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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부만을 강요하는 어머니, 아들이 불쌍했던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안녕하세요' 공부만을 강요하는 어머니, 아들이 불쌍했던 이유

빛무리~ 2012. 1. 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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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김태균이 소개한 사연은 날마다 공부는 하지 않고 연예인을 비롯한 만화 캐릭터 등의 성대모사 연습에 여념이 없는 고등학생 아들 때문에 걱정이신 어머니의 사연이었습니다. 사연의 주인공이 등장하기 전에, 방 안에서 혼자 이불을 덮어쓰고 성대모사 연습중인 아들의 모습을 몰래 찍어서 보내신 어머니의 영상이 증거 자료로 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실력이 상당하더군요. 특히 이선균과 김경진의 목소리는 너무 똑같아서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개그맨 중 성대모사의 달인이라 할 수 있는 정성호나 서경석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을만한, 아마추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의 레벨이었습니다.

사연의 주인공이 등장하자, 김태균이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영상을 보니까 아드님이 굉장히 잘하시는데요!" 그러자 어머니는 단호히 대답했습니다. "잘하는지 못하는지 그런 데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그러더니 이어서 속사포처럼 불평을 내쏟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고1인데, 이제 2학년이 될 거거든요. 입시가 얼마 남지도 않았고 매일 공부만 해도 서울 사대문 안에 들어가기도 힘든데, 어떻게 정신을 딴 데 팔아가지고! 엄마는 이 일 저 일 다 하면서 자기한테 올인을 하고 있는데, 아주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럴 수가 있습니까!!!" 처음부터 어찌나 목소리가 격앙되었던지, 곧바로 흥분에 못이겨 울음이라도 터뜨릴 기세였습니다.

그런데 당황한 MC들이 진정하시라며 물을 권하자, 마치 술잔을 받는 듯한 자세로 받으시더니 고개를 돌려 원샷을 하시는 모습은 의외로 코믹하기 이를데 없더군요. 그토록 질색하시는 아드님의 끼는 어머니께 물려받은 것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다들 빵 터져서 웃고 있는데 어머니는 혼자 심각하셨습니다. 밤새도록 연예인 목소리나 흉내내고 때로는 괴물 소리까지 내곤 하는 아들의 모습에 혹시 정신이상이 온 게 아닐까 염려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제주도에 살면서 어머니는 관광객을 위한 여행 가이드일, 도배일, 감귤따기 등의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했습니다. "이렇게 일하면서 1년 365일 내내 저 하나만 바라보고 올인을 하고 있는데, 글쎄 이게 배신을 때리는 거예요!" 도저히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는 듯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울먹거림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나치게 강경한 어조로 극단적인 언어까지 사용하며 아들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에 치를 떠는 어머니를 보면서 묘한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에 출연해서, 공적인 자리에서까지 저 정도라면, 집안에서 모자간에 차분히 이성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전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들에게도 입장이란 게 있을텐데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아들은 성우가 되겠다는 확고한 꿈을 키우고 있더군요.

중학교 3학년 때까지는 전교 10등 안에까지 들었을 만큼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소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성우의 꿈을 갖기 시작하면서 성대모사 연습에 열중하느라 지금은 성적이 좀 떨어졌다고 합니다. "지금도 상위권이긴 하지만 어쨌든 많이 떨어졌어요! 자세히는 묻지 마세요!" 공부 잘하는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자부심은 여전히 대단했습니다. 요즘 딴짓에 정신이 팔려서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상위권이라는 것입니다. 예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공부만 열심히 해주었으면 하는 절절한 바램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하루에 성대모사 연습에 할애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소년은,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0시경인데 그 때부터 대략 4시간 정도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럼 공부는 언제 하느냐고 물었더니 "공부는 학교에서 하는 거 아닌가요?" 라고 대답하더군요. 너무 당당하고 태연한 대답에 다들 놀라긴 했지만, 글쎄 저는 딱히 틀린 말 같지는 않더군요. 정규 수업을 마쳤을 뿐 아니라 야간 자율학습까지 하고 돌아왔다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공부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반드시 서울 사대문 안쪽의 명문대학으로 진학시키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과 달리, 아들은 그런 욕심이 없어 보였거든요.

