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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무사 백동수'에서 흑사초롱의 살수 '인'(박철민)이 검선의 딸 황진주(윤소이)를 납치해서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 방송되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드라마를 안 본지가 오래 되었고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폭행 장면에 대한 저 기사를 본 후로는 일찍부터 안 보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만도 참기 힘든 수준이었는데, 저런 장면까지 봐야 했다면 정말 끔찍했을 거예요. 그럼에도 굳이 안 보는 드라마에 관해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저의 한 가지 신념을 주장하고 싶어서입니다. 여자를 납치해다가 밧줄로 꽁꽁 묶어 놓고는, 무술을 익힌 남자가 저항할 힘도 없는 그녀의 뺨을 연거푸 때리고, 발로 수없이 퍽퍽 걷어차고, 심지어 몽둥이까지 가져다가 잔인하게 두들겨 ..
자고로 영웅담의 주인공이란 꼬맹이 시절부터 그 기개가 남다른 법이다. 무예는 좀 늦게 배우기 시작할 수도 있지만, 영웅의 조건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인품이다. 보통의 영웅들은 어릴 적부터 정의감이 투철하여 약자를 지켜주고 강자에게 맞서는 진정한 사내대장부의 기개를 보인다. 영웅은 또한 인내심이 강하여 고된 수련을 기꺼이 참고 견디며, 은혜와 원한을 결코 잊지 않는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는 기본이요, 목숨을 버릴지언정 꼿꼿이 지키려 하는 자존심은 옵션이다. '무사 백동수'의 주인공은 영웅일까 아닐까? 드라마 홈페이지에 나온 백동수의 인물 소개는 다음과 같다. "팔다리가 뒤틀려 태어난 판자촌의 외톨이에서 정조대왕의 호위 무관으로 동양 3국의 무예를 총망라한 무예서 '무예도보통..
저는 남자가 아니지만 무협소설이나 무협사극을 꽤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무사 백동수'에 대한 기대가 사뭇 컸습니다. 사도세자와 정조시대의 이야기는 그 팩트(fact)만으로도 우리나라 역사 중에 제일 역동적인 부분 중 하나인데, 게다가 여러가지 픽션까지 삽입하여 무인(武人)들의 기구한 삶을 그려나갈 예정이라 하니 상상만으로도 매우 재미있는 사극이 나올 것 같았지요.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참으로 실망스럽고 지루했습니다. 기본적 바탕만으로도 긴장감이 넘쳐야 마땅할 이야기를, 어쩌면 이렇게도 긴장감 없이 풀어나갈 수가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어요. 1회 방송이 끝난 후, 갓난아기를 끓는 물에 넣어 죽이려던 '팽형' 부분에서 심각한 역사 왜곡과 잔혹성의 문제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물론 역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