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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나름MC 정재형의 아찔한 매력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한도전' 나름MC 정재형의 아찔한 매력

빛무리~ 2012. 1. 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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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한도전'은 다른 프로그램의 맛갈스런 패러디를 부쩍 즐기고 있습니다. MBC는 말할 것도 없고 타 방송사의 '짝'까지 패러디했을 정도니까요. 이런 '무한도전'에서 2011년 최고의 핫이슈였던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이렇게 기획된 '나름 가수다'가 드디어 방송되기 시작했군요. 지난 3회에 걸쳐 화제를 모았던 '무한도전 가요제'가 창작의 신비를 체험하게 해주었다면 '나름 가수다'는 편곡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테니, 나름 색다른 재미를 기대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기대해 왔던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치 못했던 즐거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음악요정(?) 정재형이 자청하여 MC를 맡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순정마초' 이후 그의 독특한 매력에 푹 빠져있는 저로서는 두 손 들어 환영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무한도전' 멤버들도 겉으로는 실망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가장 반가운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진지하게 하려고 했는데 너무 예능으로 간다~!" 면서 다들 정재형을 타박했지만, 사실 '나름 가수다' MC로 그보다 더 적절한 캐스팅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1시간 넘는 방송을 보면서 정재형 때문에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플 지경이었어요. 개그맨들은 모두 진지하게 음악 작업을 하는데, 오히려 정통 뮤지션이 그 가운데서 웃음을 담당하고 있으니 참으로 절묘한 조합이었습니다.

특유의 '아항항항~' 하는 웃음으로 등장한 정재형은 그림동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황금빛 신발이며, 특별 MC랍시고 허세를 부리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유쾌했습니다. 하지만 시종일관 발음이 꼬이고 카메라를 외면하는 등의 실수를 해댔지요. 얼마 전 '대학가요제'를 진행하면서도 계속 카메라를 외면하고 옆에 서 있는 동료 MC 이효리의 얼굴만 보고 말하는 바람에 이효리가 진땀을 뺐다더군요. 그 결과 얻은 별명은 '측면 MC' 였습니다. 화면에는 줄곧 한쪽 옆얼굴만 잡히기 때문에 굳이 얼굴 전체에 메이크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깁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을 염려한 제작진이 일부러 큼지막한 팻말에 "여기 보세요" 라고 써서 카메라 위쪽에 붙여 놓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정재형은 툭하면 유재석을 비롯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얼굴을 보느라고 카메라는 안중에도 없었거든요.

가장 압권이었던 장면은 중간평가 순위 투표를 하고 나왔을 때의 모습이었습니다. 정재형은 비밀 투표인 줄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지만 사실은 멤버들이 모여 있는 대기실에 그대로 생중계되는 상황이었거든요. 말하자면 정재형을 위한 '미니 몰래카메라'였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1위 정준하'와 '7위 정형돈'이라고 쓴 투표용지를 잘 보이게 공개한 정재형이 투표방에서 나오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재석이 잽싸게 붙잡았습니다. 이른바 '출구조사'를 한다는 거였지요. "1위는 누구를 뽑으셨습니까?" 정재형이 당황하며 "비밀투표인데 말해도 돼요?" 하자 유재석은 진지한 얼굴로 "안되죠" 라고 대답했습니다. 너무 순진하기 짝이 없는 정재형의 반응이 귀엽고 재미있었던지, 유재석은 시치미 뚝 떼고 계속해서 묻더군요. 

"1위는 정준하씨를 뽑으셨던데, 왜 그러셨습니까?" 소스라치게 놀란 정재형은 "어떻게 알아?" 하면서도 그냥 유재석이 지레짐작으로 맞춘 거라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7위는 정형돈씨 뽑으셨죠?" 이렇게 다 알고 있는데도 자기가 속고 있다는 눈치를 채지 못하다니...ㅎㅎ 유재석이 또 다시 "1위는 누굴 뽑으셨습니까?" 하자, 정재형은 속삭이듯 "말해?" 하고 묻더군요. 유재석은 속삭이듯 "안되죠" 라고 대답했지요. 그래 놓고는 또 묻습니다. "1위는 누굴 뽑으셨습니까?" 아직도 눈치 못챈 정재형은 "말해?" 라고 또 속삭이고, 유재석은 귓속말로 대답합니다. "안되죠. 비밀 투표니까 힌트만 주세요!" 그러자 정재형은 힌트를 준답시고 다들 뻔하게 알 수 있을 만큼 정답(?)을 술술 말해 버립니다. 정말이지... 너무너무 귀여웠어요! ㅎㅎㅎ

해야 될 얘기는 안 하고, 안 해야 될 얘기를 하며, 정작 해야 될 진행은 속으로 하는 정재형의 새로운 진행은 기이하게도 모두를 집중시키는 아찔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툰 진행에 무던히 타박을 받으면서도 정재형은 기죽지 않았습니다. 키득키득 웃음 소리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야, 웃지 마~ 나 얘기할 거야!" 하면서 꿋꿋이 진행을 해나갔고, 멘트가 끝나면 "야, 박수쳐, 빨리!" 하고 당당히 요구하기도 하는 나름 MC 정재형의 활약은 정말 눈부셨습니다. 어떤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씩씩한 걸음으로 공연장에 들어서는 나름 MC의 모습이 다음 주의 방송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군요.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아아~~!!!" 


* 지난 한 해 동안 부족한 제 블로그에 관심을 보여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느덧 새해의 문이 열렸군요. 그럼 우리도 정재형의 구호에 맞춰 힘찬 새 삶을 시작해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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