 다시보기라도 꼭 하곤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내키질 않더군요.

그러다가 정말 오랜만에, 그냥 볼 것이 없어서 틀어 봤습니다. 게스트로는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의 홍보차 엄태웅, 정려원, 유선, 박기웅, 이렇게 4명의 배우가 출연했고, G4는 그 사이에 또 한 명이 늘었더군요. 김준호, 김원효, 허경환, 정범균까지가 원래 멤버였던 것 같은데(하도 많으니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음..;;) 여기에 최근 대세라는 애정남의 최효종이 합류하면서 김준호는 '김단장'이라는 직함을 받아 따로 분류되었습니다. 김단장과 G4라나요..;;

특별히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중간에 꼭 하나 볼만한 게 있었다면 박기웅의 3가지 버젼 맷돌춤이었지요. 제가 보기에 박기웅은 외모도 출중하고, 젊은 나이에 비해 연기력도 괜찮은 편이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아 부지런함과 성실함도 갖춘 듯한데, 아직까지는 크게 터지는 한 방이 없었던 듯하여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여기는 배우 중 한 명입니다. 예전에 CF에서 맷돌춤을 출 때는 신기한 동작뿐만 아니라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이 인상적이었지요. 이번에는 한층 경쾌해진 동작과 더불어 생글생글 웃는 표정으로 새로운 버젼을 보여주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엽고 신선했습니다.

그런데 졸린 듯 무심히 보고 있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유재석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되니 확 눈이 떠지더군요. 정려원과의 토크 중 "문자메시지에 센스있는 답을 보내는 남자"가 이상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유재석은 어떤 것이 센스있는 답인지 여러 사람을 통해 테스트해 보자면서 예정에 없던 진행을 제안했습니다. 정려원이 문자의 예를 제시하면 남자들은 각자 그에 대한 답을 적어 보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유재석이 벌떡 일어나 직접 스케치북과 매직을 가지러 가는데, 김준호와 G4는 그대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채 고개만 돌려서 유재석이 하는 양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소품을 챙겨 가지고 돌아오던 유재석은 "하, 참~" 하고 한숨을 쉬더니, 그들 중의 대장인 김준호와 눈을 맞추고 묻더군요. "아니, 저... 후배 아니었어요?"

그러고 보니 모두 유재석의 개그맨 직속 후배들이겠군요. 그 살벌하다는 개그맨 사회의 위계질서로 미루어 보았을 때, 사석에서라면 G4는 모두 유재석과 눈도 못 마주칠 정도의 까마득한 후배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준호는 그나마 좀 경력이 있지만 역시 유재석과는 4~5년 이상 차이가 날 것입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의 메인 MC이자 대선배인 유재석이 솔선수범하여 준비물을 챙기는 동안, 후배들은 그저 멀뚱히 앉아서 보고만 있었던 것입니다.

김준호와 G4는 그제서야 깜짝 놀라 주섬주섬 일어나는데, 모두들 웃고는 있었지만 당황한 기색은 감추지 못하더군요. 김준호는 특히 어쩔 줄을 모르며 안절부절했습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아주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던 유재석의 모습과 그에 반응하는 후배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물론 유재석이 절대 화를 내거나 차가운 어조로 지적한 것은 아니고 농담반 식으로 웃으면서 건넨 말이지만, 그 정도면 엄연한 '군기 잡기'에 해당되는 거였거든요.


최근 '해피투게더'에 김준호와 G4가 고정 패널로 투입된 것이 순전한 제작진의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유재석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유재석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군요. 무명 시절을 오래 겪었던 유재석은 누구보다 개그맨 후배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어떻게든 잘 되도록 이끌어 주려는 착한 선배로 소문이 자자하니까요. 순전히 제작진의 뜻만으로 무려 5명이나 되는 개그맨이 한꺼번에 투입되었을 거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얼마나 긍정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선 저부터도 그들이 합류하고 나서는 토크쇼가 너무 코미디쇼처럼 변질되고 정신없다고 느껴지는 바람에 안 보기 시작했거든요. 물론 더 재미있어졌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시청자들도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시도에는 언제나 위험부담이 따르는 법이지요. 자칫하면 잘 나가던 프로그램이 쪽박을 차게 될 수도 있으니, 만약 유재석이 후배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해피투게더'에 끌어들인 거라면, 이래저래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일단 꽂아 줬으면 눈치껏 알아서들 바쁘게 움직이고 자기 몫들을 챙겨 먹어야 할텐데, 명색이 개그맨 후배라는 녀석들이 선배가 나서서 뭘 하는 동안 그저 곰팅이처럼 바라만 보고들 있으니, 유재석도 잠깐 속이 터졌던 게 아닐까 싶어요. (뭐 어디까지나 저의 어설픈 추측입니다만..ㅎㅎ) 그런데 천하에 둘째 가라면 서러울 순둥이, 착한 남자의 대명사 유재석이 모처럼 군기 잡는 모습을 보니까... 아, 저런 모습도 있구나 하면서 괜시리 기분이 상쾌해지는 이유는 뭘까요? 뒤늦게나마 후배들이 일제히 일어나 유재석 앞에 두 손을 공손히 모아쥐고 쩔쩔 매며 서 있는 장면은 제가 이번 주 '해피투게더'에서 뽑은 최고의 명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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