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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무려 6회가 지나도록 초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스릴 넘치는 전개를 이어가고 있으니,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하 '너목들')는 점점 더 명작의 향기가 짙어지는 듯합니다. 무거운 주제를 표현함에 가벼운 코믹과 멜로를 섞어 받아들이기 쉽게 하는 기법이 과하지 않고 적정선을 지켰기에 매우 훌륭하다 생각되고요. 매력적인 인물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서로 어울림마저 좋다 보니 그 달달함에 빠져들기 십상인데, 그러다가 느슨해질만하면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보임으로써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합니다. 그러니 한시도 쫄깃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고 지루해질 틈이 없군요. 흐름의 강약을 조절하는 작가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요. 저는 이 작품을 계기로 지금껏 주목하지 않았던 박혜련 작가의 이름을..
드라마 '너목들'의 여주인공 장혜성(이보영)은 사실 직업이 변호사라는 것 외에는 매우 평범한 인물로서 특별한 장점을 찾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히려 평범 이하의 부족한 인물이라고 해야겠군요. 워낙 까칠한 성격으로 마음을 닫고 살기 때문에 친구도 거의 없죠. 때로는 괜한 심통을 부리다가 겪지 않아도 좋을 험한 꼴을 당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공을 좀 던져 달라는데 일부러 다른 쪽으로 걷어차서 혈기방장한 남학생들의 화를 돋구었던 것도 아무 이유 없이 심통을 부린 거였으니까요. 어두운 밤길에서 세 명의 남학생에게 둘러싸였을 때, 박수하(이종석)가 나타나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그 괜한 심통 때문에 신세 망칠 뻔하지 않았습니까? 국선변호사 면접시험장에서 차관우(윤상현)와 처음 만났을 때도 장..
사실 이것은 가난한 고아소녀가 우연히 재벌2세를 만나 사랑받고 결혼하게 되는 신데렐라 이야기보다도 훨씬 허황되고 실현 가능성 없는 이야기입니다. 눈빛만 보면 타인의 생각을 듣게 되는 초능력이라니, 그런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세상엔 아이큐가 200인 사람도 있고 100미터를 9초대에 뛰는 사람도 있어.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괴물은 아니잖아!" 소년 박수하(이종석)는 이렇게 말했지만 (그래, 물론 괴물은 아니지만) 그가 지닌 초능력은 결코 현실 속에 존재할 수 없기에, 이것은 극명한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흔히 말하는 독심술(讀心術)은 "상대편의 몸가짐이나 얼굴 표정, 얼굴 근육의 움직임 따위로 속마음을 알아내는 기술"을 의미하는 사전적 용어일 뿐, 박수하가 지닌 선천적 초능력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