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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1~2회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신의 선물-14일'은 3~4회에서도 복잡하고 산만한 느낌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곳곳에 크고 작은 옥에 티가 난무하며 몰입을 방해했다. 예전에 아무리 깡패 여고생이었다지만 지금은 여리여리한 모습의 방송작가인데, 젊은 남자들과 맞붙어도 크게 밀리지 않는 김수현(이보영)의 엄청난 몸싸움 실력에는 그저 실소만 나올 뿐이다. 또 약간은 본질에서 빗나간 이야기지만, 여주인공의 이름을 '김수현'이라고 지은 것은 실수였던 것 같다. 김수현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신의 선물' 주인공 김수현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별그대'의 청춘스타 김수현, '세결여'의 드라마 작가 김수현... 두 사람 모두 현재 열렬히 활동하고 있으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장혜성'이라..
정말 고맙게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끝까지 뒷심을 잃지 않고 멋진 엔딩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작품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자연스런 엔딩이라면 새드엔딩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해피엔딩이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장혜성(이보영)과 박수하(이종석)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건 아쉽지만, 그들이 아주 오랫동안 함께 행복할 것을 믿기에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줄 수가 있었죠. 최종회에서 가장 염려되었던 부분은 혜성과 수하가 민준국(정웅인)을 용서함에 있어 너무 지나치게 오버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는데, 다행히도 가장 적절한 수준의 용서를 보여주었으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군요. 이제 '너목들'은 제 인생 최고의 명작 드라마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래..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처럼, 자기 잘못에 대해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 모두에게 공통된 심리일 것입니다. 그러니 변명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은 상당히 인간적인 자세라고 볼 수 있겠죠. 타인의 변명을 들어주는 것은 자기 자신도 언제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나약한 인간임을 인정한다는 뜻이며, 힘든 상황에서 더욱 나약해질 수밖에 없었던 상대방의 입장을 불쌍히 여긴다는 뜻이니까요. 누군가의 변명을 들어주는 것은 겸허한 마음과 측은지심을 실천하는 것으로서 매우 고상한 인격을 드러내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변명'이 적정선을 넘어 '자기합리화'의 수준으로 진행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변명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합리화는 스스로 잘못이 없음을 주장하는 것이기에, 두 가..
세상살이가 점점 각박하고 힘겨워지면서, 요즘 사람들은 점점 더 '힐링'이라는 코드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타인과 세상을 바꾸고 싶어도 그건 뜻대로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자기 자신이 바뀌어 보려는 거죠. 부부 사이에도 서로 상대방을 자기에게 맞춰서 변화시키려 하면 끝없는 다툼이 이어지지만, 서로 자기 자신이 변화되어 상대에게 맞추려 하면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하는 것처럼요.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고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입니다. 그런 면에서 '용서'는 힐링을 위한 필수 과정이겠군요. 증오심을 품고 살면 누구보다 자기가 불행하니까, 용서해야 자기 마음이 편하고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것은 기본적으로 대단히 옳고 바..
원래 저는 해피엔딩보다 새드엔딩을 선호하는 편이었습니다. 가슴 아릿하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새드엔딩의 여운이 저는 무척이나 좋더라고요. 정통 멜로라든가 진지한 분위기의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시트콤에서마저 새드엔딩을 즐기는 저의 취향은 다른 사람들과 무척 달라서 외롭기도 했습니다. 시트콤의 거장이라 불리는 김병욱 PD의 작품이 방송될 때는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종영 이후에는 매번 욕을 먹는 이유도 바로 새드엔딩 때문이었죠. 다수 시청자들의 생각에 시트콤은 가볍게 웃으며 즐기자고 보는 것인데, 실컷 달달한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서는 갑작스레 슬프고 허망한 엔딩을 선보이니, 무방비 상태에서 뒤통수를 맞은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거센 비난을 쏟아붓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사상 최악의 엔딩으로 ..
