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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도대체 '송포유'라는 프로그램은 왜 그토록 불편하고 싫었을까? 불과 2년 전 '남자의 자격 - 청춘합창단'이 소년원을 방문했을 때는, 방송 이후 곳곳에서 호평이 쏟아졌다. 어린 날의 실수로 인생에 지우기 힘든 오점과 상처를 남기게 된 아이들을,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청춘합창단이 노래로써 다독이며 위로하는 모습은 커다란 감동이었다. 아이들도 '청춘합창단'을 위해 노래 선물을 준비했는데, 얼굴이 모자이크로 가려진 채 입을 모아 'You raise me up'을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참으로 맑고 깨끗했다. 그 방송에는 오직 긍정적 효과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송포유'는 도대체 어떤 점에서 달랐던 걸까? 최근 1~2년 동안 이 시대를 지배하는 단어는 '힐링(healing-치유)'이 되었다. '치유'라는 ..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에게 있어 '1박2일 - 지리산 둘레길' 편은 솔직히 지루함 그 자체였습니다. 예전에는 멤버들이 일반인들과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그림이 더없이 정겹고 따뜻하게 다가왔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마저 식상하더군요. 제각각 흩어져서 다니다 보니, 이쪽 저쪽에서 거의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들은 주야장천 힘들게 걷다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친한 척을 했지요. 내용이라고는 거의 그게 모두였습니다. '남자의 자격'에서 감동을 담당한다면 상대적으로 '1박2일'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담당해 주어야 지루함을 막을 수 있는데, '지리산 둘레길' 편에서는 웃음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서 잘못된 방법을 선택한 그들의 어리석음은 그저 한..
'남자의 자격 - 하모니'는 예상대로 최고였습니다. 그 넘치는 감동의 중심에는 박칼린, 그녀가 있었지요. 박칼린은 그 존재 자체가 마치 음악의 혼(魂)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녀는 어떤 사람을 가리켜서 전문가라고 불러야 하는지의 좋은 예를 제시했으며, 바람직한 지도자상은 어떤 사람인지도 명확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브라운관을 뚫고 넘쳐 흐르는 그녀의 카리스마에 흠뻑 젖어드는 것은 정말 기분좋은 일이었습니다. 소프라노 솔로의 자리를 두고 벌이는 배다해와 선우의 대결 또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지요. 두 사람 모두 소름끼칠 만큼의 가창력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자랑하는데, 저로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더군요.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황홀하고 좋았다는 점과,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모든 사람이 박칼린의 뜻을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