드라마 '파스타'를 비롯해서 몇 가지 만화 영상 자료들을 준비한 제작진은 그 자리에서 즉석 성대모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소년의 거침없는 실력 뽐내기에 다들 감탄을 금치 못하며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습니다. MC들과 게스트들도 모두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목소리만 비슷한 게 아니라, 감성도 풍부하고 연기도 잘하네요. 정말 성우를 하시면 딱 좋을 것 같은데요!" (정찬우) "캐릭터를 정확히 연구하고 분석할 줄을 아네요!" (김태균) "목소리에 리듬이 있어요, 리듬이!" (백두산의 유현상) "예술성이 있습니다!" (백두산의 김도균) "성우로서의 끼가 충분하네요. 재능도 없는데 억지로 하는 게 아니에요!" (이영자) "못하면 우리도 말려 드릴텐데, 너무 잘해서 말릴 수가 없네요!" (정찬우) .......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대답하셨습니다. "정신 차리고 공부나 하라고 해요!"

"그냥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 가서, 평범한 공무원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들에게 바라는 엄마의 소원은 이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꿈이 저토록 확고한데, 아무리 부모라 해도 인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MC들도 역시 저와 같은 생각이었던지, 아들이 아니라 다시 어머니를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우도 굉장히 전망 좋은 직업이에요!" (정찬우) "제 주변에 성우 친구들이 많아서 좀 아는데, 목소리는 사람의 신체 중에서 가장 늙지 않는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일단 자리만 잡으면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직업이에요!" (김태균) "성우들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윤택한지 잘 모르셔서 그래요. 생각하시는 것보다 엄청나게 돈 잘 버는 직업입니다!" (신동엽) ........ 이 모든 설득에도 어머니의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그래도 무조건 안 돼요! 그런 것을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우리 아들이 그런 쪽 말고... 범생이 쪽으로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유현상이 보다 못해 한 마디 하더군요. "그건 어머님이 그렇게 낳으셔야죠!" 와... 정말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재능과 끼가 철철 넘치는데 그것을 억지로 팍팍 죽이고 범생이로 살라 강요하니, 제가 보기에도 너무 답답했거든요. 하지만 어머니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낳는 건 제가 낳았지만 노력은 자기가 해야 될 거 아닙니까!" 이미 18세나 된 아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고 꿈을 위해 충분한 노력도 하고 있는데, 왜 꿈을 외면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건지, 그 어머니의 완강한 태도가 저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자기 소망과 다른 길을 선택한 아들 때문에 속상한 마음이야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아들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어머니의 태도가 워낙 완강하니, 이번에는 정찬우가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좋은 대학에 진학을 하면, 어머님도 그 이후엔 생각이 바뀌셔서 응원해 주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일단은 공부에 집중해 보는 게 어떻겠어요?" 그 옆에서 어머니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부흥회에서 소리치며 기도하듯 언성을 높여서 "제발 공부만 해, 공부!" 하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아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네. 그럼 공부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하더군요. 하지만 뭔가 자포자기한 듯 기운없는 소년의 표정이 저는 가슴 아팠습니다.

오직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올인하며, 아들을 통해서만 본인의 소망을 이루려는 어머니의 강압적 사랑은, 지켜보는 마음조차 몹시 답답하게 했습니다. 아들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어머니가 자기를 위해 고생하시는 것을 잘 아는데 그 뜻에 따를 수 없으니 엄청 미안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 부담되고 갑갑해서 집을 뛰쳐나가고 싶은, 그런 이중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도저히 '대화'가 불가능한 어머니의 일방적 강요는 이 시대 교육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듯 했습니다. 나쁜 길로 엇나가는 것도 아니고 나름의 건실한 꿈을 키우고 있는 건데, 꼭 그렇게 결사반대하며 막아야만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더군요. 

150명이나 되는 방청객 투표에서도 이 어머니의 고민은 고작 21표를 받아내는 데 그쳤을 뿐이니, 대다수가 공감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젠 아들도 어느 정도 다 컸으니, 어머니도 너무 아들에게만 인생을 올인하지 말고 본인의 취미활동이나 꿈을 좀 가져 보시면 어떨까 싶더군요. 그렇게 해서 아들을 좀 자유롭게 놓아주시는 편이 서로가 행복해지는 길일 텐데요.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이니, 아들에 대한 안스러움만 커져 가더군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난 주에 1승을 차지했던 '짠돌이 남편'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 사실로 위안을 삼으며, 이 소년의 답답한 현실에도 변화가 찾아오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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