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나가수' 떠나는 바비킴의 등 뒤에 표하는 경의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가수' 떠나는 바비킴의 등 뒤에 표하는 경의

빛무리~ 2012. 1. 2. 11:20
반응형




점차 '나는 가수다'에서 마음이 멀어집니다. 예전처럼 기다려지지도 않고, 가슴 졸이며 결과를 궁금해 하게 되지도 않습니다. 그 동안 출연 중인 7팀의 가수 중에서 제가 관심을 갖고 유심히 지켜보던 것은 오직 3팀뿐이었는데, 이제 그 중 자우림이 명예졸업을 하게 됨으로써 한층 더 멀어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새로 합류하게 된 신효범과 테이의 첫 무대를 본 후에야 확실한 말을 할 수 있겠지만요. 특히 적우의 답답하고 걸쭉한 목소리를 다음 라운드에서 또 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그녀의 무대를 보고 나면, 마치 늪 속에 빠졌다가 간신히 기어나온 것처럼 온 몸이 끈적거리는 느낌이 들거든요. 더구나 이번에는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를 불렀기 때문에 거부감이 더했습니다.

이렇듯 방송에 대한 기대감과 만족도는 점점 떨어져 가건만, 이상하게도 시청을 하고 나면 할 말은 많아지는 프로그램이 바로 '나가수'입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마치 프로그램 자체가 그 내부에 '화제성'을 품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새해 첫 주에 방송된 '나가수'를 본 후에도 무려 3팀의 무대에 관해서 말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1위를 차지한 박완규의 '고해', 명예졸업에 성공한 자우림의 '하루', 그리고 신년 벽두부터 아쉬운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떠나야 했던 바비킴의 'Double'입니다. 이 3팀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모두 칭찬이에요. 수많은 무대 중에 굳이 안 좋았던 무대를 소재로 삼아서 열심히 까는 글을 써봤자 속 시원하지도 않더라고요..ㅎㅎ 칭찬하고 싶은 무대만 골랐는데도 무려 3팀이나 되어서 고민을 했습니다. 한 편의 리뷰에 모두 담으려면 너무 길어질 뿐만 아니라 주제도 흐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새해에는 방송 다음 날 한꺼번에 모든 말을 다 해야 한다는 묘한 의무감(?) 또는 조급증을 버리자고 결심했습니다. 박완규와 자우림에 대해서는 내일이나 모레쯤 천천히 서술하기로 하고, 오늘은 바비킴의 마지막 무대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군요. 3팀 중에 가장 먼저 바비킴을 선택한 이유는, 그 동안 그에게 무관심했던 제 마음이 왠지 미안함으로 가득차서입니다. 바비킴은 무려 5개월이나 '나가수'에 출연하며 매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저는 그의 무대에 큰 감흥을 느낀 적이 없었지요. '파랑새'라든가 '사랑 그 놈' 등의 노래를 좋아했기 때문에 오히려 출연 전에는 꽤 기대를 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다른 가수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면에서는 바비킴이 좀처럼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본인만의 개성이 너무도 짙고 분명하기 때문이겠죠.

초반에 적응하지 못할 때도 그랬지만, 점차 몸이 풀려가며 1~2위를 차지했을 때도 저는 그냥 그랬습니다. 어색한 듯 귀여운 댄스까지 곁들여 신나는 무대를 마련했을 때도 "나쁘진 않지만, 뭐..." 이 정도였고, 동료 가수들과 자문위원단의 극찬을 받았던 '회상' 역시 몰입하지 못한 채 멀뚱히 들었습니다. 편곡과는 좀 다른 문제인데, 저는 악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석적인 창법을 좋아하는지라, 박자를 지나치게 앞뒤로 밀고 당기면서 부르는 창법에는 적응을 잘 못하거든요. 지난 5개월 동안 꾸준히 '나가수' 리뷰를 써 왔지만, 저는 한 번도 바비킴을 주인공으로 삼았던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죠. 마치 이별을 예감이라도 한듯, 그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Double'은 제 가슴을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독특한 창법 등의 문제를 떠나서, 바비킴의 마지막 무대를 채운 것은 '진정성'과 '슬픔'이었습니다. 김건모의 노래들 중에서도 수많은 히트곡을 마다하고, 하필이면 대중적 인지도가 매우 낮은 노래를 선곡한 것부터 평범하지는 않았지요. 지난 1차 경연에서 7위를 했기 때문에 탈락 위험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주변의 염려와 권유를 뿌리치면서까지 '더블'을 선택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에서 자신의 지나간 사랑을 떠올렸다고, 바비킴은 지난 번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 같습니다.

