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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7살 지능의 만년소녀 강동옥(김지호)과 동네 보건소에 새로 부임해 온 젊은 의사 민우진(최웅) 사이에 살랑살랑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온다. 처음 만나던 그 날도 왠지 봄바람이 심상찮게 불었더랬다. 등에 멘 가방이 열려 지갑과 소지품들이 줄줄이 떨어지는데, 이어폰을 꽂은 우진은 전혀 모른 채 앞으로만 걸어가고 있었다. 불러도 듣지 못하는 청년이 안타까운 동옥은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주워서는 우진의 앞으로 달려가 건네주었다. 사례를 하겠다며 돈을 내미는 우진에게 동옥은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다. "고마우면 그냥 고맙습니다, 하면 돼요!" 그 말 한 마디를 남긴 채 돌아서 가버리는 동옥의 뒷모습을 우진은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후, 동옥의 어린 조카 동원이(최권수)가 음식점에서 떡을 먹다가 목에 걸려..
그들에게 있어 '참 좋은 시절'이란 언제였을까? 동석이랑 동옥이랑 해원이가 아주 어렸을 때, 아직은 동옥이가 머리를 다치지 않아서 영리한 꼬마 소녀였을 때, 그들은 모두 티없이 행복했을까?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 장소심(윤여정)에게는 언제가 '참 좋은 시절'이었을까? 아직 큰아들 동탁이가 태어나지 않았을 때, 남편 강태섭과의 꿈 같은 신혼 3개월이 가장 행복했을까? 생각해 보면 그들의 '참 좋은 시절'은 너무나 오래 전의 일이었다. 너무 잘 생겨서 마음을 애태우던 남편은 고작 3개월을 살고 집을 나가더니 첫아들이 태어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가뭄에 콩 나듯 돌아오던 발걸음도 동옥이 동석이가 태어난 후에는 뚝 끊겨 버렸다. 이제는 장소심의 인생에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 싶을 ..
'왕가네 식구들' 후속으로 시작된 새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 1~2회의 느낌이 그야말로 참 좋다. 일단 재미있고 가슴이 따뜻하다. 이경희 작가의 드라마는 각각의 작품에 따라 그 분위기가 매우 다른데 '상두야 학교가자', '고맙습니다' 처럼 밝고 따뜻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이 죽일놈의 사랑',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처럼 어둡고 처절한 작품도 있다. 원래 나는 애절하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이경희 작가의 드라마 중에서는 밝고 따뜻한 작품을 훨씬 더 좋아한다. 이경희 작가가 그려내는 비극은 어딘지 내가 선호하는 종류의 비극과 차이가 있다고나 할까? 송중기 주연의 '착한 남자'도 방송 이전에는 몹시 기대했었지만, 보면 볼수록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피투성이 처절함에 질려서 마..