예상치 못한 중독 증세에 빠지지 않았다면, 필시 '너목들' 15회 리뷰의 주인공은 서도연(이다희)이 되었겠죠. 차마 인정하기 싫고 너무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했던 진실... 애써 친아버지 황달중(김병옥)을 부인하고 양아버지 서대석(정동환)만을 인정하려 했지만, 자기를 바라보는 생부의 애틋한 눈빛에 서도연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가슴 미어지는 고통에 못 이겨 홀로 울부짖다가, 어느 새 다가온 장혜성(이보영)을 올려다 보며 서도연은 이렇게 말했죠. "죽을 것 같아. 나 좀 살려줘... 우리 아빠 좀 구해줘. 제발..." 다른 사람도 아닌 장혜성 앞에서는 절대 자존심을 꺾고 싶지 않았을 서도연이, 줄줄 흐르는 눈물 콧물 닦을 생각도 안 하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간절히..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온갖 추측과 스포일러를 난무하게 만들던 '황달중 사건'이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군요. 신상덕(윤주상) 변호사와 더불어 그 사건을 맡게 된 장혜성(이보영)은, 때마침 능력을 되찾은 박수하(이종석) 덕분에 결정적 단서를 잡게 됩니다. 26년 전에 사망 처리된 전영자와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손채옥이 동일 인물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딸을 찾아야만 했는데, 박수하의 도움 없이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시청자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극 중에서는 아무도 상상 못 했던, 어마어마한 출생의 비밀이 숨어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버젓이 살아있는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26년이나 감옥살이를 해야만 했던 황달중(김병옥)의 인생은 너무나 비극적입니다. 그 유죄 판결이 잘못..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속 멜로에 이토록 설레어 본 적이, 작품 속 캐릭터에 이렇게나 푹 빠져 본 적이 언제였을까요? 어쩌면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싶을 만큼 강렬하게, 깊이 몰입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웬만해서는 이러지 않는데, 벌써 3주째나 리뷰 타이틀에 박수하(이종석)의 이름을 올려놓고 있군요. 오늘까지 제가 발행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 리뷰는 총 6편인데, 그 중 무려 4편의 주인공이 박수하라니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지경입니다. 작가의 의도가 원래부터 이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차관우(윤상현)의 포지션은 상당히 어정쩡해지고 말았네요. 여주인공 장혜성(이보영)과 나이도 엇비슷하고 차관우 캐릭터도 상당히 매력적이라서 처음에는 그 쪽이 남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한참 어린 박수하에게 이렇..
장혜성(이보영)의 어머니 어춘심(김해숙)을 처참히 살해한 민준국(정웅인)은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아 풀려났습니다. 그의 무죄 석방에는 유능한 변호사 차관우(윤상현)가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죠. 이렇게 장혜성은 어머니를 잃고, 연인에게 배신당했습니다. 변호사로서의 장혜성은 차관우의 입장을 이해하겠지만, 인간으로서의 장혜성은 그를 용서할 수 없거든요. 그리고 사랑은 변호사와 변호사가 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하는 거거든요. 이 부분에서 한동안 몹시 헛갈리고 판단하기 어려웠는데, 한 동료 블로거분이 쓰신 글을 읽고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인간의 도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믿어주는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는 것이다. 하지만 차관우는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믿지..
어춘심(김해숙) 아줌마가 죽는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너무 끔찍하고 억울하고 슬픈 일이라, 저는 설마 아닐거야, 아닐거야... 계속 되뇌이고 있었지요. 아무리 드라마 속의 일이라지만 그래도 정말 믿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민준국(정웅인), 이 나쁜 놈, 천벌을 받을 놈은 스패너로 춘심 아줌마의 머리를 때리고 손발을 테이프로 묶은 뒤 가게에 불을 질러 처참히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선량하고 따뜻하고 용감하고 정의롭던 우리의 국민엄마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혹시 딸이 복수심에 사로잡혀 불행해질까봐 "사람 미워하느라 네 인생 낭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그렇게 떠났습니다. 자기에게 그토록 잘해주던 아줌마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칠 때, 그 놈의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차 있었을까요? 이제 민준국의 과거에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