"차마 못 볼 걸 보고 말았어, 모르고 살았으면 될텐데... 너무나 안좋았던 예감이 사실로 드러난 거야... 나보다 잘나 보이는 사람, 그 곁에 행복해 보이는 너... 너무나 기가 막혀 웃는 나... 운명의 장난인가봐... 너는 다시 내게 돌아와, 나를 사랑한다 말하고... 그런 너를 보는 내 눈엔 눈물만이 흘러내리고... 나를 만나도 사랑하고, 그를 만나 또 사랑하는... 값싼 너의 사랑 때문에... 내 마음이 너무 슬퍼져..." 이 가사는 사랑하는 여인의 배신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두 남자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사랑 아닌 사랑을 해 온 그녀는, 명백한 'Double'의 현장을 들킨 줄도 모른 채 화자의 눈 앞에 돌아와 시치미를 뚝 떼고 거짓말을 합니다.

가장 슬픈 것은 그녀의 거짓을 보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남자의 마음입니다. 차라리 미워할 수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그럼 몇 마디 욕이나 퍼부어 주고 미련없이 돌아서면 될 텐데, 이 남자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랑하니까요. 그녀의 값싼 사랑을 머릿속으로는 증오하지만 가슴은 여전히 사랑으로 가득합니다. 2절 가사에서 그녀의 거짓말은 점점 더 구체적이고 뻔뻔해지는군요. 분명 어제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즐겼으면서, 몸이 아파서 하루종일 전화도 꺼 놓고 집에만 있었노라고,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태연히 거짓말을 합니다. "그런 너를 보는 내 눈엔 눈물만이 흘러내리고..." 가증스런 진실을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남자의 사랑이 너무 슬프기만 합니다.

김건모의 목소리로 들을 때는 이토록 처절한 가사인 줄 몰랐습니다. 원래 경쾌한 댄스곡인데다가 김건모 특유의 짱짱한 목소리도 슬픔과는 좀 거리가 멀었거든요. "지금은 속상하겠지만 곧 괜찮아질거야... 그렇게 나쁜 여자 따위 뻥 차버리고 훨씬 더 좋은 사람 만나면 돼..." 뭐 이런 생각이 들어서 별로 슬프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비킴의 목소리로 듣는 'Double'은 달랐습니다. 어쩔 수 없는 사랑... 주체할 수 없는 마음... 그녀 곁에 있던 남자가 자신보다 잘나 보였기에 더욱 비참하고 초라해지는 마음... 밉지만 미워할 수도 없고,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도 없는 사랑... 그런 감정들이 너무도 절실히 전달되었기에, 한없는 슬픔의 늪으로 가라앉는 그를 어떻게 위로할 방법도 없는 듯한 안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분명 바비킴은 지나간 사랑 중에 이 노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토록 절절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는 주위의 만류에도 고집을 부리면서 이 노래를 선택했고, '나는 가수다' 마지막 무대를 이 노래로 채웠습니다. 그 이유가 단순히 청중에게 자기 안의 슬픈 감성을 전달하고 싶어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도 빠르고 가볍게 돌아가는 시대... 그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사랑조차 가볍게 여기며 살아가는 수많은 남녀들에게... 그 가벼운 사랑이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에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은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는 것을, 바비킴은 간절히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바비킴은 자신의 마지막 무대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준비한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고 무대 후의 인터뷰에서 말하더군요. 제가 보기엔 탈락을 예감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꼭 부르고 싶은 노래를 골라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무대를 만들었을 뿐이죠. 하지만 최종 합산 7위로 탈락이 확정되었을 때도 오히려 담담한 표정으로 '나가수'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더군요. 지난 4월의 추락 사고로 심한 척추 부상을 당해, 가수로서는 물론이거니와 평범한 사람으로서도 인생의 대위기를 맞이했을 때 마침 '나가수'의 섭외를 받았고, 어렵게 출연을 결정한 '나가수'는 어느 새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도전'이었는데 '나가수'를 통해 그 도전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가식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동료 가수들과 출연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그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비록 탈락했지만 기는 안 죽었다고, 자신은 절대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녹화가 있는 월요일이면 제2의 가족을 만난다는 설렘에 늘 행복했었다고, 그 동안 고마웠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바비킴은 마지막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힘차고 의연한 그 모습이 참 보기 좋더군요.

당신의 진가를 너무 늦게 알아봐서 미안하다는 말, 하지만 마지막 무대에서 전해준 아름다움으로 충분히 행복하고 고마웠다는 말을 저는 그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바비킴, 그 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